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점검구
우리 직장은 2층짜리 건물인데,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없다.
예전에 다른 지점의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젊은 사람이 논란이 되어 뉴스에까지 나온 적이 있다(지금도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정리 사이트 등에서 볼 수 있다).
그 이후로 발판이 될 만한 장소는 전부 철거되었고, 옥상에 가려면 리프트차같은 것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한 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인데… 일단 옥상은 갈 수 없는 곳이라고만 알아두면 된다.
점검구라는 건 웬만한 건물에는 어디든 있다. 평소엔 신경 쓰지 않지만, 천장 위의 배선 점검이나 수리, 해충 방제 등을 위해 천장으로 올라가는 네모난 틀에 덮개만 끼워둔 형태라, 발판만 있으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직장의 점검구 이상함을 처음 눈치챈 건 7~8년 전쯤이었다. 비가 새는 곳을 고쳐달라는 직원들의 의견이 점점 많아졌고, 그중 “가장 심하게 샌다”고 한 곳이 바로 그 점검구였다.
본사에 보고할 서류를 담당하고 있어서 의견을 정리하며 다시 확인하다 보니—
올려다본 점검구의 뚜껑이 약 3cm 정도 밀려 있었고, 그 틈(옥상?)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보인다는 건… 옥상에 구멍이라도 있다는 건가? 싶어서 당시 소장에게 보고했다.
소장도 “여기 입주할 때 인수한 건물이라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점검구 뚜껑이 계속 신경 쓰였다.
어떻게든 다시 끼워 넣을 수 없을까…
그래서 그 아래를 지날 때면 늘 올려다보게 되었다.
우리 직장은 1층과 2층의 부서가 다르지만, 옷 갈아입는 곳은 모두 2층이라, 누구든 출퇴근 시 반드시 그 점검구 아래를 지나야 했다.
(그 시절 점검구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계정이 동결되어 지금은 볼 수 없다.
현재 모습도 이후에 설명할 이유 때문에 촬영할 수 없다.)
어느 날 출근길. 늘 하던 대로 점검구를 올려다보니, 뚜껑이 딱 맞게 닫혀 틈도 없는 상태였다.
아, 누가 처리해줬구나.
옥상의 문제도 곧 해결되겠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며 점검구 아래를 지나갔다.
그날 퇴근길, 습관적으로 또 올려다봤다.
아침에 딱 맞게 닫혀 있던 뚜껑이, 2~3cm나 벌어져 있었다.
누군가 점검구를 사용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업체가 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단순히 착각이겠거니 하고 퇴근했다.
그 이후로도 그 점검구에는 여러 변화(또는 ‘보이는 것’)가 나타났지만, 나는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다.
보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아차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두려움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었을 때, 쉬는 시간에 이상한 얘기가 들려왔다.
2층 천장의 구멍에서 ‘손가락’이 나오고 있었다
내 담당 부서는 1층이고, 그 얘기를 한 여성은 2층 부서였다.
나는 어딘지 알거같지만 그래도 일단 물어봤다.
"그 천장 구멍 어디?"
"무서워!! 〇〇문 나가면 바로 있는 천장 구멍에서
빨간 매니큐어 칠한 손가락이 나왔어!!"
역시, 바로 그 점검구였다.
그 사람은 점검구라는 것을 몰라서 ‘구멍’이라고 표현한 것 같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뚜껑을 안쪽에서 열려고 하는 여성의 손가락이 ‘m’자 모양으로 걸려 있었다고 했다.
우리 직장은 컬러 매니큐어 금지다.
당연히 빨간색을 칠한 사람은 없다.
그 사건 이후로 점검구는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뚜껑 닫혀 있잖아?”라고 실망하며 금세 잊어버렸다.
대부분은 ‘무섭다~ 귀신이네~’ 하며 웃어넘겼지만—
실은 웃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몇 달 후.
사람들이 잊어버린 점검구를 나는 또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틈도 넓었고…
그때 갑자기 툭툭, 누가 어깨를 두드렸다.
놀라서 돌아보니, 말수가 적고 얌전한 남자 직원이었다.
“혹시… 보이고 계신가요?”
“…네? 뭐가요?”
“거기… 있잖아요?”
“…○○씨도… 보이나요?”
“네. 보이더라고요.”
아, 역시.
그 사람은 과거에 내가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경험을 똑같이 얘기한 적 있는 사람이다.
빨간 매니큐어 소문 이후 그도 신경 쓰여 자꾸 올려다보게 됐다고 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보니—
뚜껑 틈의 폭이 날마다 다르다
틈이 넓으면 여자아이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다
표정은 없는데,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실눈인데도 시선은 강하게 느껴진다
빨간 손톱도 아마 그 아이 것일 것이다
거의… 아니, 이야기한 내용은 전부 같았다.
우린 안도해야 하는 건지, 둘 다 애매하게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 몇 년 뒤, 그 동지 같던 직원은 퇴직해버렸고, 다시는 누군가의 동의를 얻을 수 없게 된 나는 가끔씩 점검구 아래에서 혼자 멈춰 서곤 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는 이 이야기를 트위터에 짧게 적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점검구를
‘위험한 장소’
라고 판단하여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단발머리, 무표정, 실눈, 빨갛고 긴 손톱의 여자아이
가 있다고.
보지 않으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그 얼굴이 선명했다.
그래서 절대로 위를 보지 말자고 다짐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던 여자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은 여전히 실눈인데도,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지고…
그 표정이 점점 웃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실제로 보지 않았는데, 머릿속의 모습은 점점 더 변해 갔다.
그리고 매번 그 ‘웃음’은 커져갔다.
순수한 웃음이 아니라—
불쾌함을 즐기는, 비뚤어진 냉소.
그럴수록 나는 점검구 쪽을 볼 수 없었다.
여름이 되어 에어컨이 고장 나자, 나는 더 이상 점검구를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더워서 정신이 흐릿해지던 어느 날,
핸디 선풍기를 들고 있다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고 말았다.
…니챠아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곳의 여자아이는
입꼬리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채,
입 사이로 보이는 빨검은 점액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내 불쾌감을 즐기는 듯한 더럽게 일그러진 미소였다.
끔찍한 표정에 나는 더위를 잊고
눈을 꽉 감은 채 전력으로 점검구 아래를 지나 달렸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그녀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안 보인다’가 아니라,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신문 기사 일부를 올리겠다.
이미지는 올릴 수 없으니 문자로 옮긴다.
■■■에서 화재
△월 △일 오전 △시 △분경
○○시 ○○마을의 ■■■에서
“천장 위쪽에서 불이 나고 있다”는 신고가 있었다.
시 소방국에 따르면 천장 위 약 ○○○○㎡가 소실되었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것이 ‘볼 수 없게 된’ 이유다.
그 후 건물은 개수되었고 점검구 위치도 바뀌었으며 옥상도 새로 정비되었다.
화재 당시 하늘차가 매우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걸 보며,
역시 사람이 옥상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앞서 말했듯 나는 중간중간 트위터에 상황을 적거나, 점검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땐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갑자기 끝이 나버릴 줄은.
화재의 원인이… 그녀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요즘도 가끔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