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분신자살의 지벌
지금으로부터 20년 가까이 전의 이야기입니다.
학교의 7대 불가사의, 아마 어느 학교에나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다녔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각각 7대 불가사의가 존재했습니다.
초등학교 때의 그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유치한 것들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만큼 무서운 이야기뿐이었죠.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낡은 공영주택 같은 3층짜리 교실 동이 하나,
똑같은 구조의 과학실이나 음악실이 있는 건물이 하나 더 있고,
이 둘은 연결 통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체육관은 하나, 운동장은 좁았고,
왠지 유독 새것처럼 보이는 무도관과,
학교 구석에 ‘문화홀’이라 불리는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문화홀은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지 않았고,
뒷산에 인접해 있어서인지 기묘하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죠.
학생 출입 금지구역으로,
“곧 철거될 예정이다”라는 이야기가 수년 전부터 나돌았지만
계속 방치된 채였습니다.
7대 불가사의 중 다섯 번째 이야기는 이 문화홀이 배경입니다.
우선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7대 불가사의 No.5 「문화홀의 유령」
문화홀에서는 과거, 한 남학생이 왕따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유서에는 “그들에게 이 불길의 고통과 괴로움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고,
문화홀 2층 ‘중(中)홀’에서 분신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2층은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온몸이 불에 그을린 ○○군을 봤다”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문화홀 2층이 불타고 있다”(실제로는 타지 않음)
같은 심령 현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잇따라 발생했고,
잘못된 119 신고까지 이어지는 일이 생기면서
결국 문화홀 전체가 학생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철거를 하려고 해도, 입지 조건이 안 좋고,
시골 학교라 예산도 없어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였죠.
동아리 활동 등으로 밤늦게 남게 될 경우,
‘절대 문화홀 쪽 창문을 열지 말 것’,
‘문화홀 근처로 가지 말 것’
이런 규칙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창문을 열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유령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상이 7대 불가사의의 개요입니다.
자살 사건의 진위는 불확실하지만,
이 규칙들은 제가 입학했을 때도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암묵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입학 첫날 담임 선생님이 공식적으로 설명한 내용이었기에
재미 삼아 창문을 열거나 근처에 가려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보다 5년 선배로, ‘타츠 선배’라 불리던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분의 생전 모습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되던 무서운 양아치였습니다.
물론 만화 같은 무적의 무용담은 없었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불리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엄청 세진 않았지만 의리 넘치는 반장이었다고 합니다.
그 타츠 선배는, 고3 졸업식 전날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우리는 중2였는데, 이름과 무용담은 익히 알고 있어서,
우리처럼 장난기 많은 중학생들에겐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죠.
형이 4살 위였는데, 타츠 선배와 죽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다고 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타츠 선배는 졸업 전에 문화홀의 진실을 밝혀내고 싶다고 했답니다.
자살한 학생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불행한 유령이라면 성불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물론 호기심도 있었겠지만요.
그러던 와중 “괜히 저주라도 받으면 싫잖냐~” 하는 말만 하며
시간은 흘러, 어느덧 졸업식 3일 전이 되었습니다.
그날, 타츠 선배는 마음을 다잡고
문화홀의 유령을 성불시키기 위해 깊은 밤 학교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멤버는 타츠 선배, 그의 절친 S 선배, 그리고 저희 형.
문화홀이 사실상 폐허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뒷산 쪽 1층 창문 유리가 깨져 있었고,
그 위에 나무 판자만 덧대어 놓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시 붙이면 되지”라며 못을 빼고 안으로 들어갔다네요.
형은 나이가 어렸던 탓에, 감시 역할을 맡았습니다.
세 사람이 들어간 지 15분쯤 지났을 무렵,
형의 시야에 번쩍 무언가 빛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경비원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형은 “차의 하이빔에 순간 비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5분 정도 후,
타츠 선배와 S 선배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S 선배는,
“야! 타츠! 대답해봐!”
라며
터벅터벅 걷는 타츠 선배의 등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형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습니다.
S 선배는 계속 붙잡으려 했지만,
타츠 선배는 엄청난 힘으로 뿌리치고,
S 선배의 부름에도 전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S 선배도 형도,
이상한 상황에 당황하고 무서웠지만
타츠 선배를 혼자 둘 수 없어서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있었던 것은 분명했죠.
형은 도저히 묻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아침이 오고, 점심이 지나고, 해질녘이 되어도
타츠 선배는 계속 걸었습니다.
S 선배와 형은 이미 한계를 훨씬 넘겼지만,
결국 발바닥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한 시점에서 포기했습니다.
그 당시 둘 다 휴대폰도, 현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땅바닥에 쓰러진 채 잠들어 버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S 선배를 찾아다니던 S 선배 어머니가 두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에선 형이 몇 날 며칠 집에 안 들어오는 게 평소 일이었기에
그때도 “또 그러려니”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S 선배 어머니는 울면서 두 사람을 꾸짖고,
차에 태워 상황을 들은 뒤
타츠 선배가 향한 방향으로 차를 몰아 수색에 나섰습니다.
어머니의 휴대폰을 빌려 경찰과 타츠 선배 부모님에게도 연락했습니다.
타츠 선배의 시신이 발견된 건 그로부터 이틀 뒤였습니다.
타츠 선배가 걸어갔던 방향은 이웃 마을의 산속.
그 산은 블랙배스 낚시 명소로, 작은 못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낚시를 하면 안 된다고 여겨지던,
화장터 옆 연못에서 타츠 선배는 발견되었습니다.
풀이 우거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곳에
타츠 선배의 신발이 놓여 있었고,
수색 결과 그 연못에 떠 있었다고 합니다.
타츠 선배는 대체 무엇을 본 걸까.
왜 S 선배는 무사했던 걸까.
혹시 화재로 죽은 영혼이 타츠 선배에게 빙의해,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연못에 뛰어든 건 아닐까.
아니면 단순히 저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걸까.
그 후,
형은 타츠 선배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지금까지도 당시의 사건에 대해 꾸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사실이 있었습니다.
우선, 문화홀에서의 자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시대적 배경 탓에 학교 측이 사건을 은폐해,
단순 사고로 처리해버렸던 것이었죠.
졸업생들을 한 명씩 찾아가며 확인한 결과,
13년 위 선배들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타츠 선배의 성이,
왕따의 주범이었던 학생과 같았던 것. (드문 성씨였습니다.)
S 선배의 성이,
자살한 학생과 같았던 것.
자살 당시, 준비한 등유 혹은 휘발유가 부족해서
분신자살은 절반쯤 실패했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간 뒤
곧 숨졌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화장된 장소가,
바로 타츠 선배가 죽은 연못 옆 화장터였습니다.
이 모든 걸 통해,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죠.
제 생각에는,
타츠 선배는 가해자의 친족이고,
S 선배는 피해자의 친족이었고,
그 영혼은 타츠 선배를 보며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돌아온 줄 알고 빙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S 선배가 무사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몇 년 전, 학교는 폐교가 결정되었고,
교사도 문화홀도 철거되었습니다.
얼마 전, 형과 S 선배와 함께
문화홀 터와 4년 전에 매립된 그 연못에
꽃을 바치고 왔습니다.
우리처럼 아무런 영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정의감이 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장소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이었든 아니든,
성불시켜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갔던 타츠 선배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생전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었어도,
혹은 아무리 악인이었어도,
사후에 영으로 남은 존재는 대부분 악령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기심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넘어서선 안 될 선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타츠 선배와, 자살한 학생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