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머리를 벽에 기대었다.
여전히 맥박같은 파이프 소리가 들렸지만
불길한 꿈을 어느정도 떨처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잠시 기대고 있으니
맥박같은 파이프 소리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인 파이프 소리 말고도 다른 소리가 끼어든 것이다.
처음엔 파이프에서 나는 다른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가 왠지 규칙적으로 느껴졌다.
마틴은 침상에서 나와
벽에 귀를 대고 조심스레 그 소리를 파악하였다.
파이프소리와는 다른 뭔가가 벽을 치는 소리가
파이프 소리에 섞여서 들리고 있었다.
길게 쿵하는 소리와 짧게 쿵하는 소리.
마틴은 이 소리가 통신 부호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통신 부호와 이 소리가 같다면
분명히 이 소리는 어떤 메세지를 띄고 울리고 있을 것이다.
마틴은 귀를 귀울여 그 소리가
어떠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보았다.
[나...는...라...이...언...클...라...이...
칼...에...게...감...금...당...했...다...
위...치...는...]
마틴은 소리의 뜻을 파악하고는
어쩔줄을 몰랐다.
만약 자신이 해석한 것이 맞다면
라이언이 칼에 의해서 이 배 어딘가에 감금당했다는 것이다.
이 소리를 믿을 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가 라이언을 흉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소리가 알려주는 선실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칼은 밖은 위험하니 안에 있으라고 했지만
마틴은 이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철컥]
하지만 그런 마틴을 거부하듯이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러번 열려고 시도를 했지만
문은 잠겨서 열리지 않는 것이다.
문을 잠그는 방법은 세가지 정도일 것이다.
1. 전원 문제나 기타 위험 상황으로 문이 자동적으로 잠기는 경우.
그러나 알 아지프에는 전원이 들어오고 있어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경보등도 켜지지 않았다.
2. 선실 내부에서 잠근 경우.
하지만 자신은 잠근 기억이 없었다.
설사 실수로 칼이 잠갔다고 하더라도
안에서 잠긴 경우라면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문이 열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3. 선실 외부에서 잠근 경우.
그렇다면 답은 하나.
칼이 나가면서 이 문을 잠근 것이다.
이럴 경우 밖에서 열어주지 않는 이상 나갈 방법은 없다.
칼이 왜 문을 잠근 것일까.
혹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마틴을 구하기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마틴에게 안에서 문을 잠그라고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들어오는 상대만 확인하다면 안에서 열어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만약 칼이외의 안전이 없다고 파악해서
마틴을 어쩔수 없이 이 방에 가두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가기전에 마틴에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칼은 나가면서 문을 잠근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칼은 고의로 문을 잠그고 마틴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틴이 어딘가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칼이 무엇때문에 마틴이 어딘가로 가는 것을 원치않는 것인가.
마틴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칼은 함장과 부함장의 죽음을 몰랐다고 했고
선내반란에서 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
실은 칼이 선내반란을 주도했고
함장과 부함장을 죽음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마틴은 칼에게 껄끄러운 존재가 분명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함장과 부함장의 죽음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 예상이 맞다면 칼은 마틴을 감금하거나
처치하려고 할 것이다.
칼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을 계속 감금시킬것이다.
하지만 이 것은 미봉책이다.
나중에 구조함이 다가온다면 분명히 살아 있는 사람들을 확인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틴은 늦게라도 풀려날 것이고,
함장과 부함장의 죽음에 대해 다른 선원들에게 알릴것이다.
함장과 부함장의 죽음을 숨기고
선내반란을 그대로 이끌어 가려면
그러 사실은 퍼지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구조함이 오기 전에 마틴을 처치해버리는 것이
칼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늑던 빠르던 결국 마틴을 처치하기 위해
사람을 보낼것이다.
이 방에서 빠져나간다면 아마 그 때외에는 틈이 없을 것이다.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온 사람을 쓰러트리고 도망가는 방법.
이 것이 현재 마틴이 행해야 할 방법인 것이다.
마틴은 그런 불길한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싶었으나
이 것이 현재 상황에 가장 그럴듯한 해답이었다.
결국은 칼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
그 절망같은 현실에 마틴은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선내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파이프에 섞여나오는 소리가 맞다면
라이언 또한 감금되어있다는 것이고
그와 합류한다면 현 상황을 돌파할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잡을 것이다.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였다.
그다지 크게 기운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마틴은 다시 침낭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와서 자신을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에서 나가면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것이 나을것이다.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맥박같은 파이프 소리와는 다른 박자로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잠자는 척 하던 마틴은 누군가가
방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규칙적이지 않게 섞여서 들리는 것을 보아
한명이 아니 여러명이 온 것 같았다.
마틴은 자신이 깨어있었다는 것을 들킬까봐
궁금한 마음을 숨긴채 눈을 감고 잠을 자는척 했다.
이윽고 그 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추어 섰으며
조그마하게 [찰칵]거리는 소리가 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여러명이 방아능로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마틴에게 다가와 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마틴, 일어나게나."
마틴은 잠이 덜깬듯한 말투를 흉내내며 말했다.
"으으. 누,누구?"
"마틴, 나라네, 칼.
일어나게나."
마틴은 여전히 잠이 덜깬 듯한 모습을 흉내내며
침낭에서 나와서 섰다.
"자네, 피곤했나 보군."
"그런가 봅니다. 칼이 나간뒤에 침낭에 들어가서 눈을 붙였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두어시간정도 흘렀다네."
"그런가요?"
마틴은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마치 덜 깬 잠을 떨쳐버리려는 듯이 행동했다.
"잠깐 세수 좀 해도 될까요?"
"그러게나."
마틴은 구석에 달린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면서 잠을 쫓는 것처럼 행동했다.
천천히 얼굴을 씻으며 간신히 잠이 깬 듯하게 보이도록 노력하였다.
"어떤가? 잠이 좀 깼는가?"
"예. 그러적럭. 근데 뒤에 있는 사람들은?"
"아, 내 정비팀원들이라네.
자네를 나 혼자 데려가기는 힘들지 않은가?
그래서 몸을 지킬 동료를 데려온거네."
마틴은 슬쩍 뒤에 서 있는 선원 2명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약간 눈에 멍하기가 있었보여 제정신을 가졌는지 약간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선원들에 대해 말해 의심을 사기보다
환심을 사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절 생각해 주시다니 고마운데요, 칼."
"고마운게 뭐 있나.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는거지.
자, 이제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칼은 다른 선원들을 가장 앞세우고 그다음에 마틴을,
마지막에 자신이 선 대열을 만들고서는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상대방에게 들키기 싫은 듯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였기에
마틴은 상대방의 의심없이 주변을 살피듯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가끔 복도나 선원실 앞에 써있는 번호들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추측해보았다.
대략적인 규칙성을 통해서 라이언이 잡혀 있다고 하는 곳을 유푸해보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말없이 통로를 걷다가 앞에 갈림길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칼, 어느쪽이죠?"
"아, 왼쪽이야."
마틴은 얼마남지 않은 거리동안 머리를 굴려보았다.
현재까지 자신이 알아낸 규칙성에 의하면
라이언은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나오는 장소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 자신들은 그 반대방향으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치지 못한다면
벽을 타고 전해진 메세지의 주인을 찾지 못 할 것이고,
자칫하면 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틴은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하면서
갈림길에서 일행을 뿌리치고 달아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네, 무슨 일있나?"
마치 마틴의 마음을 읽은듯
칼이 마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마틴은 마치 자신의 속을 들킨듯 뜨금하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하였다.
"아니요.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닐쎄."
그러나 칼의 말투에 뭔가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마틴은 느꼈다.
미리 알아챈 것인까.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마틴은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앞서가는 선원들을 밀쳐서 제친다음
갈림길서 바로 오른쪽으로 향해 뛰기 시작한것이다.
처음엔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을 못했는지
상대방들은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등뒤에서 들리는 칼의 목소리가
현재상황을 정확히 알려주었다.
"빨리 저녀석을 잡아와!!
말을 안들으면 죽여도 상관없어!!"
칼의 목소리를 듣고 확신했다.
칼은 마틴의 편이 아닌 반란을 일으킨 쪽의 사람인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은 멀쩡하겠지만
그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미 명령으로 사살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틴은 죽을힘을 다해 그들에게서 떨어지는 하편,
라이언이 잡혀 있는 곳을 향해
알 아지프의 내부를 뛰어다녔다.
마틴은 자신을 잡으려는 선원들에게서 도망치면서
주변의 선실위치를 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라이언이 있는 위치를 가늠해보았다.
다행히 위치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 곳이라면 이렇게 달리다보면 10분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자신을 잡으려고 쫓아오는 선원들을 어떻게 따돌리냐는 것이었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하면 그저 이렇게 빙빙돌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잡힐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맞서 싸워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저 선원들이 지금까지 자신이 마주친 선원들보다는 제정신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다면 싸우게 된다면 난투극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2명.
자칫하면 협공을 받아 그대로 잡혀버릴수가 있다.
그렇다면 싸우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마틴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몸을 숨길 장소를 찾아 보았다.
그러나 선실로만 되어 있는 복도에서 그런 곳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최소한 선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선실로 숨는다고 하여도
직선거리가 많은 이런 복도에서라면
눈에서 놓치자 마자 주변의 선실을 뒤질것이고
그렇게되면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의 눈을 벗어날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마틴의 눈에
Y자의 갈림길이 나왔다.
라이언이 갇힌 방은 오른쪽으로 가야 하지만
마틴은 아무생각없이 왼쪽으로 꺾었다.
여전히 복도는 직선위주였고
몸을 숨길 곳은 보이지 않았다.
마틴은 다급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던 중
물건들을 넣어두는 창고로 보이는 문을 발견했다.
이곳이라면 선실에 비해서 발견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자신을 쫓아오는 선원들은 아직 Y자 갈림길을 돌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숨은 곳을 수색하더라도
주변의 선실들을 먼저 확인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틈을 봐서 라이언이 갇힌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마틴은 다급하게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안에서 잠갔다.
설사 선원들이 수상하게 여겨 문을 열려고 해도
고장난 문이라고 착각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마틴이 창고에 들어가서 얼마지나지 않아
선원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금방 자신을 쫓아온 것이겠지만
Y자 갈림길에서 자신을 놓친만큼 숨을 시간은 번 것이다.
이 것으로 선원들이 자신을 찾는라 시간을 허비했으면하고 바래었다.
문에 몸을 붙여서 귀를 조용히 갖다대었다.
밖에서는 선원들이 마틴을 찾으려는 듯 이리저리 헤메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일반선실에 마틴이 숨어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창고로 향하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위치가 들킬까봐 마틴은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밖의 발소리에 온 정신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차피 자칫하면 잡힐 수 있다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마틴을 감싸고 있어서 숨을 크게 내쉬려고 해도
얕은 숨밖에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선 마틴을 찾으려 다른 곳으로 가는 듯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틴은 그제서야 문에서 떨어져
자리에 주저앉으며 겨우겨우 그동안 제대로 못 쉰 숨을 들이키었다.
창고라서 그런지 신선한 공기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마틴의 폐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앉은채로 잠시 숨을 돌리던 마틴은
조심스레 잠긴 문을 열고
열굴만 빼곰히 복도 쪽으로 내밀어
주변에 누가 있는지 확인 하였다.
다행히 복도쪽에서는 사람의 그림자는 물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당분간은 이곳으로 오지 않겠지.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고
복도로 나와 라이언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지금의 상태라면 자신이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만 한다면
들키지 않고 라이언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마틴은 창고에서 무기가 될만한 물건을 꺼내 손에 쥐고
천천히 어둠이 가득한 복도를 가르며
라이언이 갇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언이 갇혀있는 선실의 위치는
좀 전에 도망치면서 대략 위치를 알아보았기에 찾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 다행히 다른 선원들과 마주치지도 않았기에
찾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언이 갇힌 선원실에 도착한 마틴은 낭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문의 잠금장치를 밖에서부터 부셔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를 구출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일단 그를 불러보기로 했다.
"라이언, 들리나요?"
잠시 뒤 방 안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조그마하게 들렸다.
"누, 누구야!"
"저예요. 마틴."
"거짓말하지마! 마틴은 우주선 밖에서 조난당했어!"
"그 조난당한 마틴이에요. 다행히 우주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네녀석이 마틴이라는 증거를 대 봐!!"
무슨일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라이언은 지금 선실밖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
목소리만으로도 마틴이라는 것을 알터인데 말이다.
어쩔수 없이 마틴은 자신이 작업중에 부르는 엉터리 노래를
라이언에게 들릴절도로 불러주었다.
"이렇게 형편없는 노래를 부를 사람은 우리배에 마틴밖에 없지.
자네가 맞군 그래!"
"그렇다니까요."
"자네 어떻게 돌아온건가?"
마틴은 라이언에게 자신이 배로 돌아오게된 경위와 배안에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역시나 칼이 자네를 노리고 있었나 보군."
"거기에 대해서 뭔가 아는게 있나요?"
"내 자세히 설명해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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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은 누군가의 습격으로 정신을 잃은 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이미 배안은 난장판이었다.
아마도 서로의 의견차이를 결국은 좁히지 못하고 다툼을 벌인것같았다.
그러나 라이언이 배 안을 돌아다니면서 본 것은 사아당히 충격적인것이었다.
바로 선원들이 서로 다투어서 죽은 시체를 본 것이다.
아무리 선원들의 다툼으로 싸움이 발생하더라도 그저
주먹다짐으로 끝난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상으로 발전하면 선원들 내부에 험악한 공기가 흘러 무슨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함장과 부함장이 그 이상으로 발전하는 다툼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제재를 해 줄 함장과 부함장 모두가 이미 죽은 시체였기 때문에
결국 서로에 대해서 험악한 공기는 그대로 커져갔고
결국 주먹다짐 이상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배안의 상황은 이미 뻔한 것이다.
배는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이 그저 입력된대로
이 우주에 그저 떠나니고 있을 뿐이다.
물론 구조함이 오겠지만 그 때까지 이 배의 기능은 정지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라이언은 그런 배의 기능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 남아 있는 선원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선원들은 마틴이 겪은 것처럼 그저 멍한 상태에서
라이언을 공격할 뿐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그런 선원들을 피해다닐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게오르그를 만난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문제는 게오르그는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게오르그와 라이언은 본함에 여러번 뒤져보았지만
본함에는 정신을 제대로 가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알 아지프로 혹시나 정신이 제대로 있는 선원이 있을까해서 넘어왔다.
게오르그의 부상을 치료하기위해 로렌스를 만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거기서 처음 만난 것은 칼이었다.
칼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구원은 요청하자 칼은 흥쾌히 응했다고 한다.
일단 둘을 안전을 위해 선실에 둔 다음 로렌스를 불러오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게 끝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게오르그의 상태가 점점 심해지자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칼을 찾기위해 나가려고 했으나
문은 이미 밖에서 잠겨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부상으로 인해 게오르그는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후에 라이언은 선실에 들어난 파이프를 쳐서 자신의 상황을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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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게오르그씨가 죽은 것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다네. 그 후부터 계속 파이프를 쳐가면서 상황을 전한 것이라네."
"하아. 그럼 이 모든일에 칼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네요."
"그렇다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칼은 함장과 부함장이 죽은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눈치였다네.
그리고 그것을 숨기면서 뭔가를 꾸미려하는 것 같고, 윽."
말을 하던 라이언이 갑작스레 신음을 내뱉자 마틴은 놀랐다.
"라이언, 괜찮으신건가요?"
"하아, 정신을 잃기전에 누군가에게 머리를 세게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서 그렇다네.
내 걱정은 말고 칼을 찾아서 그가 꾸미는게 뭔지를 확인해보게나."
"알겠어요. 라이언씨도 몸 조심하세요."
그러나 대답대신 라이언의 거친 숨소리만 문 너머로 들려왔다.
마틴은 라이언이 걱정되었지만 더 이상 자신이 어떻게 해 줄수 없기에
그 자리를 떠서 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를 찾으면 여러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마틴은 그렇게 확신하면서 걱정스런 라이언을 남겨두고
어두운 불빛이 가득한 복도를 향해 나아갔다.
마틴이 칼을 찾고 있을 무렵 칼은 알 아지프의 의료실에 있었다.
아니 칼 뿐만 아니라 로렌스 또한 같이 있었으며
몇몇의 선원들이 그 둘과 같이 있었다.
다만 같이 있는 선원들은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배 안에 있는 다른 선원들보다는 양호해 보였지만
정상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명령받은대로 움직이는 인형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그렇게 선원들은 의료실의 한 쪽벽에
군일들처럼 오와 열을 맞춰서 서 있었다.
"젠장, 그 녀석만 잡으면 모든게 해결되는데."
칼은 화부터 내고 있었다.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알 아지프의 소리에 따라
지금까지 잘 행동해 왔다.
마틴에게는 한수의 죽음을 모르채 했지만
폭동이 일어났을때 이미 칼과 로렌스는 한수와 매튜의 죽음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그 둘은 그 것을 선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것이라고 귓가의 소리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방해할 일반 선원들은 이미 죽은 상태였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라이언과 게오르그는 감금시켰다.
이제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귓가의 소리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질 것인데
갑작스레 마틴이 나타난 것이다.
이 변수가 자칙하면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생각 때문에 칼은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해. 어차피 녀석은 혼자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선원들에게 잡히면 끝장이지.
다른 곳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이 배안에서 잡을 수 있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녀석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
그런 녀석은 빨리 제거해야해!"
칼은 선원들에게 명령시켜 일부는 알 아지프와 본 함을 연결하는 통로를 지키게 했고,
나머지는 배 안을 샅샅이 뒤져 마틴을 찾으라고 하였다.
칼 또한 자신도 마틴을 찾으려고 나가려고 하자 로렌스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자네도 찾아보려고 하는가?"
"내 눈에서 그 녀석이 죽는 꼴을 확실히 봐야 맘이 놓이겠어.
그러니 나도 녀석을 찾아야지."
그렇게 말을 하는 칼의 눈에는 어두운 기운이 이글이글 맺혀 있었다.
로렌스는 그런 칼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칼 또한 알 아지프의 홀려 있으니 알아서 할 것이다.
로렌스가 말이 없자 칼은 그대로 의료실을 나가버렸다.
칼이 의료실을 나가자 로렌스는 의료실 한 쪽에 있는 진찰대로 움직였다.
거기에는 선원 한 명이 눈을 감은채 누워있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으로 봐서는 죽은 것은 아니었다.
칼은 진찰대 옆에 서서 그 선원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틴이나 라이언이 봤으면 그 선원의 정체를 알고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는 사실에 놀랄것이다.
그 선원은 바로 알 아지프의 첫 희생자였던 선원이다.
분명히 머리에 큰 손상을 입어 냉동캡슐에 들어가야 할 선원이
지금 알 아지프의 의료실에 누워있는 것이다.
그러나 칼은 이 선원이 여기 있다는 것이 당연한듯이 여기고 있었다.
"슬슬 그럼 나도 마무리 작업을 들어가볼까.
조금만 참게나, 레이몬드 바렐.
이제 목표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말이네."
로레스는 칼에게 자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칼과는 다른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마틴이 잡히건 말건 상관이 없었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키는 데에는 이 선원만이 필요했다.
그러기에 마틴을 잡으려는 일에 수동적인것이다.
솔직히 칼이 마틴에게 당해도 상관은 없었다.
아니 자신 또한 마틴에게 당해도 상관없다.
이 선원만이 남아 있다면
모든 일은 알 아지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렌스는 자신의 귓가에 울리는 칼과는 다른 소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배가 원하는 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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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