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새기며 글을 적어봅니다.
육군 제 30기계화보병사단은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육군 전 사단에서 자본이 엄청나게 많은 사단으로 알려져있으며
기계화보병사단이기 때문에 전차와 장갑차, 보병이 함께 공존합니다.
작년에는 KBS 주말드라마였던 [소문난 칠공주]를 촬영하기 위해 몇번
이용되었던곳입니다.
저는 금년 4월에 병장으로 전역했는데 나름 추억하는 에피소드가
몇가지 있습니다. 이것은 그중 한개입니다.
재미있게 보시는분들이 많으면 계속 엮도록 하겠습니다.
1. 두번의 항공단 파견
30사단의 건너편에는 항공대학교가 위치하고 있고, 그 옆에는
육군 항작사 예하의 제 11항공단이 위치합니다. 30사단의 4개
여단중 하나인 91여단은 이따금씩 이곳으로 1개 대대중 1개중대를
선발해 1개 소대를 파견보내는데 이건 병사라면 자기 군생활중에
딱 한번밖에 갈수 없었습니다.
파견은 딱 1달을 가서 경계근무를 대신 서주는것이었습니다.
처음은 상병 물호봉때 갔었는데, 이때 가서 참 경악했습니다.
그곳의 항공단장이라는분이 대령이었는데 예하 간부들이 단장의
위치를 무조건 알고있어야 할뿐 아니라 한번 단장이 움직이면
그 뒤로 너댓명의 과장급 소령들이 우르르 몰려다녔습니다.
참 좋았던게 이 항공단은 병사들이 생활하는 본관이 하나였고
그 안에 PX나 목욕탕 등 시설이 가까이 있어 이용하기 편했습니다.
언제나 후질구레한 막사에서 생활하던 저희 30사단으로써는
항공단에 가보고나서 여기가 낙원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텃새도 심했던게 P.X병이 문을 잠그고 같은 항공단
병사들에게만 문을 열어주거나 자기 꼴릴때만 문을 개방하는등
횡포가 많았습니다. 저희 소대는 파견 왔던 입장이라 뭐라고
항변할 처지도 못되었구요.
하루는 파견온지 얼마 안되었을때인데,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점심시간때쯤인가 갑자기 계류장(항공단 중앙의 활주로 같은곳인데
총 3개의 헬기가 착륙할수 있습니다.)에 거대한 헬기가 두대
등장하더군요. 그리고 항공단에 출입한 9개의 에쿠스 최고급형...
공군 헬기였는데 아무튼 엄청나게 컸습니다. 그 헬기 안에서는
한때 여성 국무총리를 지내셨던 한명숙 총리님이 나오시더군요.
그리고 그 앞에 서있던 항공단장의 예방을 받던데 그때만큼은
항공단에서 신(?)으로 대우받던 단장도 초라해지더군요.
아무튼 한명숙 총리님은 에쿠스에 탑승하고 항공단 밖으로 유유히
사라져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근무서던 후임병이나 저나 넋이
나갔던 기억이 있네요.
어느날 초소안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 어느 대위분이 지나가길래
후임에게 경례를 부탁하고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대위분이
안좋은일이 있었던건지 본청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또 제가 경례를
후임에게 부탁하자 저를 끌어내더니 폭언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그러더니 근무가 끝나고 파견부대 행정반에 끌고가더니 저희
소대장님께 이놈을 어떻게 가르킨거냐면서 윽박지르더군요.
기억나는 몇마디가
대위: "너희 중대장 학사 몇기냐?"
소대장님: "35기입니다.."
대위: "나 학사 34기다. 죽고 싶은거냐? 우리 단장님이 너희 사단 참모장이랑
동기인거 알아 몰라? 그러고도 감히 대 30사단의 장교라고 할수 있냐?"
그때는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정도로 화가 났었는데 항공단을 떠나고
전역하고 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참 당해도 쌀 짓을 했나보다 싶더군요.
항공단에서의 한달 파견이 끝나고 부대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병장이 되었습니다. 병장 2호봉때였는데, 원래 가기로 되어있던
소대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못가게 되었고, 중대장님은 저희 소대에게
다시한번 항공단 파견을 명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저희 소대는 아주 날아갈듯한 분위기였죠. 다시한번
낙원이라던 그곳에 갈수 있다니 하면서...
그렇게 장갑차를 끌고 두번째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갔더니 하나도
변한게 없었는데 대신 항공단장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근무를 서다가 우연찮게 지난번의 그 대위와 마주쳤는데 그사람이나
저나 한눈에 서로를 기억했습니다. 참 서로 얼굴을 보면서도 어이가
없는 순간이었죠.
그분이 그런말을 했습니다.
"너 지난번에 나한테 혼쭐났던 녀석이지? 소중한 경험했다 생각하고
잘 지내다 돌아가라."
그때는 12월이라 겨울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보통 추위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옷을 겹겹이 입고 근무를 나가는데도 돌아올때면 죽기 직전이라며
벌벌 떠는 모습에 저도 힘들었습니다.
저도 후임과 함께 근무를 나갔는데 그때는 소대에서 분대장급이었던지라
상황근무 자리를 놓고 한달 차이 선임들과 티격태격 하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소대장님의 권유를 받아 취사병을 하게 되었고,
한달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소대에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항공단 소속 취사병이 있었는데 분대장이란 놈들의 협박으로
올때마다 계란 후라이나 라면을 바치는 모습이 불쌍했었습니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지...
항공단은 1달이상 파견을 지내면 어느 휴가에나 1박 2일의 보상휴가를
붙여줍니다. 그것때문이라도 다들 파견을 가고 싶어 했지요.
항공단이라는곳은 파견을 갈때도, 부대로 복귀할때도 우리 30사단의
애마인 장갑차를 타고 갑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장갑차위에서 바깥
사람들을 쳐다보며 그사람들의 신기해하는 얼굴을 볼때면 나름대로
자랑스러움을 가지기도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가끔씩 군대생각에 웃음지을때가 있네요.
함께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시길 소망합니다.
30사단..고양시 일산에서 같이 분대장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91 여단이네요..ㅎㅎ 전 117BN..
ㅋㅋ
읽고나서 확인하니 엄청 오래된 글이네요 ㅎㅎ 같은 30사단의 정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