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도 신이치가
볼리비아 남쪽으로 통하는
파라과이 국경을 넘을 때
위성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 말해.”
“ 오퍼레이션 써드아이.”
“ 암살프로그램?”
“ 랭리는
부정하거나 침묵하겠지만
미국에 비협조적인
중남미 지도자들에 대한 정치공작, 사보타주, 테러, 암살 등
다양한 예방책이 행해졌지.
근데
상대를 너무 얕봤어.”
반미를 외치는
중남미 지도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보복이 있을 거란 사실을 인지했고
충분한 대비를 갖췄다.
돈으로 매수하거나
약점을 잡아 이용하는 건
미국만의 특기는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지만
미국을 위하지 않는 미국인은
생각보다 더 많았다.
그들은
이익이 있다면
언제든 깃발을 바꿀 준비가 됐다.
과거에 발표된
미국의 직업윤리 및 공직기강, 공무원 청렴도 조사보고서는
미국인을 충격에 빠트렸다.
왜냐하면
경찰, 소방관, 시, 주, 연방공무원을 망라한
공직자 중
절반이 적발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뇌물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또
지역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공한 CEO나
정치인에게 편의를 봐주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러시아에 돌고 도는 뇌물을 합하면
수천억 달러에 이르듯
미국 내에 뿌려진 뇌물도
만만치 않아.
금액만 놓고 보면
러시아보다 더할지도 모르지.”
타국은
US달러를 따로 구해야 하는 수고가 들지만
미국은 아니다.
평소에 쓰는 돈이
곧 미화美貨였으니
따로 구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정부든 의회든
로비활동이 합법이니
고위관료와 정치인을 등에 업고
투자란 핑계로
지역사회에 뿌려지는 돈은
말 그대로
합법적인 뇌물이었다.
“ 선거자금만 쥐고 있으면
미국의회는 의외로 조종하기 쉬워.
물론
외국인의 정치기부금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많으니 상관없거든.”
대중은 잘 모르지만
미국대선에 기부금을 대는 건
미국인만은 아니다.
그리고
선거자금법을 개혁하자는 말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쌍수를 들어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선거자금의 출처를 깊이 파고들면
결국은
이익단체와 만나기 때문이다.
“ 이번 상파울로 구출작전에 참여한 델타와 씰 등
세 자릿수가 넘는
군인과 요원이 죽었으니
의회청문회는 피할 수 없어.
커크먼 행정부는
출범 이후 가장 큰 고비를 맞이하겠지.”
미국은
옳든 그르든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다.
관리감독관Supervisor의
강력한 권한만큼
의무와 책임도 무거운 것이다.
“ 국회의사당에 들어앉은 누군가는
구출작전이 실패하길 바라지 않을까?”
“ 청문회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서?”
“ 정치는 괴물이거든.”
정치는 괴물이다.
아니,
괴물만이 정치를 잘할 수 있다.
“ 그래도
군사작전의 세부사항을 알 정도면...”
“ 하원군사위나
상원정보위 중 하나겠지.”
“ 아니면 둘 다거나.”
“ 한 명이 아니라고 보는 건가?
올림푸스.”
“ 반대로 묻고 싶은데?
이런 심각한 정보유출을
과연
단 한 명이 할 수 있을까?”
“ 음.”
가타부타 답하진 않았지만
묵직한 신음은
동의를 뜻했다.
“ 의회도 커버할 수 있겠어?”
“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엄청날 걸?”
“ 일단 해.”
“ 알겠어.”
이건 전장이 남미다 뿐이지
숫제
미국 내 권력다툼이다.
통화를 끝낸
신이치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숲과 나무의 초록물결이
오늘 따라
유난히 불편해 보였다.
‘ 버림받은 자들.’
지금도 어디선가
권력자의 필요에 의해
장기판의 졸卒은
쓰다 버려지는 중이리라.
뭔가 큰일을 할 대단한 사람처럼
사탕발림으로 꿰어다
쓸모가 다하면
가차 없이 버렸다.
딥브레스에 몸담은 이들은
한때는
광신적인 애국자였으나
지금은
오로지 돈만 쫓는
무자비한 용병으로 거듭났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선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인종도
무의미했다.
손에 쥔 무기와
등을 맡긴 동료의 안위만이 전부다.
내가 죽으면 동료도 죽고
동료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전우의 신뢰는
말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결정됐다.
‘ 누가 그들을 손가락질할까?’
그 추악함을 보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다.
왠지 모르게 소설을 보니까 디시인사이드의 소아온 카페에 글이라고 올리는 인간들도 작가님의 소설을 한 번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진짜 키리토와 아스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디시인사이드는 마굴이지요.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