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내용이 깁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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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조금씩 내리다 돌아가는 길이 되니 비가 그쳤다.
미팅이 끝나고 돌아가는, 선선해진 저녁.
문득 담배 생각이 나서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오늘도 참 힘들었네..."
이 독백을 시작으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 입에서 나오는 지독한 담배의 냄새와 하얀 안개.
그 안개를 보며 미팅한 내용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팀장님, 이것도 추가해주셔야죠."
"A과장님, 이건 협의한 내용과는 좀 다릅니다.. 애초에 이걸 추가하려면 저희는 이 비용으로 할 수 없습니다.."
"팀장님, 팀장님 재량 되시잖아요, 그냥 밀어붙이시면 될텐데."
"A과장님, 아무리 그래도 어렵습니다.. 이거 하려면 저희 비용을 훨씬 초과해서.."
"팀장님 그렇게 안봤는데, 이러시면 서로 곤란하죠?"
A과장은 항상 나에게 무리한 일정을 내밀고, 말한 내용에서 항상 추가를 해왔었지.
이른바 갑질. 돈을 주는 업체니, 의뢰를 한 업체니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저쪽이야 다른 곳에 일을 맡기면 그만인 곳이니까...
이럴 떄 정말 회의감이 든다. 돌아가서 이야기 하면 또 얼마나 깨질지...
개발팀장과 현장과장, 그리고 우리 부장까지.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 하면 뒤집어지겠지.
또 나에게 말도 안되는 일정과 업무를 가져오고, 돈도 안되는거 해온다고 대표도 화를 내겠지.
정말 이 일이 내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차라리 관둘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담배가 거의 타들어간다. 별로 빨지도 못했는데... 다시 하나 물려고 할 때, 호떡을 굽는 향이 진하게 난다.
근처를 둘러보니, 건너편 옆 가게에서 호떡을 팔고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
종이컵 안에 들어가있는 호떡을 건네는 주인 할머니,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주머니.
가만히 보다가 나도 먹고 싶어져서, 건너가서 할머니에게 말했다.
"호떡 하나만 주세요"
할머니는 듣고 쓱 쳐다보더니, 말 없이 호떡을 굽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식용류를 넣어 하얀 반죽덩어리에 넣어지는 갈색 설탕덩어리와, 같이 들어가는 씨앗들.
나도 저렇게 잘 어우러져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호떡 뒤집개에 눌려서 커지는 호떡, 나도 마음이 저렇게 쉽게 커지면 좋겠다는 생각과,
호떡이 익어지는 과정에서 나도 점점 깨지고 닳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1000원"
할머니의 조용한 소리에 쓸데없는 잡념이 깨지고, 다시 냉혹한 현실로 돌아온다.
지갑에서 만원 꺼내서 건네주니, 잔돈 없냐는 할머니의 말에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 사고 거스름돈으로 잔돈 만들어온다고 했다.
할머니는 말 없이 지켜보다가, 한마디 하셨다.
"총각, 너무 지쳐보이는데.. 그냥 가져가. 그리고 힘내고."
그 한마디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뭔가 힘이 되는 말. 이게 연륜인 것일까?
내가 지쳐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미 표정에서 다 드러났을까? 아니면 말에서?
할머니에게 고맙지만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 편의점에서 바꿔올테니 호떡 하나 더 해달라고 했다.
"총각 그냥 먹어, 어짜피 만들 재료도 다 떨어졌어."
"그래도..."
"그냥 가. 어서."
그래, 우선 받아들이고 편의점에서 거스름돈 받고 주고 오자.
"고맙습니다 할머니, 돈 바꿔서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원... 됬대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무작정 편의점을 찾아보려고 가게를 나왔다.
근처를 다시 둘러보니, 편의점은 보이지 않고 작은 슈퍼가 하나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서 담배를 사고, 잔돈을 천원짜리로 달라고 했다.
"혹시 안좋은 일 있나?"
담배를 건네주면서,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아뇨.. 그런 일 없는데요."
"그래? 음.."
별거 아닌데, 내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이는가, 아까 할머니도 그렇고 이 할아버지도 그렇고.
잔돈을 받고 호떡 가게에 다시 가는데, 문득 이상했다. 무언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묘한 이질감.
"내 차.. 저기에 주차했었는데?"
차가 사라졌다. 차키는 나에게 있는데. 견인 당한건가? 아니 견인 차량이 흰색 줄에 있는 차를 견인한다고?
애초에 견인되는 소리도 안들렸는데??? 그리고 견인을 금방 할 수 있는거도 아니고...
시동도 꺼져있는데 어떻게 차가 사라진거지?? 누가 끌고갔나??
호떡 가게 할머니에게 물어도 볼겸, 돈도 드릴겸 가보니,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재료가 떨어졌다는 말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자리를 비운건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에 비운건지는 알 수 없지만.
탁자에 호떡 가격인 천원을 두고 나와서, 핸드폰에 112를 눌러두고 담배를 하나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차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견인은 확실히 아닐텐데.. 흰색줄이기도 하고, 견인하면 도로에 딱지를 붙였을건데..
그럼 누군가가 내 차에 시동을 걸고 끌고 갔다는 소리인데.. 차 키는 나에게 있는데 어떻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녹색으로 이쁘게 그려져있는 버튼을 눌렀다.
"네, 112 입니다."
"아.. 제가 지금 Z호떡가게 앞인데.. 제 차를 누가 가져갔어요."
"네? 차를요?"
"네.. 제 차가.. 견인은 아닌데 그냥 사라졌네요.."
"근처 경찰 보내드리겠습니다."
담배를 마저 피고.. 구워진 호떡을 먹었다. 달콤하면서 고소한, 호떡.
진짜 오랜만에 먹는 호떡이다. 정말 맛있네..
호떡을 다 먹고 가게 앞에 있어도 할머니는 가게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는 경찰.
경찰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경찰도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차를 건너편에 세우고.. 가게에 왔는데 돌아오니 차가 없어졌다고요?"
"네. 차키는 저에게 있습니다. 근데 차가 사라졌네요..."
".....차키는 있으시다고요? 그럼 차량을 탈취한 사람은.. 강제로 문을 열고 차에 시동을 걸고 갔다는 소리인데.."
"잘 모르겠습니다.. 저 가게 안에 있어서.."
"그럼 차 문은 열어두셨었나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차가 없어진거로 보면 문은 열어두지 않았을까 하네요.."
"알겠습니다. 차량 번호 알려주세요. 도난 차량으로 수배하겠습니다."
차량 번호를 적고, 걱정하지 말라며 요새 차 탈취하는 사람 금방 잡는다며 CCTV 등 바로 조회해보겠다고 하고, 연락주겠다면서 내 연락처를 받고 경찰은 떠났다.
......난 어떻게 돌아가지? 벌써 해도 기우려고 하고 있고.. 집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스마트폰을 꺼내서, 돌아갈 방편을 찾아본다. X군 Y리.. 터미널도 없는 곳이라, 버스나 택시를 타고 움직이고 가라고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지나가는 택시도 보이지 않고, 콜택시 호출을 눌러보았지만,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담배를 다시 꺼내고,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 오늘 일진 완전 망했구만.."
짜증이 난다. 차는 도난 당하고, 날은 벌써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고, 이 동네에서 자자니 숙박시설도 조회가 안되고. 택시도 안잡히고.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하니 30분이나 기다려야 해서, 그냥 근처를 보면서 혹시 내 차라도 있나 둘러보는 선택을 했다.
어느덧 해는 지고, 가로등의 불빛으로 거리는 환해져 있었다.
차가 근처에라도 있을까, 차키에 달려있는, 작은 네모난 열림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뭐.. 있을리가 없지.. 차를 가져갔는데 이 근처에 있겠나."
괜한 헛수고였을까, 그래도 동네를 둘러보면서 살짝, 그리고 깊게. 계속 열림 버튼을 눌러본다.
"삑-" "덜컥"
버튼을 눌렀을 때 내는 차 소리와, 차 문이 열리는, 걸쇠의 그 특유의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무언가 굉장하게 느껴졌다. 누름과 동시에 이런 소리라니. 뭔가 우연이겠지만, 한편으로 두근거린다.
"삑-" "덜컥"
다시 누르니 또 들린다.
"삑-" "덜컥"
또 들린다. 설마 이거 내 차인가?
굳게 닫혀있는 문 뒤로, 우연찮게 이런 소리가 들리다니, 정말 신기했다.
"삑-" "덜컥"
누르니 또 들린다. 확실히 내 차인가? 나 혼자는 집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112에 전화를 해봐야지.
전화를 받고, 어디냐는 말에 동네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들어오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로 알아들었는지, 못알아들었는지 알겠다고, 금방 사람을 보내겠다고 112는 이야기 했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이윽고 경찰이 왔다. 아까 온 경찰과 같은 경찰이다.
"이 안에 선생님 차가 있으신거 같다고 하셨죠?"
"네.. 제가 차키 버튼을 누르면 이 안에서 소리가 나네요."
그러면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찰은 그걸 듣고 바로 집의 초인종을 경쾌하게 울렸다.
"계십니까!"
조용히,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경찰이 다시 한번 초인종을 울리고 문을 두드리며 말하지만, 반응이 없다.
"선생님, 집안에 아무도 없는거 같은데, 우선 기다려보시는게 어떨까요?"
"아니 그래도 제 차가 여기 있는거 같은데..."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여기 있는 것이 선생님 차라고 확신할 수가 없어서 저희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아.. 네.."
"아니면 선생님, 돌아가계시면 저희가 다시 확인해보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차가 없으면 오늘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이 집 안에 누군가 있지 않는 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저희가 내일 바로 확인하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무것도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경찰인데. 민간인인 내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우선 알겠다고 하니, 경찰은 이 집이 의심이 되어도 들어가거나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떠났다.
다시 담배를 꺼내들고,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버스가 오려면 약 5분 정도 남았다. 그리고 그 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담은 그리 높지 않았다. 조금만 하면 넘어갈 수 있을 정도. 내 눈높이보다 약간 더 높은 담. 이정도면 넘어갈 수 있을거 같았다.
차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이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차고가 집이랑 바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아니면 따로 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서 봐도 되지 않을까? 집에 사람도 없는거 같은데.. 내 차인지만 확인하면 되니.. 그리고 버스도.. 막차시간은 아니겠지. 시계는 오후 7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경찰과 내가 없는 사이에 차 도둑이 내 차를 처분하면? 차를 찾지도 못하고 도둑이라고 의심도 못할텐데, 그래. 내 차인지 확인하자.
주변을 한번 살핀 후, 근처에 아무도 없고 CCTV 또한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담을 넘으려고 했다.
막상 넘으려고 하니 의외로 높았다. 벽에 발을 기대고, 낑낑거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담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내려가려고 밑을 보니, 어두컴컴한 흙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이 담에서 아예 넘어가면, 나는 범죄자가 되리라.
왠지 모를 스릴이 느껴진다. 가슴은 매우 쿵쾅쿵쾅거려, 내 귀에도 울릴 지경이었다. 왠지 모를 흥분이 되어, 단숨에 뛰어내려갔다.
"탁"
담을 넘고 나는 소리, 그리고 옆을 보니. 다행히 차고는 외부에서도 들어갈 수 있도록 따로 문이 있는 것 같았다.
망설임없이, 그리고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돌아오기 전에 신속하게. 나는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고,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열리는 문소리, 어찌나 문소리가 기괴한지, 뭔가 듣는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차고 안은 어두컴컴했다. 문을 닫고, 내 핸드폰의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서 차고지 내를 비춘다.
회색의 구형 디자인, 이쁘지는 않지만 투박한 차, 차량 넘버 'XYZ". 똑같다. 차키 열림 버튼을 누르니 차량 비상등이 깜빡이면서 나를 반겨준다.
내 차다. 어째서 이 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내 차다.
이제 경찰에게 전화를 하고 돌려받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경찰의 말이 떠오른다. 들어가면 뭐에 걸린다고 했던거 같은데.. 이미 내 차가 여기 있는데 그걸 신경써야 할까?
집주인이 없는 사이, 잘 생각해야 한다. 저 차고지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열리면 차를 가져갈 것인가.
경찰에게 지금 당장 전화해서 오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내일까지 순순히 기다릴 것인가.
내 차를 앞에 두고, 다양한 선택지 또한 목전에 두고 생각해보았다.
어느 것 하나 안심이 되지 않는다. 내일까지 기다리면, 오밤중에 이 차를 없애버리면 어떻게 하나?
경찰에게 연락하자니,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경찰의 경고가 떠오르고.
내가 강제로 빼자니,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것과 동일한 것 아닌가. 애초에 차고 문도 열리려나 모르겠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 차를 가져온 사람은 확실한 범죄자지만, 나 또한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식은땀이 흐른다. 순간적인 흥분과 이성상실로 인하여 어떠한 결정을 해도 안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금 생각하다가, 경찰에 연락하거나 내가 직접 차를 가져가면 나 또한 범죄자가 되어버린다는 결론, 내일까지 기다리면 범죄자는 안된다는 결론.
내일 기다렸다가 이 차가 사라지면, 이 차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만 있으면 되니 사진과 영상으로 여기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기다리는 것으로.
내가 범죄자가 되지 않는, 내 차는 확인했으니. 중간에 차가 없어져도 증거가 있으면 되니까. 조용히 증거만 찍고 나가자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고 폰을 들었다. 그 순간, 방이 하얗게 빛났다.
정확하게는, 하얗게 빛난 것이 아니라 차고 내부의 전등이 켜진 것이지만.
집주인이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원래 내부에 있었는데 초인종과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도 모른체 한 것일까??
아니면 자고 있어서 듣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해봐야 쓰잘데기 없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덜컹"
옆에서 열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소리난 곳을 바라보니 계단 위에 문이 열려있었고. 거기서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자신없게 들리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놀라서, 내 심장은 쿵쾅쿵쾅 마구 뛰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 차가 여기 있는데 당신이 가져갔나? 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차 확인하려고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지나가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
그 여자의 얼굴을 보니,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상도 선하고, 뭔가 마음이 한결 놓인다.
주머니에 폰을 넣어두면서 말을 했다.
"저기.. 제 차가 여기 있는데. 혹시 당신이 가져갔었나요?"
"네?? 이 차요?? 아뇨, 왜 이게 여기 있죠??"
왜 이차가 여기에 있는지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저쪽에서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이거 참 난감하네.
"아.. 제가 이 차 주인인데.. 제 차가 없어져서.. 막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세한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우선 이 차를 뺄 수 있게 차고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안됩니다."
단호한 여자의 목소리. 하긴, 나 같아도 갑자기 자기 집에 누가 들어와서 이거 내껀데 내가 가져간다고 하면 어이가 없겠지...
"정말 제 차입니다. 제가 키도 가지고 있고..."
"경찰 부르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뒤돌아서는 여자, 나는 놀라서 "잠깐만요" 하고 외치면서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며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다행히 닫히기 전에 내 왼쪽 다리가 먼저 낄 수 있었다.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저 뭔가 하려고 온게 아니예요!! 진짜 저거 제 차입니다!!"
"나가세요!! 당장!! 나가라고!!"
앙칼진 목소리. 높아진 목소리. 이래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 또한 흥분해서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진정하시고,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문 열고! 저 문 안으로 안들어가겠습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요!!"
문을 열심히 당기면서 닫으려고 하는 여자와, 그걸 못닫게 막는 나.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이 상태로 이야기만 들어요! 그럼 되잖아요!"
"...........?"
문을 당기던 힘이 사라졌다. 다행히 이야기는 들어주려고 하나보다.
"고맙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할게요."
"........."
말이 없다. 당기던 힘도 사라졌고. 문 안쪽도 안보이고, 문을 당기던 손도 보이지 않는거보니. 그냥 이 상태로 들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지쳐서 문 앞에 앉아있던가. 여튼 들어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왼쪽 다리가 아파온다. 다리를 끼었으니 당연하겠지만, 너무나도 아파왔다. 그래도 말을 할 수 있다는게 다행이다.
이윽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누구이며, 이 지역이 왜 왔는지, 그리고 차가 사라진 경위를 말하는 찰나였다.
깊게 들어오는 뜨거움. 그리고 바지를 물들이고 있는 진한 붉은 빛깔.
"아아아아아악!!!!"
칼로 내 다리는 찔렸다. 한번, 두번, 세번... 여러차례 뜨거움이 느껴졌다.
다리를 문에서 뺐다. 그리고 열려있는 문 사이에 보이는 날카로운 은색 빛. 그 은색 빛 위를 덮고 있는 진한 붉은 색의 물.
문이 열리고. 광기로 덮혀있는 여자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이런 XX XXX!!!!!"
내 입에서는 욕이 나오면서, 여기서 벗어나야 살 수 있다고 본능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칼을 들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여자, 왼쪽 정강이 부분이 여러차례 난도질 당하고 일어서기 어렵게 된 나.
"갈게요!! 간다고!! 그러니 오지마요!!"
아무말 없이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간다고 외치면서 제발 오지 말라고 하고 옆 난간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그 때. 여자의 몸이 커졌다.
아니, 커진게 아니라. 나에게 달려든 것이지.
나는 계단을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정신은 부여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위를 보니, 여자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면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너도 죽어.. 너도 죽어.. 너도.."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몸과 정신을 모두 휘감았다.
도망가야 한다.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고, 바로 차 문을 잠궜다.
여자를 보니, 차창에 붙어,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야이 XXX!! 왜 날 찔러!!!"
"......"
"나 아무 짓도 안했잖아!!!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했는데!!!!"
"......"
"XX!!! 당장 꺼져!!!"
"꺄르르륵"
갑자기 웃기 시작한 여자, 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야. 어서 여기서 벗어나야 해.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할 때,
"덜컥"
차 잠금이 풀렸다!!!!
미친듯이 차 시동 버튼을 누르고, 기어를 후진으로 했을 때, 다시금 익숙치 못한 뜨거움이 팔에 전해졌다.
"아아악!!!!!!"
내 팔에 그 여자가 칼을 꽃고, 뺐다. 그리고 다시 꽃으려 할 때, 나는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쾅!!!!"
문과 함께 부딪힌 여자는, 넘어졌다. 차는 차고 벽에 부딪히고, 나는 핸들을 다시 돌렸다.
"끼이이이이익"
타이어가 돌아가는 소리, 어서 나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오른손으로 핸들을 돌려, 미친듯이 후진으로 차고 문으로 차를 이끈다.
"끼이이이익!!" "쾅!" "쾅!"
벽에 긁히는 차의 소리와, 운전석 문이 떨어지는 소리, 문에 부딪힌 차의 소리. 이 소리들은 너무나도 우렁차고,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차고문은, 그리 쉽게 뚫리지 않았다. 한번에 나가는 것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을까.
차고문은 쉽게 욿리지 않았고, 다시 차를 앞으로 빼려는 순간, 여자는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XXX!!!!!"
웃으면서 여자는 천천히, 나에게, 중얼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죽어.. 죽어.."
완전히 정신이 나간 여자였으리라, 너무나도 강렬한 한기가 나를 덮쳐왔다. 이것이 죽음의 느낌이라는 것일까?
그래도 살아야 해서, 나는 여자를 향해 돌진했다.
차를 앞으로 돌진시키니, 여자는 단 한발짝으로 벽쪽으로 피하고, 나에게 다가와서 칼을 휘둘렀다.
"죽어.. 죽으라고..!"
난도질당한 왼팔을 들어 어떻게든 방어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다시 엄청난 뜨거움이 나를 반겨준다.
"아아아악!!"
다시 강하게, 차를 후진시킨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기에.
"쾅!!!"
차가 문에 부딪히며, 다시 희망적인, 우렁차고 묵직한 소리를 낸다.
여기서 한번 더 전진해서 후진하면, 문이 부셔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는 재밌다듯 웃으면서, 나를 향해 칼을 들고 있었다.
다시 빠르게 전진시켰다.
"쾅!!!"
차 앞 부분이 벽에, 아주 통쾌하고 강렬하게 부딪혔다. 제발, 제발, 후진할 수 있게 차야 움직여다오.
"아아아아악!!!"
불에 달군 쇠꼬챙이에 닿으면 이런 느낌일까, 어깨에 엄청난 뜨거움과 아픔이 전해진다.
정신이 없다. 여기서 내가 멈추면 죽는다.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후진을 넣고 엑셀을 강하게 밟는다.
"쾅!!!!!"
강하게 흔들리는 차량, 그 사이에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앞을 보니, 차고 문이 반쯤 앞 유리창을 덮고 있었다.
저 미친 사람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 나는 운전석을 나와 절뚝 거리면서 외쳤다.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죽어요!!! 살려줘요!!!"
뒤를 돌아보니,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골목길. 은은하고 아름답게, 낭만적이게 비추던 가로등은 사이로.
그녀가 나왔다.
"악!!! 살려줘!!! 사람살려!!!"
아무도없는 조용한 골목길, 당연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근처 주변의 집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반응해줘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내가 여자에게 죽는다!
어떻게든 살고자, 성한 오른다리로 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넘어지고, 뒤를 보니 그 여자는 벌써 나에게 거의 다 와있었다.
그녀는 죽음을 고하는 사신인가, 단순한 정신나간 사람인가, 이대로 나는 죽는걸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만감이 교차한다.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데, 나 죽으면 내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오지마!! XX!! 오지 말라고 XXX아!!"
허무한 외침, 그녀는 꺄르륵 웃으면서, 아주 조신한 걸음으로 사뿐사뿐 나에게 다가온다.
그때였다.
"에구머니나, 총각! 무슨 일이야!"
"아이고, 여기 뭔일이야!!"
낯설지만, 반가운 목소리. 아까 들렸던 호떡가게 할머니와, 슈퍼 할아버지였다.
살았다는 느낌과, 안도감. 나는 살 수 있겠지.
"아이고, B야!! 너 뭐하고 있어!!"
할머니의 목소리. B는 아마 저 여자를 지칭하는건가?
"칼 내려놓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할머니!! 저 여자 정신 나갔어요!! 어서 신고해줘요!!"
"아니야, 저 애는 그렇지 않아. 무슨 일인데 그래?"
할아버지의 목소리. 다시 불안감에 휩싸인다.
"할아버지!! 우선 신고부터 해주세요!!"
"어허 그럼 안되지! 저 애가 뭘했는데!"
이 사람들, 뭐지, 나는 칼에 난도질 당해 왼팔과 왼다리를 못쓰게 되었는데. 피범벅인 나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니?
문득, 주머니에 넣은 폰이 생각났다. 제발 부셔져 있지 않기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 정신나간 여자에게 다가갈 떄, 폰을 확인하니 다행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112를 누르고,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내 의식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하얗게 변해있는 내 팔과 내 다리.
시간이 좀 지나고,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조사하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의식을 잃고나서, 그 여자가 나를 죽이려고 칼을 들었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막아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께서도 다치셨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이 와서 그 여자를 막고, 체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왜 그 여자는 그런거냐고 하니까, 그 여자가 사고사를 위장하여 부모님을 죽이고,
돌아와서 언니와 남동생을 차례차례 죽였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을 안한다고 전해주었다.
사고사로 위장한게 들킨건 차를 사고내고 차키를 들고 돌아가서라고 했다. 차키가 차 내부에 없으니 누군가가 고의로 낸 사고라는 것이겠지...
내 차는 어떻게 가져갔는지 물으니, CCTV를 보니 그냥 그 여자가 자연스럽게 내 차를 가져갔다고 했다.
사고사로 위장한 차량이 옆에 있으니 여자가 당황했던거 같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차종이 같고, 우연찮게 주파수가 같아서 차문이 열리고 시동도 걸린 것으로 파악한다고 자세한건 더 조사해봐야 안다고 말을 해주었다.
동네에서 착한 아이로 항상 밝게 다녔다는 B양인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본인만 알고 있을테지.
경찰 조사가 끝나고, TV를 보니 뉴스가 켜져있었다. 가족살인사건. 용의자로 보여지는 그녀. 얼굴은 안보이지만 딱 봐도 그녀인게 느껴졌다.
기자들이 왜 죽였습니까? 하면서 달려드는데, 갑자기 서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아직 하나 남았는데..."
부디, 저 사람이 세상에 다시 나오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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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꾼 꿈입니다. 너무 생생하네요. 막상 꿈에서 본 내용은 짧았던거 같은데..
글로 쓰니까 엄청 기네요...;
아니 꿈에서 기승전결까지 있다니! ㅎㅎㅎ 제 꿈은 항상 기는 건너뛰고 승, 전까지 진행하다 깨는 데.. 잘 읽었습니다.
아니 꿈에서 기승전결까지 있다니! ㅎㅎㅎ 제 꿈은 항상 기는 건너뛰고 승, 전까지 진행하다 깨는 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