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맨 유니버스,
반가운 재회 그리고 어제와의 이별에 대하여
배신자, 미라 그리고 괴수술사
그를 나타내는 호칭 중에 가장 많이 불리는 건 역시 이름인 가우마겠죠.
하지만 그 이름은 과거에 두고 이젠 내일을 향해야 할 때 일지 모릅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크로스오버 작품이지만 SSSS.GRIDMAN에 더 많은 비중이 실린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SSSS.DYNAZENON은 깔끔하게 작품 내 이야기를 마무리 했고 주제의식이나 중심 서사를 모두 소화했으니 더 다룰 이야기가 많은 건 SSSS.GRIDMAN 쪽이겠죠.
그럼에도 SSSS.DYNAZENON에겐 딱 하나 남겨두고 간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우마죠.
가우마는 가우마 부대에서 혼자 다른 포지션이었습니다.
요모기, 유메, 치세, 코요미. 모두가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다이나제논에 타며 이야기를 거쳐 각자의 답을 찾아냈지만
가우마는 다릅니다. 다이나제논이라는 비일상을 가져오고 모두의 멘토이자 조언가로서 그들을 성장으로 이끌지만 정작 가우마 자신은 무엇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공주와의 재회도, 괴수우생사상과의 화해도, 스스로가 고민하던 것에 대한 답도 찾지 못한 채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되었죠.
그런 가우마가 끝내 공개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지켜야할 세 번째'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나이트, 2대와 함께 사라졌던, 다이나렉스에 잠들어 있던 '렉스'로서 말이죠.
'세상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세 번째'는 바로 소비기한이었습니다.
맨처음 공주가 말할 때는 대충 농담으로 채워 넣은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엔딩 쯤에 가우마의 질문에 답하는 요모기의 입으로 농담이 아님을 확인 시켜주죠.
약속과 사랑. 이 둘은 작품 SSSS.DYNAZENON을 관통하는 키워드 입니다.
서로간의 신뢰와 그걸 기반으로 한 약속, 부자유 라는 말이 어울리기도 한 서로를 속박 하는 사랑 이라는 것은 어쩌면 맹목적인 자유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SSSS.DYNAZENON이 보내는 메시지였죠.
그에 비해 소비기한은 조금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비기한은 SSSS.DYNAZENON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가 아닌 가우마를 위한 단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소비기한은 유통기한과 달리 반드시 지켜야하는 기간 입니다.
이게 지나면 아예 그 음식은 떠나보내야 할 것으로 변하고 말죠.
그건 이미 지나버린 과거도 동일합니다.
가우마는 나이트와 2대에게 다이나렉스 채로 컴퓨터 세계에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렉스라는 새로운 이름과 신세기 중학생이라는 이전과 다른 소속을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가우마에겐 미련이 남아있습니다.
끝내 재회하지 못한지라 그의 마음 속엔 가장 사랑하던 그녀, 공주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공주와의 재회에서 가우마는 그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싫어할 것을 알기에 붙잡거나 하진 못하지만 심히 당황하는 동시에 크게 흔들리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공주는 가우마가 그런 것을 알기에, 그리고 가우마가 새로운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예전과 같은 장난을 치면서도 그 말을 되뇌게 만듭니다.
"세상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게 세 가지 있어요."
"약속과 사랑과..."
"소비기한 입니다!"
-망설이는 가우마에게 공주가-
과거는 이미 지나버렸기에 전부 버리고 미래만을 바라봐야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도 없는 미련이 되어 내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면 집착하기 보단 추억으로 묻어두고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우마와 요모기의 재회는 감동적이었지만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미련없이 서로의 갈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우마와 공주는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는 재회이기에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 속 작은 기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되었을 때 가우마에게 남기는 공주의 편지 또한 그런 가우마를 위로하기 보단 등을 떠 밀어주는 내용이죠.
가우마는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미련을 떨쳐내면서 렉스로서 내일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성장은 변화이고 변화는 곧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맞이하는 것 입니다.
그저 같은 반 일 뿐이었던 요모기와 유메는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었고
치세는 스스로의 길에 대한 확신을, 코요미는 비록 당장은 또 백수가 되었지만 가우마에게 일자리를 물어보는 등 이전과 달리 취업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극장판 오리지널 캐릭터 '히비키 유타'를 중심으로 SSSS.GRIDMAN을 보강하는 동시에 시리즈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을 위한 헌사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SSSS.DYNAZENON 또한 잘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우마 부대는 가우마의 내일을 비추며 비로소 모두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그리드맨 유니버스 본편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젠 괴수우생사상의 가우마가 아닌 신세기 중학생의 렉스로서 살아갈 그가 그리드맨 유니버스를 통해 말합니다.
"울지도 않고, 가우마도 아니야.
나는 신세기중학생, 렉스다."
-어제의 가우마, 오늘의 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