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락실에 있었습니다.
리조트 같은 곳에 가면 있는 게임기가 몇 개 있는 작은 오락실이었습니다.
역시 제대로 운영하는 오락실이 아니어서 그런지 최신 게임들보다는 메탈 슬러그 같은 오래된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텅 비어 있었는데 한 아이가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게 보였습니다
뒷모습이 익숙해서 옆에 앉아서 아이 얼굴을 보니 제 7살 난 아들이었습니다
"어? 민서야 엄마가 게임하는 거 허락 받았어?"
대답 없이 입을 벌리고 게임에 집중하는 아들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왜 아들이랑 오락실에 있지? 꿈인가?'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아들이 맞았습니다
기억이 안났지만 일단 아들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서 그냥 게임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락실 문이 열리고 와이프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옷차림이 이상합니다. 안에는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 위에 샤워 가운 같은 것을 걸치고 부스스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상시 집 앞에 나가도 세수하고 화장까지 해야지만 나갔던 와이프가 저런 차림으로 밖에 나간 적이 없던 터라 '어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민서야 엄마 왔다~"
"자기야 짐 다 챙겼어 이제 가자"
"어? 그래 민서야 이제 가자"
아들 손을 잡고 오락실에서 나왔는데 못 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
"왜 그래 자기 친구 잖아"
"난 모르는 분인데?"
"자기 친구라고 같이 놀러오셨잖아~"
모르는 사람한테 내 친구라고 하질 않나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평소랑 많이 다른 와이프까지...
"아닌데 난 모르는 사람이야. 여긴 어딘데? 난 여기 언제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나"
"어떻게 오긴 운전해서 왔지. 오늘 휴가 끝이잖아. 이제 체크아웃하고 가야 해"
"이 분도?"
"당연히 같이 왔으니까 같이 가야지 왜 그래 자기야"
그 남자 분은 그냥 웃고만 있었습니다 저는 뭔가 이상하다 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간난아기 둘째가 생각났습니다
"나은이는? 나은이 어딨어?"
"빨리 가자 자기야"
둘째가 어디에 있는지 대답도 안하고 계속 가자고 하는 와이프. 그때 꿈인 걸 알았습니다
"이거 꿈이지?"
"꿈 아니야 자기야"
"당신도 이상하고 이 사람은 난 알지도 못해 여긴 와본 적도 없고 나은이도 없네? 꿈 맞지"
"빨리 가자 자기야"
보통 이 정도되면 꿈에서 깨는데 꿈이 깨지 않았습니다.
"꿈 아니야 우린 진짜 빨리 가야해"
"가긴 어딜 가! 꿈이 아니면 나은이는 어딨어?"
"집에 가야지 빨리 가자니깐?
화를 내기 시작하는 와이프, 여전히 말없이 웃고 있는 남자, 엄마 손 잡고 겁먹은 듯 나를 쳐다보는 아들까지...
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꿈이라면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을텐데 여긴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뒤에서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돌아봤습니다
그 순간 저는 놀라서 굳어버렸습니다.
남자는 없어졌고 와이프와 아들은 제가 모르는 여자와 아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가지마!! 집에 가야한다니까"
이 와중에도 꿈이 안 깨어서 그냥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사이로 마구 달리다가 전 넘어졌고 넘어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휘이익 하는 휘파람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큰 공 위에 어떤 사람이 부자연스럽게 팔을 벌리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다 하얗게 되면서 그 사람이랑 그 사람이 타고 있는 공만 주황색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꿈에서 깰 수 있었습니다.
개꿈 같지만 깨고 나서 한참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너 한테야 꿈이지 나한테는 아니야" 일수도
보통 꿈이란걸 자각하게 되면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무서운것을 떠올리게 되면 바로 악몽이 된데요 한때 루시드드림이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어서 카페에 가입했다가 가위만 엄청 눌렸다는 글들을 보고 그냥 시도조차 안해봤어요ㅎㅎ 물론 성공기도 적혀있었지만 대부분이 여자 연예인이랑 ㅅㅅ성공했다 덩도의 못미더운 글들 뿐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자각몽이라고 루시드 드림이라고 아시나요? 같은 경험일 경우에 대처할수있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괴담란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언이긴 하네요 ㅎㅎ
제 친구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거 꿈이지? 라고 하니까 꿈속의 저 뿐만아니라 행인마저도 꿈이 아니라고 말하는 꿈이였다고 하였지요. 괴상할만큼 현실감이 느껴지는건 덤이고 말이죠.
이러한 이야기는 영적인것을 믿지 않는 사람도, 그것을 믿는 사람도 두 유형의 사람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곤 하죠. 잘 읽었습니다.
대처법이 어떻게 되나요?
괴담게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꿈은 단순히 뇌의 활동에 불가합니다. 자각몽도 단순한게, 꿈이 상상을 하면 그대로 행할 수 있습니다. 저런 기묘한 일이라는건 자신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서사인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꿈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가 이런, 평소에 알 수 없는 무의식을 알수있다는 점이 참 재미있지요.
와리오
보통 꿈이란걸 자각하게 되면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무서운것을 떠올리게 되면 바로 악몽이 된데요 한때 루시드드림이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어서 카페에 가입했다가 가위만 엄청 눌렸다는 글들을 보고 그냥 시도조차 안해봤어요ㅎㅎ 물론 성공기도 적혀있었지만 대부분이 여자 연예인이랑 ㅅㅅ성공했다 덩도의 못미더운 글들 뿐이었습니다
아 알람을 이제야봤는데. 뭐 그런것을 제외하고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라는 것이라는게 제 말의 의도입니다. 괴담은 괴담으로 끝나야지 현실 생활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이라, 큰 걱정마시는걸 추천드리고 싶어서요 :)
"너 한테야 꿈이지 나한테는 아니야" 일수도
말씀하신 대사같은 느낌의 충격적인 만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아시나요 ㅠ
음... 잘 모르겠네요
헛 지금 찾았어요. Sm플레이어 단편이었네요 ㅋㅋ 그 사이에 대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