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인적없는 함교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한채
다른 사람들을 찾아 돌아다니기로 했다.
라이언과 게오르그가 함교에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함내를 돌아다니던 중
함장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함장이라면 지금 함선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더군다나 아까 마주친 선원이 중얼거린대로
함장과 부함장이 대립해서
싸운다고 하면
더더욱 함장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대립점의 한 쪽 우두머리니까.
함선 내부가 이런 폭동의 사태라면
함장은 아마도 함장실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틴은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그렇게 함장실로 정한다음
그곳을 향해 조심히 이동하였다.
여전히 함선내부에는 몇몇의 선원들이
멍하게 무리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 손에는 흉기가 될 수 있는
도구들이 들려져 있었다.
거대한 렌치나 날카로운 전자톱같은 것을 말이다.
맨손이라면 모를까 저런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선원들과의 싸움은 피해야한다.
그래서 마틴은 그들을 피해 좀 더 돌아서 함장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함장실로 가는 복도는 다른 복도와 마찬가지로
바닥은 비로 뒤덮혀 있어서
음침한 느낌을 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마틴은 함장실앞에 함선을 돌아다니는 선원들과
같은 상태의 선원들이 있을까 걱정하였다.
그들을 만나면 함장을 만나기도 전에
자칫하면 그들손에 맞을 죽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마틴의 우려와는 달리
함장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려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일단 마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함장이 안에 있는지 일단 노크부터 해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설마 함장실도 함교처럼 비어있는 것일가.
그럼 이곳으로 온 게 헛수고가 된다.
마틴은 제발 누가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고
함장실 내부를 보고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문 근처에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
그 사람 주위에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사람이 흘린 피로 추측되었다.
도대체 누가 함장실에 이렇게 엎어져 있는 것일까.
상대가 누군지 알기 위해
상체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을때
마틴의 얼굴은 상황의 심각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과 마찰이 심하던 부함장인 한수였다.
그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움켜진 자세로
눈을 부릅뜬 상태였다.
더군다나 이미 몸이 차갑게 식은 것으로 봐서는
사망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얘기다.
굳은 손을 억지로 들어내서 상처를 확인해 보니
가슴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총을 맞고 그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마틴은 생각지도 못한 한수의 죽음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누가 한수를 죽인것인가.
고개를 들어 함장실을 살펴보던 마틴은
그제서야 눈 앞에 앉아 있는 존재에 대해서 인식했다.
입고 있는 복장으로 봐서는 함장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함장의 상태를 확인한 마틴은
곤혹스러움에 자신의 이마를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 역시 한수와 마찬가지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고개를 숙인 상태로 사망한 함장의
한 쪽손에는 함 내 유일의 권총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함장의 시체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여 있는 상태로 봐서는
아마도 권총으로 자신의 머릴 싸서 자살한 것 같았다.
마틴은 이 상황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부함장인 한수는 누군가에 의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함장인 매튜는 의자에 앉아 권총으로 자살했다.
무슨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매튜가 한수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음
자살을 한 것 같았다.
이 상황을 밖의 선원들은 모르는 것인가?
알고 있다면 부함장을 따를지 함장을 따를지 중얼거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뿐.
어느쪽이건 간에 함장과 부함장이 이렇다면
밖의 상황을 진정시켜줄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제서야 마틴은 약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함장과 부함장이 서로 대립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선원들은 파를 갈라서 난투를 벌인 것이고.
함장과 부함장이 서로를 설득하려다가
함장이 부함장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 한 것 같았다.
불행인지 선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함선 내부의 상황이 이런 이상한 것도 이해가 갔다.
누군가 이 이상한 상황을 정리해 줄 수 없으니
선원들은 그대로 난투를 계속 벌였을 것이다.
아마도 서로 죽자살자 싸웠을 것이고
그 결과로 배 내부는 피투성이로 덮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중요직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알 아지프 건으로 다른 배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린다.
그 상황에서 그 배가 이곳으로 접근하면
생존한 선원들은 지금까지처럼 그들을 습격할 것이다.
그럼 또다시 피를 부르는 난투극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막으려면 최소한 이들을 지휘하는 사람과 만나
지금 상황을 설명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야 할 함장과 부함장이 사망했다고 하면
최소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건설적인 의견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이 선원들을 지휘하는 자일까.
그것을 알 수 없는 마틴으로서는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여전히 고생스럽겠지만
그나마 약간의 현상황을 파악한 것과
해야 할 일을 확인했다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마틴은 함장과 부함장을 일단 바닥에 제대로 눕혔다.
눈을 감겨주거나 자세를 풀어주고 싶었지만
이미 시체는 굳어있는 상태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아쉽더라도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마틴은 그렇게 함장실을 나오면서
함선 내부의 일에 마음을 새롭게 잡았다.
이제 남은 선원들로 현 상황을 헤쳐나갈수 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마틴은 눈은
함선을 멍하닌 돌아다니는 다른 선원들과 달리
굳은 의지가 맺혀져 있었다.
마틴은 함장실을 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선원들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팀장일 가능성일 높다.
그렇지 않으면 또 서로 의견 대립으로 다투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찾아야 할까.
일단 뽑아보면 항해사인 게오르그, 통신 담당인 라이언,
의료 팀장인 로렌스와 정비 팀장인 칼이 있을 것이다.
본 함에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은 게오르그와 라이언일 테니
그 둘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일단은 어디를 뒤져야 할 지 막막했다.
그 둘이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함교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멍하니 돌아다니는 선원들을 피해
이곳저곳을 찾아보던 중
마틴은 자신이 하나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것은 선원들이 대부분 정비도구를 들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소형 정비도구라면 모를까 중형이상의 정비도구는
모두 정비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선원들 중에는 대형 정비도구도 들고 돌아다니는 선원들도 있었다.
선원들이 정비팀을 습격해서
정비도구를 뺏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형 정비도구들은 정비 팀장인 칼 이나 칼이 미리 지정해둔 대행자가 아니면
반출이 불가능 했다.
그렇다면 이 도구들은 정비팀의 도움으로 손에 넣었다고 봐 도 될것이다.
즉 정비팀이 선원들의 반란에 어느정도 도움을 주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럼 이 정비도구들을 반출해준 칼을 찾아도 될 것 같았다.
최소한 그와 대화를 해서 함장과 부함장이 모두 사망한 것만 알린다면
최소한 선내에 멍한 상태로 어슬렁거리는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칼을 찾는 것이라면 본 함 보다는 알 아지프로 건너가는 편이 나으리라.
알 아지프의 담당자중 한 명인 부함장이 본 함에서 상망한 상태니
다른 담당자들인 칼과 로렌스는 그 배에 있으리라.
칼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로렌스를 찾을수도 있을 것이고.
마틴은 칼을 만나기 위해 알 아지프로 넘어가는 연결 통로를 향해 움직였다.
돌아다니는 선원들을 피해 알 아지프와의 연결 통로에 다다르자
마틴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연결통로에 돌아다니는 선원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연결통로를 통해 알 수 없는 기운이
알 아지프에서 본 함으로 넘어들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이 내뱉는 숨결이
통로를 통해 밑바닥서부터 슬금슬금 넘어오는 것 같았다.
그 불쾌스러운 느낌에
마틴은 알 아지프로 넘어가는 것을 잠시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미지의 장소를 향한다고 하는 느낌보다
자신이 조그마한 벌레같은 것이 되어서
먹힌다는 느낌같은 것이 강했다.
즉 자신의 존재가 벌레같다는 초라함과 동시에
무기질이 살아있는 듯한 불쾌한 느낌에 주저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 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틴은 다리에 힘을주며
연결통로를 지나 알 아지프내로 들어갔다.
알 아지프내로 들어오자
본 함에서 느낀 그 수상한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고나 할까.
더구다나 묘하게 빠귄 것 같은 내부도 그런 감각을 더욱 키워주었다.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무기질의 무생물인 함선의 일부였지만
가만히 있다보면
동력 파이프를 통해 동력이 지나다니는 것은
심장 맥박으로 혈관이 온 몸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으며
손을 대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릴것만 같았다.
마틴은 그 기묘하게 느껴지는 알 아지프의 내부에
불쾌감과 욕지기 같은것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 느낌때문에 일을 포기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틴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일단 칼을 찾으려면 이 배의 엔진부위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곳에서 칼이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를 찾아 나서야 한다.
마틴은 조금씩 심호흡을 하면서 알 아지프 내의 엔진실을 향하여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혈관속을 돌아다니는 이물질처럼 말이다.
엔진실로 가까이 갈수록 알 아지프의 내부는 더욱 기괴함을 더했다.
분명히 기계로 덮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생명체로 되어있는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복도 안쪽의 파이프를 지나가는 구동음은
마치 혈관에서 피가 돌아다니듯한 소리였고,
딱딱한 바닥과 복도에 피가 고여있어
마치 끈적한 생물체의 내벽같았다.
마틴 자신은 모르지만
아마도 20세기 유명한 지구의 공포 화가의
그림 한 촉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엔진실로 가면서도 마틴은 그 기괴함에
멀미와 구토감이 올라오는 듯 했다.
분명히 시각적으로 차가운 금속 함선 내부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다른 감각들은 거기에 반대되는 따뜻한 생명체라고
느껴지는 그 이질감 때문일 것이다.
마틴은 엔진실로 가면서도 종종 자리에 서서
그 기괴한 기분을 참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욕지기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알 아지프 내에는 본 함같이
선원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기에
마틴이 쉴 때에도, 그리고 엔진실로 가면서도
선원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만나더라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이다.
엔진실로 가까이 갈수록 기괴한 느낌이 더욱 강해지는 것에
마틴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엔진실 앞에도 다행히 다른 선원들이 보이지 않았기에
마틴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엔진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거기서 본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엔진실 그 자체의 외형적 모습은 특별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기서 나오는 분위기는 생물체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엔진의 작동음은 심장 박동같이 느껴졌고
엔진실 곳곳에 보이는 연결 파이프들은 심장에서 나오는 피를
옮기는 혈과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기계적이지만 생물처럼 느껴지는 그 기괴함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마틴은 그자리에 주저 앉아 욕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심장같은 엔진실에 자신이라는 이물질을 반기지 않는 듯한
거부감과 기괴함.
그 모든 것을 버틸 자신이 없는 것이다.
한참을 욕지기하여 겨우 속을 다 비워낸 것 같자
마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의 몸은 아직 따라와 주지 않는듯
다리는 후들거렸고
몸도 비틀 거렸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기에
마틴은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면서 엔진실 내부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빨리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육체적 본능을 간신히 억제하며
비틀비틀 이곳저곳을 둘러 보았으나
이 곳에도 사람은 없었다.
또 다시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허탈감이 마틴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래도 허탈감에 몸에 힘이 빠질뻔한 것을 겨우 벽에 몸을 기대어
버틸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대로 주저 앉아 다시 일어나지 못했으리라.
마틴은 사람이 없기에 엔진실을 나가기로 했다.
엔진실을 나가며 마틴의 마음은
허탈감 보다는 육체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욱 컸다.
그러나 아직도 엔진실의 충격은 마틴의 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틴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복도 구석에 가서
몸을 숨키며 일단 숨을 돌리기로 했다.
도대체 이 배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본 함에 일어난 일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어느정도는 납득이 갈 만한 것이었다.
함장과 부함장의 대립에 거기에 말려든 선원들의 대립.
물론 물리적 폭력이 실제로 일어난 것과
선원들이 이성적으로 말릴수 없을 정도로 폭주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과한 면이 있지만
그런대로 납득할만했다.
하지만 이 알 아지프는 다르다.
그저 기계로 조립된 함선이 생물체럼 변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어떤 괴담도 그런 얘기는 전해주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공포영화의 소재 정도로 등장할 만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직접 눈 앞에 벌어진 것이다.
납득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일어났으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 단 말인가.
진짜 공포영화처럼 영혼의 존재가 이 배에 붙어있기라도 한 것인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현실감을 괴리시키는 알 아지프에 일어난 현상에
마틴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자신이 표류를 하고 있을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잇을까.
그런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마틴의 귀에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멍한 선원들의 다리를 질질 끄는 소리가 아닌
명확하게 두 발로 걷는 소리였다.
다행히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나보다.
마틴은 그런 안도감에 고개를 살짝내밀어 누가 다가오는 지 확인해보았다.
최소한 이 배에 일어난 일을 알려중정도로 이성을 갖추고 있기를 바라면서.
마틴이 고개를 내밀어 다가오는 상대를 확인하였다.
발걸음으로 봐서는 한 명이었고
질질끄는듯한 발소리가 아닌 것으로 봐서는
제대로 정신을 갖추고 있는 사람 같았다.
상대가 가까이 왔을때 마틴은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상대를 향했다.
상대가 적의를 가지고 공격하면 그대로 반격을 가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다행인지 모습을 들어낸 상대는 칼이었다.
"칼!!"
마틴은 그나마 정신이 멀쩔해 보이는 상대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칼을 향해 팔을 벌리고 안겨들었다.
칼은 갑작스런 마틴의 등장에 놀라는 듯 했지만
이내 상대를 알아보고는 마틴을 안아주었다.
잠시 그렇게 상대의 안전에 안도의 포옹을 한 뒤,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마틴, 자네 무사했단 말인가!!
정말 다행이구만!"
"저도 멀쩡한 사람을 만나서 반가워요.
근데 배 안이 어떻게 된 것이죠?"
칼은 마틴과 함께 배 안을 걸어가면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자네가 조난당하고 나서 배 안은 두 무리로 나뉘어졌다네.
자네를 포기하자는 함장파와
억지로라도 자네를 구하자는 부함장파."
"부함장인 저를 구하려 했다고요?
함장님은 저를 버리고?"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네."
마틴은 칼의 설명에 약간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 자신과 그렇게 대립하던 부함장인 오히려 자신을 생각해주었다니.
그러나 그것보다 충격은 함장이 자신을 버리려했다는 것이다.
평소 선원들을 생각해주던 함장인데
구조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자신을 버리려 했다니
적응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부함장이 함장에게 자네를 구하자고 의견을 전하려
본 함으로 넘어갔지만,
한참동안 소식이 없었지.
우리는 고민했다네.
선원 한 명을 버리는 함장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동료를 버리지 않는 부함장인지.
알 아지프내의 선원들은 자네를 버릴수 없어서
자네를 구하자는 부함장파가 되었다네.
물론 처음엔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그리 큰 일은 아니었어."
"정말 약간입니까?"
마틴은 아직도 바닥에 여기저기 고여있는 피를 보면서 칼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투극이라고나 할까.
주먹다짐이었지만,
사상자는 없었다네.
물론 약간의 부상자는 있었지만
서로의 의견 차이였으니 격리 조치만 하였다네.
그러나 문제는 다음부터라네."
칼은 그 당시의 상황을 그리듯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를 계속하였다.
"부함장파로 통일된 우리는 의견을 전하러 본 함으로 넘어갔지.
거기 있는 선원들에게 우리의 의중을 전한 다음 함장을 면회하고 싶다고 했다네.
본 함 내에서도 그 일로 의견이 갈리더군만.
그런데 뭔가 문제였는지, 어디선가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네.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대립하던 우리는 결국 그 일로 크게 다투고 말았다네.
의견 대립이었다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야.
서로 흉기를 휘둘러서 서로를 다치고 죽게 만들었으니."
칼은 아직도 마음이 아픈지 침통한 표정을 지었으며
한 쪽손으로 얼굴을 가려 그 표정을 감추려 했다.
그러나 그 사이로도 그의 표정은 들어나
얘기를 듣는 마틴 또한 같이 침울해 졌다.
"참으로 안타까운일이었지.
우리가 선원들을 통제하려고 해도 이미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네.
불과 몇시간만에 서로가 그렇게 흉기를 휘두르고는
남아있는 선원들은 아직도 그 상황에 취해있는지
멍하게 돌아다니면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네.
그러니 자네도 돌아다닐때 조심하게나.
그나마 정신이 말짱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한 구석에 피신하고 있다네.
아무리 의견대립이라지만 서로 그렇게 피를 흘려서야 되겠나."
칼의 표정은 어느새 아쉽고 후회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느새 알 아지프의 한 가운데로 온 것 같았다.
칼은 한 선실을 열어주며 마틴을 그 곳으로 안내하였다.
"같이 돌아다니면 선원들을 피하기 어렵지.
내가 다른 사람들을 데려올테니, 자넨 여기서 잠시 쉬게나.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얘기를 듣지."
"칼, 중요한 한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의견 대립을 나눴던 함장과 부함장이 이미 시체가 되어있어요."
"그게 사실인가?"
칼의 질문에 마틴은 말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면 그건 중요한 사안이야.
지금 이 상황을 그나마 정리해줄수 있는게 함장과 부함장인데,
둘 다 죽었다면 그나마 생존해있는 우리끼리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하네.
내가 이 사실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지."
칼은 마틴을 선원실에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을 찾으러 나갔다.
방문이 닫히고 조그마하게 찰칵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정신이 멀쩡한 생존자를 만났다는 흥분감에
마틴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칼의 말대로 잠시 여기서 쉬면서
기운을 차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비록 선원실 내부가 다른 곳처럼
무생물적인 면에서 생물체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칼도 이런 곳에 자신을 남겨둔 것을 보면
이 곳이 안전하리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른 생각 할 필요 없이 잠시 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틴은 선원실의 한 쪽 벽에 매달린 침낭속에 들어가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비록 자신이 거미줄에 고치상태로 매달린 먹잇감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것은 자신의 신경이 피곤한 상태라고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니 안 보인다는 표현은 틀린 것 같다.
그저 우주를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
마틴이 자신이 왜 우주를 떠나니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알 아지프내에서 잠깐 눈을 붙인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아무런 장비없이 우주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상이 생긴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우주를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이렇게 우주를 떠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것보다
다른 쪽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론이 쉽게났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그렇다면 이건 꿈인 것이다.
꿈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일어날 터이니 말이다.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자 맘이 편했다.
꿈이라고 깨달은것이 이상했지만
깨닫지 못할 이유도 없다.
다만 확률이 너무 미미할 뿐이어서 그렇지.
마틴은 꿈이라고 인식을 하자 크게 이상이 없을것이라고 여겼다.
꿈에서 아무리 이상한 일이라도 일어날수 있다.
그건 꿈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마틴은 유유히 우주를 떠다녔다.
그런 그의 눈에 기묘한 함선이 들어왔다.
아니 함선의 모양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서 나오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함선에 호기심이 발동한 마틴은
그 함선을 향해서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함선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알 아지프였다.
그러나 외관은 자신이 알고 잇는 것보다 조금 더 새련되어보였다.
예전의 모습일까.
마틴은 궁금증으로 함선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꿈이다.
막힐 것이 없는 그의 몸은 그대로 벽을 통과해
함선 내부로 들어갔다.
밖의 모습은 새련되어보였지만
안의 모습은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바닥에 군데군데 고여있는 핏자국.
무기질로된 벽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내벽.
그리고 생물체의 그것처럼 소리를 내고 있는 파이프들.
비록 꿈이지만 현실과 비슷한 그 모습에
마틴은 기분이 불쾌해졌다.
그런 불쾌한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간혹 바닥에 누워있는 선원들이 있었지만
전부 죽어있는 시체였다.
그 모습또한 서로 싸우다 그런것처럼 보였다.
마틴은 그런 시체들을 지나 함교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곳엔 사람이 있다는 확신감이 들었다.
함교에 접근하여 안으로 들어가자
마틴의 예감이 맞는 듯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그저 멍하니 함교 중앙에 함교의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선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도 예전 알 아지프의 선원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의 눈에서는 피처럼 붉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피였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저 눈에서 조금씩 흘러서
얼굴을 타고 떨어져 갈 뿐이었다.
마틴은 그 기괴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불쾌감을 느꼈다.
여러가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어차피 꿈의 주민.
묻는다고 대답해 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마틴은 그를 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갑자기 그 선원이 마틴을 향해 돌아섰다.
마틴은 갑작스런 선원의 움직임에 놀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것을 멈추었다.
잠시 그렇게 마틴을 쳐다보던 선원의 모습에
조금식 변화가 일었다.
마틴과 비슷하던 키는 점점 작아졌고
남자의 얼굴은 점점 어려지더니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무심한 표정도 바뀌어서
울기 직전의 얼굴로 바뀌었다.
선원의 복장도 바뀌어서 어린여자아이의 복장에 맞게 변화하였다.
그렇게 선원이 여자아이로 바뀌자
마틴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 모습은 자신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선원이 어린 여자아이로 바뀐것도 충격이지만
그 아지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에 마틴은 더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아이는 울기직전의 모습으로 조금씩 울먹이고 있었다.
딸에게 무슨일이라도 생긴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꿈에 나타난 것일까.
마틴은 그런 불안한 생각에 딸을 향해 조심스레 팔을 뻗었다.
조금이라도 딸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딸을 향해 내밀었던 팔이 조금씩 부식되더니
이내 뼈뿐인 팔로 바뀌었다.
아니 팔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그렇게 바뀌기 시작했다.
뼈로 변화 부위도 이내 부식되더니 덜그럭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뼈로 부식되고 바수어지는 마틴을 보면서
딸은 울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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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마틴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떴다.
꿈에서의 충격이 심한 탓일가.
마틴은 그대로 멍하니 호흡만 거칠게 쉬고 있었다.
자심후 자신을 돌아본 마틴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았다.
알 아지프내의 한 선실.
그곳에서 자신은 벽에 기댄 침낭에서 잠깐 눈을 붙인 것이다.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에 마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곧 꿈의 내용을 생각하고는 불길한 기분에 빠졌다.
어째서 딸이 꿈에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왜 자신은 바수어져서 딸을 만지지도 못한 것일까.
앞으로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난다는 것일까.
마틴이 그런 불길한 예감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알 아지프는 그런 마틴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
여전히 생물체의 맥박과 같은 소리를 파이프에서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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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인가요 재미있네요 계속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