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비문증
아, 그런 이름이었군요, 그거.
시야에 뭔가 꿈틀꿈틀한 게 보이는 거 말이죠?
아뇨…… 비슷하긴 한데, 아마 다른 거예요.
그건 밝은 곳이나 하늘을 올려다볼 때 보인다고 하잖아요?
조금 떠다니다가 곧 사라지기도 하고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득 깨달았을 때는 그게 계속 보이고 있었어요.
움직이지도 않고, 시야 한가운데에 검은 그림자 같은 게 떡하니요.
게다가 꽤 커요. 시야의 꽤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서,
정말 방해돼서 견딜 수가 없어요.
이젠 눈의 피로나 그런 수준이 아니라
무슨 환각이거나 안과 질환이 아닐까 싶어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상한 약 같은 건 안 했어요.
그 '비문증(飛蚊症)'이라는 거, 어떻게 쓰는 한자예요?
날 비(飛), 모기 문(蚊), 증상 증(症)…인가요.
음― 모기 같진 않은데요.
아, 음…… 확실히 꿈틀거리는 모양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두껍고 끝이 크고요. 올챙이나 애벌레 같은 느낌인데
좀 더 뚱뚱하고 우직하게 생긴……
그런 모습이에요, 아마.
그리고 아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제자리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정말, 이게 뭐람요. 짐작 가는 거요? 없어요……
혹시 제가, 애벌레의 저주라도 받은 걸까요.
네? 아뇨…… 길가에서 애벌레 보는 일이 있잖아요.
어디서 떨어졌는지, 스스로 내려온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땅을 기어 다니는 나비나 나방 애벌레들.
전 그런 걸 볼 때마다 짓밟아버렸거든요.
왜 그러냐고요? 뭐, 그렇겠죠.
한마디로 말하면 “그냥요.”
어릴 때 호기심으로 하던 걸
어른이 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얼마 전에도 퇴근길에……
그냥 좀 스트레스가 쌓여서요.
보다 보니까 더 짜증이 나서……
선생님도 있지 않나요?
어쩌다 한 번씩 저지르는 일들.
전 그게 이거예요.
그래서 이런 이상한 게 보이게 된 게 아닐까……
지금까지 짓밟아온 애벌레들이 화가 나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긴 하지만요.
만약 저주라면, 평생 이 녀석과 함께 살아야 하나요.
정말 싫어요.
이렇게 보이기만 해도 짜증 나는 게
계속 시야에 있다니……
뭐, 자업자득이라고 하면 그걸로 끝이겠지만요.
어차피 유령 같은 거라 아무것도 못 하겠지만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병이라면, 선생님이 좀 어떻게 해주실 수 없을까요?
이런 걸 계속 보고 있으면 눈 말고도 이상해질 것 같아요.
*
지금도 전, 악몽을 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미쳐서, 그가 말한 대로 애벌레의 저주라도 받아서
환각을 본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눈이 도려낸 남성의 변사체’에 대해
사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건, 사실인 거겠죠.
게다가 그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성분으로 이루어진 분비액도 발견됐다면서요.
차라리 악몽이었다면……
미친 게 저였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요.
그 이야기를 한 뒤, 그는 크게 재채기를 했어요.
그러더니……
──퍽.
뭔가가 튀고, 떨어졌어요.
처음엔 침이 튄 건가, 콧물인가 싶었지만
명백히 양이 너무 많았어요.
게다가 색깔도 이상했고요.
무엇보다 그는……
재채기를 한 순간, 고개를 숙인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바닥에 고인 그 액체의 근원을 따라가 보니
그의 눈이었어요.
피와 함께, 무언가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죠.
정말…… 너무 끔찍해서
기절할 뻔했지만
의사로서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저는 그의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렸습니다.
그때 본 장면은,
기억만 해도 토할 것 같아요.
‘끔찍하다’, ‘잔혹하다’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돼요.
눈앞의 광경이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뇌가 인지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깨달은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와 혐오감이
저를 덮쳐왔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체를 밀쳐내고 있었어요.
정말 지옥이었어요.
찢어져 피범벅이 된 눈 주위 피부.
찢기고 쭈글쭈글해진 결막과 각막.
그 안에서 끈적하게 튀어나온
눈 안의 수정체와 유리체.
그리고 그 너머에서 꿈틀대던
거대한 날개와 다리, 그리고…… 더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