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이 평가하는 이명박
사실 사람은 그렇다. 기용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으면 재능이란 것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 분을 기용했기 때문에 많이 클 수 있었다. 내가 서울대 출신의 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그 분을 기용했기 때문에 많이 클 수 있었다.
<야망의 세월>이라는 드라마가 그 분을 너무 유명하게 만들었는데, 그건 정말 작가의 장난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명박씨가 소양강댐이다 뭐다 해서 다 한 것처럼 나오고 박대통령 앞에 가서 으르렁으르렁 거린 걸로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양강 댐을 만들 때 이명박씨는 간부도 아니었고 참여도 하지 않았다. 설계에서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출신들이 했다. 모두 이씨의 (회사)선배이다.
현대건설이 65년에 태국 파타니 나리왓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이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칼을 든 폭도들이 금고를 열라고 요구했으나 이명박씨 혼자 끝까지 금고를 지킨 무용담이 있는데 이씨는 사실 금고를 지킨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현대건설은 생긴 지가 40년이 넘는다. 그런데 현대건설 초반기에 맡았던 공사에 그 분이 주역을 담당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드라마상으로는 조선소 건설이나 자동차 등등 다 그 분이 한 것처럼 나오니까 사내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밑의 직원이 매스컴에 나오면 그걸 좋게 보지만 같은 동료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 때 저 밑에서 서류도 만져보지 못한 사람이 자기가 다 한 걸로 나오고, 그건 좋은데 중동 건설도 다 자기가 한 것처럼 나오니, 그 때 이명박씨는 참가할 자격도 못 됐다. 서울대 (회사)선배들이 다 한 건데 서로 말은 못해도 회사 내에서 분위기가 아주 어색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해서 그 분이 떠날 분위기를 자초한 거다.
- 시사저널에 투고한 정주영의 글. 요약하자면 선배들 업적까지 이명박이 냅다 낼름 처먹게 된 것이다. 정주영 입장에선 쓸만한 직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