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엘리베이터 거울
최근 한 맨션으로 이사한 공포영화 매니아 친구(이하 “D”라고 칭함)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이야기다.
그날은 3일 연휴의 첫날이기도 해서 분위기를 더 살리기 위해, 밤 12시에 방문해서 둘이서 공포영화를 보기로 계획했다.
D 말로는, 전 입주자가 몇 달 만에 나간 직후라 운 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지어진 그 맨션은, 방문객이 입구의 버튼으로 방 번호를 눌러 호출하는 시스템이었다.
버튼으로 501호를 누르자, 마이크 너머로 D가 응답해 주었다.
입구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마침 1층에 멈춰 있어서 바로 탈 수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문 쪽을 향하려던 찰나, 문이 닫히기 직전 내 등 뒤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 기척으로 보아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아이 같았는데, 내 시야에 간신히 들어올 정도의 키였다.
‘이런 시간에 아이가 혼자서?’ 하고 생각했지만, 내일은 쉬는 날이고 근처에 편의점도 있으니 심부름이라도 다녀오는 길이겠지 싶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 나는 문 정면에 서서, 유리창 너머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엘리베이터는 5층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전체가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는지, 새것처럼 거울처럼 반질반질하게 닦여 있었다.
그 문에는 엘리베이터 안쪽의 거울이 비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뒤편의 거울은 휠체어 이용자가 타고 후진해서 내릴 때 좌우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문과 뒤편의 거울은 마치 마주보는 거울처럼 되어 있었고,
당연히 문에도 아까 들어온 아이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분명 내 뒤에 있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엘리베이터 뒤편 거울에는 비치고 있지만 정작 내 바로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라는 존재는 거울 속에만 있었다.
“뭐, 뭐야 이게…!?”
나는 그 외에 아무런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이는 남자아이처럼 보였지만, 얼굴을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고,
거울 속의 아이는 천천히 얼굴을 들려고 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직감했다.
“빨리… 빨리 올라가라…!”
엘리베이터는 오르고 있었지만 아직 3층을 막 넘긴 상태였다.
나는 되도록 거울을 보지 않으려 하며, 층수 표시만 바라보았다.
거울을 통해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거울 속 아이가 더더욱 신경 쓰였다.
시야의 끝자락으로 그 존재를 느끼며, 엘리베이터는 겨우 4층을 넘어섰다.
“빨리… 제발 빨리…!”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이와 눈이 마주칠 듯한 상황이 됐다.
딩!
5층에 도착했다는 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마치 도망치듯 엘리베이터 밖으로 튀어나왔다.
엘리베이터 정면에는 긴 복도가 펼쳐져 있었고, 501호는 그 끝에 위치해 있었다.
정신없이 복도를 달려가다 한 번 멈춰서,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 쪽을 돌아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는 중이었고, 유리창을 통해 내부가 보였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가까스로 501호에 도착해 인터폰을 눌렀고,
곧바로 D가 문을 열어 주었다.
“오, 어서 와.”
“제, 제발 빨리 안에 들여보내 줘!”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는 강제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왜 그래, 뭔 일 있었어? 어쨌든 앉아봐.”
나는 그의 말대로 안쪽 방의 테이블 옆 방석에 앉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D는 유리잔을 준비하면서 물어왔다.
테이블에 잔과 맥주가 준비되고, 둘이 나란히 앉은 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이라… 그렇군…”
D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오컬트나 괴담에도 꽤 박식했다.
“밤 12시에 마주보는 거울이라… 확실히 꺼림칙하지.”
D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음도 조금 진정되어, 준비한 DVD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나도 제법 진정됐지만, 아까의 경험 때문인지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는 없었다.
영화를 두 편쯤 보고 나니,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맥주도 제법 마셨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
첫차가 다니기 시작할 시간이 되어, 나는 이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말하자 D는 “그래, 알겠어”라며 가볍게 대답했고,
나는 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내가 아직 불안해하는 것을 D가 눈치채고, 1층 입구까지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방을 나서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마침 5층에 정차해 있었고, 유리창을 통해 내부가 보였다.
하지만 내가 처음 탔을 때와는 뭔가 달랐다.
“야, D, 거울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아, 이 엘리베이터엔 거울 같은 거 없어.”
“말도 안 돼…!”
D 말대로, 정말 이 엘리베이터에는 거울이 없었다.
나는 뭔가에 홀린 기분으로 엘리베이터에 탔고, 곧 1층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D는,
“그런 거 너무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했고,
“아… 그, 그렇지. 그럼 다음에 봐.”
라고 나는 대답했지만,
‘이 맨션엔 다시는 오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D와 헤어졌다.
역에 도착해 전철을 타자마자,
나는 스마트폰으로 D의 맨션이 “사건사고 물건 검색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지 검색해봤다.
그 예감은 적중했다.
그 맨션에는 불꽃 아이콘이 붙어 있었고,
무언가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다는 표시였다.
그 아이콘을 탭하자 이런 문구가 나왔다.
“○년 ○월 ○일,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가 학대를 받아 사망”
그리고 그 방 번호는 501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