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적성에 안맞았던 분 계신가요?
30대 초중반 6년차 개발자 입니다.
몇년간 웹개발을 하다가 지금은 이직해서 백엔드쪽만 하고있습니다.
친구가 1~2년 전에 개발쪽은 아니지만 IT계열이었는데 하고있던 일에 비전이 없다고
그만두고 싶어 하길래 제가 벌어먹고 사는 직업이기도 하고 신입 부사수도 키워봤기 때문에
잘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웹개발자를 추천했고 (물론 나이에 대해 상당히 핸디캡이 있어
충분히 고려하라고 했으나 별 다른 길이 없었나봅니다.) 비전공자라 국비교육 6개월 과정을 작년말에 마쳤습니다.
저도 비전공 국비교육 출신이지만 국비 6개월 지나도 간단한 코드 몇 줄 못쓰는분이 정말 많죠.
저같은 경우도 신입때 코드 짜기는 커녕 분석조차 못하다가 실무 1~2개월 경험하고 그 때부터 확 트이는 케이스였습니다.
친구 역시 국비교육은 마쳤지만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저도 이직준비중이었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포폴도 도와주고
여러가지로 많이 알려주었습니다.
알려주면 알았다고 대답을 곧 잘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자기 포폴 기능도 어느정도 구현하는걸 보고
나 신입 때 보다 잘하네 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봄에 중소기업 입사를 했는데... 회사에서 자기한테 너무 이해가 느리다, 못한다 이렇게 괴롭힌대서
나쁜사람들이 많구나 하며 코드 짜는거 도와주고 모르는거 물어보면 알려주고 했는데 결국 못한다고 2개월만에 짤리더군요.
어쨌든 취업은 해야하니 멘탈잡고 제가 도와줄테니 포폴을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지난번 포폴을 보니까 상당히 조잡했고 기대되는 기능같은것도 구현되어있지 않더라구요.
알려주는데... 정말 왜 이걸 이해 못하지? 라고 생각하는게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물론 저도 못났던 신입 시절이 있기도 했고 못한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신입단계에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부사수 키울때도 아는게 없을테니 토이프로젝트 하나 던져주면서 한달동안 가지고 놀아보고 궁금한거 언제든 물어봐라
라는 식으로 알려줬습니다. 모르는건 당연하니 질문 왔을때도 짜증 한 번 안냈구요.
제가 신입이었을 시절의 눈높이로 생각해도 너무 이해가 느려서 알려주는데 힘이드네요.
예를들어 A라는 방법을 알려주고 모르면 질문해라 라고 해도 어느새 그 방법이 힘들다고 B,C 라는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거나, 변수가 위에 선언되어있는데도 몇시간을 분석해도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라고 하거나, 예외처리를 해야하는데 예외에 대해 예상되는 상황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저도 어느샌가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라구요 ㅠㅠ
가끔 넌 왜 이런부분을 잘 안보는거냐, 왜 무시하고 넘어가냐, 좀 집중하는 성격좀 가져라 이렇게 말하면 할수록
친구한테 가스라이팅 하는것같아서 괜히 미안해지네요.
더군다나 짜증내면 얘도 질문하기 싫어질텐데 알려주고 있다보면 또 어느샌가 짜증을 내고 있구요.
결론적으로는 학원부터 시작하면 개발계에 발담근지 1년이 지났으나 값을 넘기고 받는것도 힘들어 하고 기능구현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사실 취업을 해도 문제입니다..
물론 친구가 저 멕이려고 이거 모른다 이해가 안간다 이러는게 아닌거 충분히 알고있으니 짜증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진정하긴 합니다만 쉽지 않네요 ㅋㅋ
마음같아서는 친구한테 너의 길이 아닌것같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개발자 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것같아 말을 못하겠고
넌지시 다른 직업은 관심없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나이도 나이인 만큼 국비교육부터 지내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다른 직업에
도전할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문득 개발자가 적성에 안맞아서 그만뒀다는 썰, 신입이 입사하자마자 일을 못해서 런 했다는 썰 같은게 생각나서
다른분들은 어떠실까 궁금해서 글을 써봤습니다.
정말 적성에 안맞아서 그만두신분이 계시거나 저같은 상황이 있으신 분 경험담이라도 듣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