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식탁
아내가 텃밭에 상추를 뽑아들고 서서
강가에 있는 나를 부른다
햇살을 받는 이슬과 몇 톨의 흙, 아침 바람 속에 흘린다
딸은 내가 밤에 읽은 시를 아침에 읽는다
나를 한없이 좋아하는 딸과 내 아들의 가족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를 보아온 나무들과
길었던 내 밤을 기대준 커다란 바위들 그리고 아버지의 집
죽어서도 나는 별빛 아래 외롭지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근심과 걱정을 털어낸 명랑을 가져다가
아침 식탁에 올린다
모두가 첫날처럼
김용택, 문학동네시인선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