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검은 물이 올 무렵
벌써 20년쯤 전 이야기다.
내 할아버지는 가나가와 현의 깊은 산속――
지금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누쿠가와(温川) 마을 출신이었다.
노인답게 미신을 많이 믿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요도야마 형제가 말이지, 그게 화근이었어.”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이쇼 11년(1922년), 요도야마 집안에서는 형과 동생 사이에
논밭 상속 문제를 두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장남은 당연하다는 듯이 집과 논밭을 물려받을 생각이었지만,
동생은 “아버지가 나한테도 나눠주신다고 했어”라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해질 무렵,
마을 외곽에 있는 논에서 형이 동생을 죽였다.
목을, 벼 베는 낫으로 그어버렸다고 한다.
동생은 여러 번 경련을 일으키고,
마지막에는 목에서 거품을 물며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사건을 아무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체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시신은 산속 깊이 묻혔고, 논은 그대로 사용되었다.
……잠시 동안은.
다음 해 봄, 그 논의 구석에서 이상한 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새까맣고, 끈적거리며, 쇠냄새 같은 것이 났다.
검은 물은 아무리 메워도,
아무리 물길을 바꿔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모도 썩고, 벌레조차 들르지 않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검은 물이 온다”며 무서워했다.
“동생의 피다”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그 논은 버려졌고, 그 일대엔 아무도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
3년 뒤, 요도야마 형도 죽었다.
고열에 시달리며,
계속해서 동생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
마치 찢어지듯 목이 갈라지고,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건 오토토미즈(弟水)… 동생물이다.
피를, 땅이 마셔서 저주가 내린거야.”
그 논은…… 지금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있지만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몇 해 전, 현에서 옛 도로를 폐쇄하고
새로운 현도를 냈다.
그 노선 도중에, 그 논의 옛 자리가 포함되어 있다.
아스팔트가 깔리고,
땅이 고르게 다져지고,
풀도 덤불도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그곳만은, 비가 오면 이상할 정도로 질퍽해진다.
배수가 나쁘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검은 물이 뜨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꼭 그 커브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오토바이가 단독으로 넘어져,
운전자가 가드레일에 목부터 꽂혀 사망했다.
소형 트럭이 미끄러져 전복,
운전자의 목이 안전벨트에 거의 절단되었다.
이 모든 사고에는 타이어 자국이 중간에서 사라져 있다.
마치, 미끄러지듯 무언가에 끌려간 것처럼.
현지에서는 이미 그곳을
“피 흐르는 커브"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살아온 사람들은
그 땅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다.
검은 물이 솟을 시기가 되면,
꼭 사고가 난다.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지금 떠오른다.
“피가, 땅에 스며들면 말이지……
그 흙은, 피맛을 절대로 잊지 않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