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영화에 식견이 넓은 다른 분들이 많은 글을 써주셨는데
저는 영화의 연출적인 부분에 시선을 두고 한 줄 써보겠습니다.
1. 전작들의 아이디어들을 모아 만든 터미네이터6
영화를 보면서 1,2,3,4,5 전작들에서 본 듯한 연출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물론 속편의 특성상 전작이나 원작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오마주하는 건 이해하지만
다크페이트같은 경우엔 그냥 그 아이디어들만을 다 따와서 만든 느낌입니다.
뭔가 더 신선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느낌이죠.
rev-9이 손에서 투척용 창을 만드는 장면 =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t-1000(이병헌)의 모습
액체형태 + 기초골격 = 터미네이터3 터미네트릭스
인간 + 기계 설정인 그레이스 = 터미네이터4 마커스
그레이스의 전력이 마지막 수단 = 터미네이터3 t-800의 수소전지
녹아내린 채 다시 일어서는 rev-9 = 터미네이터4 쇳물을 뒤집어쓰고도 일어서는 t-800
이외에도 많은 장면들이 전작 아이디어를 조금 세련되게 바꿨다뿐이지 새로운 모습은 없었습니다.
터미네이터2에서 t-800과 t-1000의 전투장면(t-1000이 머리를 관통한 t-800의 주먹을 꺾어비트는 연출)과 같은 신선한 액션연출은 없었습니다.
그냥 다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봤을 법한테 슈퍼히어로같은 모습이었고, 터미네이터 특유의 기계적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2. 이해할 수 없는 화면연출
이 영화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이디어들을 긁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연출이나 카메라워크는 기본도 못했습니다.
즉,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정형화되어 있는 클리셰나 장면을 그대로 넣으면서도 화면연출은 이상하게 잡은 겁니다.
개봉전 이 영화의 배우나 제작진들은 '인간처럼 변해가는 t-800'과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기계값이 차갑게 변하는 사라코너'의 대조된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했는데
그런 설정이나 대사를 넣은들 화면연출이 그걸 전혀 나타내주지 못 합니다.
왜냐구요?
기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인물의 심리를 나타낸 장면의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장면은 몰라도 적어도 마지막에 t-800이 죽는 장면만큼은 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관객들도 뻔하지만 그 걸 기대하고 있으니깐요.
하지만 팀 밀러 감독은 2,3,5에서 전통적으로 등장한 'T-800의 희생'이라는 클리셰를 사용하면서도 슬로우모션이나 클로즈업 일절없이
순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한 프레임에 rev-9과 t-800을 함께 담으며 그의 최후를 연출했습니다.
결국 극적인 느낌은 물론이고 감정이입도 전혀 될 수가 없었죠.
데드풀에선 클로즈업과 슬로우모션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던 양반이 이 영화에선 왜 기본도 못 했는지 참 의문입니다.
그냥 그래픽 자랑용 흔한 액션영화1 정도 밖에 안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