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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의 중국진출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몇가지 있음. 하나는 차량판매를 완전히 현지에서 조달하는 게 아니라 수출과 병행해서 진행한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타사모델을 외주해서 개발했다는 점이 바로 그거임.
먼저 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우차의 경우는 서울올림픽 전후로 해서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을 어느정도 수립해놓음. 그래서 프린스/브로엄/르망/에스페로 네 차종을 소량수입 형태로 간간히 팔았었음. 그런데 수입차만 팔기에는 판매가 너무 제한되었고, 92년도에 한중 국교정상화 하면서 주요시장이었던 대만에서 철수하게 됨.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대우차는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는데, 이때 주하이의 광통기차라는 버스 회사에서 라인업 확대를 한다는 이야기를 접함. 그래서 대우차가 이 회사랑 접촉해서 르망을 SKD 형식으로 수출하는 데 합의하고, 추가적으로 기아도 버스타서 중국에 이 회사 통해서 프라이드 수출하게 됨.
이게 바로 중국기업에서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생산되었던 르망; 이름도 광통 GTQ5010X 라는 그랙픽카드스러운 이름으로 택갈이 해서 팔림. 하지만 지방 버스제조사 수준이었던 광통 차가 제대로 팔릴 일은 거의 없었고... 마침 90년대 초~중반에 대우가 동구권 공업시설 인수/설립으로 구 공산권 경험을 하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확신이 어느정도 서기 시작함. 이제 자체진출하면 되겠다라는 확신이 선 거지. 마침 GM도 중국시장 진출에 보수적이었던 시기라, 대우차의 이런 진출은 매우 합당했음.
그 결과 95년도에 계림대우객차로 버스시장 진출을 시작했고, 그 뒤로는 승용차 부품공장을 세운 뒤에 자동차 조립시설도 짓는다는 계획을 가짐. 그래서 연태에 제일기차(FAW)하고 합자 형식으로 엔진/변속기 공장도 짓고, 최종적으로는 완성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지. GM도 중국진출 초기에 마티즈 위탁생산 하려고 빌빌 기었을 정도였으니, 대외적 상황도 매우 괜찮았음. 그런데 대우 부도로 자금동원이 지원되니까 결정적으로 필요했던 완성차 공장 준공이 연기되고, 한때 합작했던 GM도 역으로 대우차를 노리니 좌불안석의 상황에 놓이게 됨.
이때 대우는 나름대로 꼼수를 씀.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외국자본을 강력한 규제로 묶고있는 건 잘 알고있을거임. 하지만 같은 공산권 출신 국가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물건 수입할 때 관세나 절차를 조금 봐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대우가 이걸 이용한거임. 바로 루마니아에 있는 로대(RODAE)에서 마티즈하고 누비라를 중국에 수출하는 형태로 차를 팔기 시작한거지. 이때 차들도 나름 초기반응이 괜찮아서, 중국공장 건설만 끝나면 나름 희망적인 상황을 기대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음.
근데 알다시피 김우중은 99년에 연태 엔진공장 준공식 이후로 프랑스에 도망갔고, 당연히 그룹은 풍비박산남. 돈이 없어서 짓던 완성차 공장은 무산되었고, 중국진출의 핵심차종으로 계획한 라노스는 상해기차(SAIC)가 위탁생산 하는식으로 어찌저찌 팔렸다만 얼마 안가 단종됨. 너무 악조건들이 많아서 대우는 자체브랜드로 성공할 수 없었고, 결국 우려했던 GM산하로 재편입되면서 다 날아가버림.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지. GM편입 전에 대우자동차는 그래도 중화권 진출을 모색하려고 대만에 포모사 그룹이랑 다시 진출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시도를 모색함. 그러던 중에 영세기업 수준이었던 지리가 대우차에 접촉하는데, 이때 지리는 완성차 위탁생산이 아니라 아예 차체/디자인 외주를 맡겨버림. 대우차로서는 리스크가 큰 일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자구비용 벌기에는 좋은 일이었고, 우신시스템 같은 협력업체 끼어서 차체설계를 대신 해줌. 이렇게 해서 나온게 바로 위 사진의 모델인 지리 CK임. 이때 대우는 공정설비라던지 기술설계라던지 등등 여러 부문에 있어서 나름 개선을 해주고 떠나는데, 이게 거의 대우차 청산 직전에 있었던 일임. 이후에는 대우차 기술연구소장 하던 사람이 여기에 영입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총합해보면
1.현지진출 사전포석으로 위탁생산 맡김
2.직접 현지진출 하려다 재정상황 악화로 부도
3.동구권 생산시설 이용해 수입판매도 해봄
4.결국 인수 확정되고 GM편입 직전에 지리차 외주설계 해줌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네. 대우차 대만 썰도 나름 심오한 뒷배경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얘기해보는걸로. 읽어줘서 다들 고맙다!
ㅊㅊ
고맙다!
고맙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