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은 날이 또 지났다. 점점 다이언은 집이 아닌 여관에서 하루를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헬레나는 가끔씩 모험을 다니며 신비한 가루를 틈틈히 모았다. 케이엘이 학교가 끝나고 여관으로 갔을 때,
여관엔 거의 사람이 없었다. 엘렌과 다이언, 그리고 하스. 엘렌과 그럭저럭 인사를 하고 썰렁하게 앉아있었다. 엘렌은 여관에 고칠게 있는지 돌아보고 있었고, 다이언은 덱을 어떻게 고칠지 고심하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는 헬레나가 평소보다도 더 활기차게 여관에 들어오며 깨졌다.
“야앗—호! 드디어! 1600가루 다모았다!”
“아, 헬레나! 안녕?”
“나야 안녕하지!”
“오, 돌아오셨군요! 오늘따라 더욱 활기차보이는군요!”
헬레나는 앉지 않고 바로 하스에게로 갔다.
“저도 드디어 전설카드 만드네요! 자, 여기 가루요!”
“이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자, 무슨 카드를 만들어드릴까요?”
“오리지널 도적 전설카드! 에드윈 벤클리—”
쾅.
헬레나의 말은 갑자기 들린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소리에 묻혔다. 소리가 난 방향은 다이언쪽이었다.
잠시의 정적.
“…뭐, 어쨌든, 벤클리프로 부탁드릴께요!”
케이엘은 다이언을 보았다. 강한 분노에 찬 표정. 약간씩 떨리는 몸. 누구라도, 다이언이 갑작스레 분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안돼…그건…”
하지만 매우 낮은 소리였고, 들은 사람도 다이언에게 신경을 쓰고 있던 케이엘밖에 없었다. 다이언은 마치 위협하듯 계속 낮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게임 판을 열고, 카드 템플릿과 보석을 가져온 후, 하스는 가루의 뚜껑을 열었다. 비전 에너지를 집중시켜 가루를 띄우고 가루를 이리저리 회전시켰다.
쾅.
갑자기 하스는 무언가에 부딛혀 쓰러졌다. 신비한 가루가, 비전의 힘이 통제를 벗어났고, 폭력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충격의 피해에 이어 2차로 비전력의 피해를 입은 하스를 향해 엘렌은 뛰어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하스와 부딛힌 것은—
“안됀다고… 안됀다고 했잖아!”
앞뒤 따지지 않고 돌진해온 다이언이었다.
하스는 순간의 충격으로 쓰러져 움직일 수 없어졌고, 엘렌은 하스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이언이 하스를 공격하려하자, 헬레나가 저지하고 멀리 끌어냈다. 다이언은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발버둥치고있다. 그리고, 신비한 가루는 점점 불안정해지고있다.
“케이엘!”
엘렌의 목소리다.
“견습이라도 마법사면, 저거 어떻게 해볼 수 없어? 저거 터지려고 해!”
“예? 하지만 저…”
“돼든 안돼든 뭐라도 해보면 안돼?”
“예… 예!”
케이엘은 갑작스러운 엘렌의 요청에 당황했다. 사실 그 상황에선 당황하지 않기가 더 힘들겠지만. 하지만 이내, 케이엘은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어짜피 비전 마력은 마법사가 쓰는 힘이니 한번 시도해보자. 케이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 외엔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은 견습 마법사를 놀랍도록 침착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불안정하게 소용돌이치는 신비한 가루를 향하여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비전 마력이 그녀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큰 피해를 주진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몸 속에 자리잡았다고, 그렇게 표현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케이엘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마법사는 — 직전까지 견습이었던 마법사는 — 눈을 떴다. 주위엔 비전의 힘이 거칠게 격류하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하게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마법사는 비전의 힘을 모았다. 복잡한, 둥근 원형의 무늬가, 다홍색의 복합된 원무늬가 마법사의 손 앞에 나타났다. 불안정하던 힘은 안정을 되찾고, 무질서하던 마력은 질서를 찾아갔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흩어진 마력의 조각들을 차례로 이어갔다. 어느 정도 질서를 찾자, 쓰러진 마법사가 그 안에 엮어 놓은 정보가 드러났다.
에드윈 벤클리프. 도적. 전설. 오리지널.
3마나. 공격력 2/생명력 2.
연계 : 이번 턴에 앞서 낸 카드 1장당 +2/+2를 얻습니다.
문득 놓여 있는 보석이 느껴졌다. 강력한 비전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그 그릇에 비전의 힘을 움직여 담았다. 오차 없이 전부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케이엘은 눈을 떴다. 카드 템플릿의 빈 구멍에 보석을 집어넣었다.
‘데피아즈단은 반드시 승리하리라!’
잠시 에드윈 벤클리프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곧 사라지며 마력이 카드로 퍼졌다. 카드는 완성되었고, 마법사는 도적에게 카드를 건네주었다.
그 때, 마법사의 예민한 눈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다이언이었다. 헬레나에게 제압된 채 카드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던 그는, 에드윈 벤클리프가 생기는 것을 보고 있던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