[엑스맨 아포칼립스] 소감 (노스포)
그러저럭 볼만합니다
졸작 취급받을 정도의 영화는 절대 아니고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 편은 머리 비우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쉬운' 오락 영화입니다.
또 새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장이기도 하구요.
다만,
워낙 전편인 데오퓨에서
중구난방이었던 시리즈를 감독이 말끔하게 정리를 잘해놓아서
어찌보면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아포칼립스'에 대한 기대감이 꽤 컸었는데
그 기대에는 좀 못미치는 감이 있네요.
이번 작에서 좋았던 점은
찰스와 에릭의 감정씬들이나 연기 같은 것들이 꽤 좋았고,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들도 괜찮았습니다.
전편들이 오버랩되는 장면들이나
시리즈와 연관된 몇몇 씬들은
팬들은 아마 꽤 좋아할 부분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깔끔하지 못하고 다소 지루한 전개였는데
뜬금포까지는 아니지만
스토리를 전개하는게 아니라
그냥 상황을 관객에게 휙휙 던져준다고 해야할까요
좀 서서히 스토리를 치밀하게 달아오르게 해야하는데
중요한 장면들이 갑자기 관객 앞에 설명없이 '똭' 하고 나타나니
이건 요약본을 보는 건지 원본을 보는 건지 의아할 때가 많네요.
그리고
A라는 장면의 상황이 마무리되고 B라는 상황이 나와야
깔끔하고 전개에 속도감이 있는데
A 상황이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채 B 장면으로 흘러갔다가
반복처럼 다시 A 상황으로 되돌아 오고 이러니까
몰입이 잘 안되고 전개가 좀 지루합니다.
액션 쪽은
개인적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연출을 좋아하지만
데오퓨때도 가장 크게 가졌던 불만이었는데
액션 분야는 너무 '올드'합니다.
이젠 너무 고집하니까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봐야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엑스맨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나
화려한 CG떡칠에 능력자가 손들고 눈에 힘주기만 해도 멋있게 보였지만
이런 스타일은 지금은 너무 고루합니다.
액션이라는 것도 일종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합을 잘 맞추어서 정말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분야인데
몸과 몸이 부딪치는 피지컬 액션 쪽은 정말 너무 엉성하고 성의 없어 보입니다.
물론 엑스맨의 능력자들이 대부분 원거리 형태의 초능력을 쓰니까
직접적인 몸싸움이 적은 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많고 환상적인 능력들을
잘 콤비네이션 시키면 괜찮은 액션이 나올만도 한데
액션씬들이 너무 1차원적이에요.
그냥 배우는 대부분 손 치켜들고 째려보는 것 뿐,
일은 CG가 다 한다는 느낌
화려한 CG로 겉치장해놓은 1차원적 액션에서
이미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더 이상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 작은
선한 쪽이나 악한 쪽의 포호스맨들이라든지
초능력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
각기 캐릭터의 비중이나 영화에서 다루는 시간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만하면 대체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잘 브리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포칼립스의 카리스마가 아쉬웠고
악역들의 감정선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졌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점은
다른 히어로물보다 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했던 건
다루고 있는 주제 때문이었는데
바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이죠 (찰스 VS 에릭)
근데 이번 편에서는 이 주제 의식이
너무 희미해져버렸습니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 주제를 끌고 간다는 건
지루하고 식상할 수도 있지만
이번 편에서는 아예 어떤 주제 의식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흔히들 '재미는 있는데 보고 남는게 없다'라고 하죠.
이번 작품이 그렇습니다.
감정을 내세운 드라마만 있을 뿐
그냥 평범한 오락 영화가 되버린 것 같아요.
혹평을 많이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기기에는
스토리적 구조도 쉽고 꽤 괜찮은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들이 무척 괜찮았고
새로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들도 좋았습니다.
각 상황들의 긴장감이나 서스펜스, 드라마적 감정선도 나쁘지 않았어요.
(역시 이번 시리즈의 씬 스틸러도 '퀵실버' 네요)
다만, 너무 큰 기대감에 아쉬운 점이 많아서
시리즈의 팬이자 애정어린 입장에서 적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7.5점 정도로 평가하고 싶네요.
다음 편에서는 좀 보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