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감정 없는 기계들에게 감정을 주입하는 방법 3
전편: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2970871
"데스티니 2인지 뭔지 이딴 ↗ㅂㅅ같은 게임을 한 내 잘못이지 ㅆㅂ."
세인트-14는 상심에 빠졌다.
그도 그럴게, 인류에게 칭송받던 수호자이자
가장 위대한 방벽으로 불리고
타이탄들이 허구한 날 자기랑 싸우고 배우고 싶어했는데
무한의 숲 안에서 자긴 ㅂㅅ처럼 느껴지니 별 수 없었다.
그 때.
"님."
"ㅆㅂ 깜짝아 너 뭐임"
"제가 님을 위해 벼려낸 산탄총임."
"난 님한테서 배운 수호자이자 미래의 대영웅이고."
"님이 여기서 죽상인거 보기 싫음."
"...!"
갑자기 허공에서 웬 이상한,
하지만 기백이 남다른 개쩌는 수호자가 나타나서
자기가 자신에게서 수호자의 마음을 배운 대영웅이고
자기 우상인 세인트-14가 벡스 따위에게 의기소침해 있는 꼴을 보기 싫다며 직접 벼려낸 산탄총을 주고 갔다.
자기를 우상으로 여기는 미래의 대영웅이
자기를 위해 만든 산탄총.
완벽한 역설.
세인트는 당연히 그걸 집어들었다.
룩도 까리하고 뜻도 까리하니까.
"??? 님 뭐임 왜 또 오는-"
"덤벼 ㅆㅂ새끼들아"
세인트는 그 산탄총과 자신의 힘으로 수천 년을 싸웠다.
수천 년간, 벡스들은 계속 Ctrl+c Ctrl+v 를 눌러대며 싸웠지만-
"야 시발 CPU가 못 버티는데"
복붙을 하는 데에도 컴퓨터 연산능력이 필요하고
손가락도 계속 같은 키를 누르면 아픈 법
수천 년 내내 싸워대며 기어이 무한의 벡스를 무한히 죽이며
시체더미를 쌓고 깽판을 친 세인트-14 때문에
수성 컴퓨터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물론 진짜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렉이나 뭐 그런 느낌.
하지만 그냥 단순무식하게 수천년 내내 존나게 패죽여서 렉이 생긴다는건 얼마나 개쩔고 단순무식하고 ㅂㅅ같은 일인가.
"ㅆㅂ."
하지만 수천 년간 이어진 물량공세에 기어이 세인트-14는 영면을 맞이했다.
무한에 가까운 고철 더미들과 함께.
"미친 새끼..."
하지만 벡스들은 메모리에 저장했다.
무한에 가까운 고철 더미들과
고작 한 명의 수호자.
벡스들의 연산은 이게 '연산 가능한 문제' 가 아님을 깨닫고
공포와 경외 를 느꼈다.
그 후 벡스들은 자신들을 무한히 죽인 한 놈을 잊지 않기 위해 성소를 지어줬으니
무한히 연산되고 무한히 변화하는 무한의 숲 안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곳.
세인트의 성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