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포스트모더니즘의 탄생에 있어서, 나치가 보여주는 '더없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형태의, 도덕관념의 마비와 학살' 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나는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탄생에 있는, '나치는 이성적이었다' 라는 관점에 대해서 회의적인 편임.
한나 아렌트는 나치를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주장함.
악의 평범성에서, 그녀는 '사고하지 않는 것에서 악행이 탄생할 수 있다' 고 경고하였고.
우리 모두가 악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것 자체에서 악행이 탄생할 수 있다' 고 지적한 셈인데
위키백과에서 이성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나옴
- 사물의 이치와 원리를 알아내는 힘. 지성. 논리적·개념적으로 생각하는 힘.
- 본능·충동·욕망 등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에 따르도록 의지를 규정하는 능력. 칸트가 말하는 실천이성.
- 올바르게 사물을 아는(인식하는) 능력. 칸트가 말하는 이론이성.
- 인식된 이것저것의 지식을 보다 소수의 원리로 통일하는 힘. 칸트가 말하는 좁은 뜻에서의 이성.
- 우주 또는 세계를 지배하는 근본원리.진리.로고스.
- 세계의 진리를 아는 힘.로고스
- 진리를 표현하는 언어 자체.로고스
어느 것 하나도 '무사유' 가 위치할 수 있는 영역이 없음
그나마 '내가 아는 것이 곧 진리' 라고 이해하는, 종교적 가치관이 무사유가 있을 자리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것을 통해 나치의 이성을 주장하려 한들 나치의 가치관은 종교적 광신, 맹신이었다는, 오히려 이성적인 결과물이었단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 되어버림
빈 깡통으로 만들어진 벽이, 그래서 너무나도 견고하고 크기 때문에, 깡통 그 자체가 벽을 만들었다고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지도 모름.
그러나 그 깡통이 무사유라는, 사실상 깡통의 원래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대신
깡통이란 개념 자체를, 이성이란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멀리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답이었을까?
사실 나치가 이성의 극한에서 탄생한게 아니라 대공황이라는 혼돈 속에서 탄생했다고 봐야지
대공황이라는 혼돈 1차대전의 전후사정에서의 가혹함 나치의 말도안되는 승전... 홀로코스트 등이 아주 이성적이고 기계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나치가 악이라고 말할 여지는 충분하지만 그 악의 탄생이 이성의 결과물이라 이야기한다면 지나친 비약이었을거라고 생각함
동부 전선에서 쓸 독가스 없어서 죽어나가도 유대인들 죽이는데는 독가스 몰빵하는 애들이 뭔 이성적임
놀랍게도 이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음 대강 모더니즘의 거대서사의 결과물이 나치와 같은 2차대전의 광기로 이어졌다 이런 회의주의가 있지
나도 개인적으론 1~2차대전의 광기가 이성의 발로라는 주장이 전혀 이해가 안감. 오히려 대전 나면 좋을 것 하나도 없으니까 그것만은 하지말라고 경고한 비스마르크가 진짜 이성아닌가?
1~2차대전의 광기가 이성의 실패라고 본다면, 그것은 '실패' 여야지 '이성' 이어야 했을까 싶음.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이 두곽을 드러낸 이야기에서 나치 이야기가 나온다면 나치를 이성의 말로라고 인식하는 관점이 꼭 드러나더라.
진짜 이성적이였으면 유대계 혈통이 있는 과학자들을 싸그리 쫓아내서 영국과 미국에 가게 만들고 전쟁 다 져가는데도 최대 수백만명을 수용소에 가둬서 끝까지 그걸 유지했겠냐고.
홀로코스트의 방식이 놀랍게도 기계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였기에 나치를 이성의 극단이라 보았다는 관점이 많더라
나치는 이성이 아니라 야만의 '이성화'로 봐야 함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나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건 아니고 오히려 현대사회로 나아가면서 '이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회의라고 봐야 함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회의를 2차대전, 특히 나치에서 그 정당성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당장 나치만으로 이야기하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럼..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리오타르가 1979년에 주장한게 포스트모더니즘이고 이걸 이야기하려면 양차대전, 냉전, 68혁명과 사회적 보수화까지 전부 파고들어야 하거든
그런데 솔직히, 나치의 악을 무사유의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전히 양차대전, 냉전, 68혁명에서의 기성세대와 그런 기성세대가 보여줬던 사회적 보수화 등등 모두가 거부해야할 거대서사이며 절대기준이며 이성이라고 이야기할 것이었나? 라고 하는 생각이 듦. 물론 거대서사를 부정함으로써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사회에 주장할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식에... 꺼라위키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것에 대한 안티로써 존재하는 그 방식이 과연 정당했을까? 라는 것 당장 포스트모더니즘에 나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니다 라고는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가치가 두곽을 드러낸 과정을 설명할 때 나치가 등장할 경우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치의 무섭도록 이성적인 광기를 언급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