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 원. 언제 봐도 누추한 함선이군. 내 기함에 비하면 조각배나 다름없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당당함과 오만함을 그 몸에 두르고서, 감마가 오르카의 함선의 갑판에 올라탄다.
오르카와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동맹이 결정되어, 오르카 측의 함선에서 조약을 맺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위압감을 발하는 감마의 등장에 오르카 측의 인원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 감마, 안녕? 오랜만에 보네. 오르카와 함께해주기로 결정해 줘서 고마워.”
사령관이 종종걸음으로 감마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감마는 그가 내민 손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옆으로 툭 쳐냈다.
“확실하게 해두지. 오르카가 나의 포세이돈 인더스트리 밑으로 들어오는 거다. 네놈들같이 싸울 줄도 모르는 놈들과 동일선에 선다는건 용납할 수 없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지난번 회담때 ‘동맹’이라고 분명히 명시했고, 당신도 동의했을 텐데요!”
감마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꺼내자 사령관의 곁에 선 알파가 격분하며 감마에게 따져든다. 사령관은 당장이라도 감마를 쏴죽이려 드는 리리스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만이라도 있나? 억울하면 힘으로 쟁취해 보던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동맹이든 뭐든.”
감마가 자신감을 드러내며 투기를 뿜어낸다. 이 갑판 위의 모두가 달려든다 해도 최소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좋아요. 오르카와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동맹은 없던 일로 하죠. 돌아가세요.”
알파는 감마의 생떼에 휘둘리지 않기로 결정하고 축객령을 내렸다. 감마는 좋을 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만, 알파. 이번 동맹은 정말 중요한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이렇게 파토내도 되는거야?”
“중요하죠. 어디까지나 ‘동맹’이라는 전제 하에요. 오르카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는 헛소리에는 대꾸할 가치도 없어요. 이런 억지를 하나하나 들어주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을 거에요.”
알파가 지끈대는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사령관의 물음에 답한다. 오르카와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해군력이 합쳐지면 확고한 제해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제해권을 손에 넣으면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보급라인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감마가 다소 억지를 부리더라도 가능한 들어주려 하였는데, 조인식 직전에 와서 저런 식으로 파토를 낼 줄이야.
저 통제불능의 전투광이 오르카의 위에 선다면, 이 이후에 얼마나 더 많은 억지를 부릴 것인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렵다. 제해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감마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저기, 감마? 힘으로 쟁취하라고 한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다. 함대전으로 겨뤄서 동맹을 맺을 가치가 있는 상대인지 증명하라는 뜻이지.”
사령관이 감마의 등에 대고 묻는다. 감마는 고개만 살짝 돌려 답했다.
“함대전이면 바이오로이드들이 불필요하게 다칠 것 같은데,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흠… 함대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으로 싸워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잖아도 요즘 격투를 해본지가 꽤 되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주먹싸움? 그런거라면 라비아타나 프리가를…”
“허? 무슨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하는거지? 그년들 등뒤에 숨어 싱겁게 응원이나 할 생각이냐? 주먹싸움이라면 당연히 지도자끼리 붙어야 마땅하지. 이 경우에는 너와 내가 되겠군.”
감마가 더욱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함대전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알파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사령관은 턱을 감싸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이기면 동맹 맺어줄거야?”
“이겨? 네가? 나를? 크하하핫!”
사령관의 당돌한 발언에 호탕하게 웃는 감마. 그녀는 눈물을 찔끔 흘려가면서 한참을 웃다가 거칠어진 호흡을 겨우 진정시켰다.
“보기보다 유머감각이 있는데, 오르카의 사령관. 그래, 좋아. 네가 날 이긴다면 동맹을 맺어주지.”
“반대로 내가 지면?”
“당연한 결과에 대해 뭔가를 요구할 만큼 속이 좁진 않아.”
“내가 이기면 오르카 산하로 들어오고, 내가 져도 아무 손해가 없다고?”
“그래. 제대로 이해했군.”
감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조건을 확정지었다.
“좋아, 받아들일게. 겨뤄보자.”
“주인님! 지금 무슨 말씀을!”
알파가 경악하며 사령관의 팔을 붙잡는다. 하지만 사령관의 눈동자에 담긴 결심은 확고하여 되돌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대신, 한 달의 시간을 줘.”
“겨우 한 달 정도로 뭐가 크게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좋을 대로 해라.”
감마는 깔보는 미소를 지어보인 뒤 자신의 기함으로 훌쩍 뛰어 건너갔다.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뜨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중에도, 사령관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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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 합류 확정됐다길래 써봄
침대위에서 뜨거운격투기를 시작한다
침대위에서 뜨거운격투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