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드미트리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두운 등하나를 켜놓은체 그날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흐린 불빛이지만 한달에 1루블 정도의 전기만 먹는 이 취침등은
그의 사소한 사치이기도 했다.(그가 사랑하는 몇 안되는것 중의 제일 윗순위 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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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제냐...
오늘 그들의 식탁을 다시 올려봤소.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샤슬릭과 통째로 구워낸 닭고기, 황금같이 노란 스트로가노프를 차려놨더군.
언제나 처럼 감시자는 두눈을 부라리며 접근을 경계했소.
식탁위에 따듯하게 켜놓은 수많은 촛불들. 그 따듯한 열기는 그들의 안락함을 상징하지.
연회가 끝난후 나에게 던져준것은 한줌의 갈색 자갈.
놈들의 애완동물로 전락해 아양을 떨어 얻어낸 비참한 전리품이었소.
육식동물인 나에게 이런 자갈을 먹여 그들이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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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슬릭,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문득 깨달은 사실은 내가 일생껏 단한번도 내입에 고기를 넣어본적이 없다는것 이었소.
언제나 먹은것은 돌처럼 딱딱한 자갈들뿐.
과연 이 몸뚱이가 육식동물이 맞긴 맞는가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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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글을 줄이리다. 내일 다시 그들 앞에서 아양을 떨려면 오늘 체력을 아껴둬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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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는 그날의 자괴감을 자신의 일기에 쏟아낸후 잠을 청하기로 했다.
독한 보드카 한잔 입에 넣으면 좋으련만.
그에겐 그조차도 없었기에 짧은 욕설 한마디를 내뱉고 등을 끄고 그의 좁은 굴혈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묘하게 씹어보면 못먹을건 아닌 갈색자갈(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