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종양
맹장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수술도 아무 탈 없이 잘 끝났다.
퇴원할 즈음, 의사가 하는 말이
“아마 다시 입원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병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도 안 됐고,
그냥 퇴원한다는 기쁨에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퇴원하고 반 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맹장 수술 자국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던 자리에서,
그 상단으로 약 10cm 위에 혹 같은 게 있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높이가 3mm도 안 됐던 것 같은데,
한두 달 지나면서 1cm 정도로 불룩 튀어나왔다.
부모님께 말하자, 맹장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 다시 가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퇴원하실 때, 다시 오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지요.
역시 그렇게 되었군요.”
그 말과 함께 곧바로 입원이 결정됐다.
결국 한 달 정도 입원했는데,
몸 상태는 아무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체감상 더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퇴원할 때 의사는, 그게 “분류(粉瘤)”라고 알려 주었다.
‘분류’란, 피지낭종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피부 아래에 주머니 같은 구조물이 생기고,
원래라면 피부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야 할 각질(때)과 피지(기름)가
떨어지지 못하고 그 주머니 안에 쌓여 생기는 종양의 총칭이다.
거칠게 말하면,
그냥 ‘피부 때 덩어리’를 떼어내기 위해서만 한 달이나 입원을 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을 나는 여러 해 동안 품고 있었다.
부모님께 말해봐도 늘 얼버무리기만 했다.
“의사가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
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약 20년쯤 지난 후의 일이다.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 다시 분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실은 그때 떼어낸 분류를 직접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따로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었어.
의사 선생님이, 이건 좀 신경 쓰이는 거라면서 보여 주더라고.”
“그래서, 어떤 거였어?”
“그러게… 뭐라고 해야 할까,
굳어 버린 고름 같기도 하고,
조금 붉은빛이 도는 검은 덩어리 같기도 하고…
근데 그 안에…”
“그 안에?”
“가는 솜털 같은 게 열 가닥 정도 있었나…
그리고 작은 젖니가 두 개…”
“머리카락이랑… 젖니?”
부모님께 더 자세히 들으니,
나에겐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