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은
호텔에 있을 일행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 빨리 끝내자.’
빨리 끝내는 방법은
혼자 움직이는 것이다.
로건의 뉴욕상륙 이후
눈에 불을 켜고 있을
뉴욕경찰정보부나
FBI 등 사법기관의 이목을 뿌리치는 건
그에겐 일도 아니었다.
맨해튼을 벗어난 뉴욕을
뉴욕으로 부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뉴욕에
꿈과 환상을 갖고
뉴요커를 동경하는 외국인 대다수는
브루클린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땅값 비싸기론
다리 건너
브루클린도 만만찮았다.
당연히
월세도 비싸다.
영화나 드라마는
뉴욕 할렘을
도시최고의 우범지역으로 묘사했지만
실상은
뉴욕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었다.
뭐 사설경비업체를 고용한 고급빌라지구는
조금은 덜하겠지만
맨해튼을 중심으로 형성된 메갈로폴리스 어디든
사건·사고는 활발했다.
‘ 여기군.’
말릭이 보내온 주소.
눈앞에 보이는 허름한 건물은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세대주택이다.
예전에
한국과 일본을 보면서
로건은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강철문의 대중화다.
‘ 한국과 일본의 아파트형 주택은
대부분 철문이야.’
미국이
도시범죄율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싶다면
한국식 건축기법을 도입하면 된다.
다세대주택에
나무문이 아닌
철문을 도입한다면
주거침입에 의한 강도나 살인은
분명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 혹시라도
좀비에게 당할 일도 줄어들겠지.’
많은 미국영화와 드라마에서
나무문을 박살내고 침입하는 좀비를 볼 수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라면 불가능했다.
특히
한국식 주택은
기본적으로
두터운 콘크리트와 철문에 둘러싸였고
창문도 쉽게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다.
경비원도 없는 건물로 들어섰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오물냄새.
요즘 할렘도
이렇게 더럽진 않다.
근래
뉴욕의 관심사는
테러의 상흔을 복구하는 와중에
제한적으로 풀릴
재개발규제고
흑인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흑인 시장은
할렘을
뉴욕 부활을 선언할
새로운 발전모델로 선택했다.
‘ 어디로 숨었나싶더니
다 여기 있군.’
뉴욕테러 당시
테러의 여파는
맨해튼 북부를 휩쓸었고
그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큰손들은 눈치를 봤고
잔챙이들은
슬그머니 대가리를 내미는 중이다.
신구 조직이 교차하는 브루클린은
묘한 대치상황을 만들었는데
크리스티나가
이곳에 숨은 것도
그것을 노렸는지도 몰랐다.
Mexican stand off
여러 세력이 뒤엉켜 총구를 겨누다보니
쉽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서로의 눈치가 보여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로건은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다
옥상 바로 아래층 난간을 타고 넘었다.
‘ 크리스틴.’
초췌하지만
퇴색하지 않은 미모.
스쿨의 꽃이자 여왕이었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그러니
패트릭 홀랜드처럼
냉혈한도 정신 차리지 못했겠지.
그녀는
마약 같은 여자다.
그런 크리스티나는
혼자 있진 않았다.
경호원을 고용했을까?
아니다.
경호원치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아마도
지인 중 한 명이란
사설탐정 같다.
로건은
최대한 주변을 살폈지만
이상한 낌새는 없었다.
말릭이 찾아낸 정보라면
헤리티지도
오래지 않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 기다린다.’
크리스티나를 미끼로 활용해
한 차례 습격을 막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아니나 다를까.
‘ 다섯? 일곱? 아홉?’
쿠바에서 쓸어버린
운송부대도 그렇지만
미국식 용병기업의 기본은
7인
혹은
9인 유닛이었다.
캐롤라인 본인이 지휘하는지 알아보려고
잠시 대기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찾지 못했다.
‘ 그렇다면.’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옥상에서 레펠을 통해 급습하려던 세 놈을
소리 없이 해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5초다.
소음권총의 효능이지만
무기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천차만별이었다.
로건은 레펠을 통해 강하했고
그 순간
나무문을 부수고 침입하는 적과
마주할 수 있었다.
동료가 아닌
자가 레펠로 강하하자
놀라는 시선들,
로건은
그 눈동자에 총알을 박아버렸다.
한 놈!
두 놈!
세 놈!
9인 유닛을 더 세분화하면
3인 1조로 움직인다.
강하조 3인을 처치하고
돌파조 3인을 처치하자
대기 중인
예비조만 남았다.
그들이 낌새를 알아채는데
1분도 길었다.
“ 큭!”
로건은
권총을 들어
자신을 겨누는 사설탐정의 팔을 꺾었다.
그 사이에
총구를 겨눈 건 크리스티나다.
로건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 크리스틴.”
“ 로건?”
깜짝 놀라는
크리스티나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할 여유는 없다.
왜냐하면
예상보다 빨리
예비조가 눈치 챘기 때문이다.
타타타탕- 타탕-
소음권총만 챙긴
강하조와 돌파조 6인과 달리
예비조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야밤을 깨우는 총성에 머리를 내민 이웃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문을 걸어 잠그고
꼭꼭 숨을 것이다.
로건은
사설탐정의 팔을 풀어주고
크리스티나와 더불어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퍼퍽퍽-
총알이 나무로 된 벽면을 뚫고
사방으로 튀었다.
“ 로건?”
“ 설명은 나중에.”
로건은
사설탐정을 돌아봤다.
“ 레펠 좀 합니까?”
“ Semper Fi!”
이 아저씨가
그래 뵈도
해병대 출신인가보다.
“ 고!”
로건이
쌍권총을 들어 엄호하자
이름 모를 사설탐정은
크리스티나를 이끌고 창문으로 향했다.
화력은 열세지만
정교함과 정확함이 비교가 안 된다.
“ 큭!”
로건은
한 놈의 어깨와
또 다른 놈의 허벅지를 맞출 수 있었다.
잘만 하면
예비조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로건은
처음의 계획을 밀어붙였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소음으로 보아
지원군이 도착한 것 같다.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가스배관을 열었다.
‘ 화재보험에 가입했길 바랍니다.
건물주님.’
한국에선
하나님 위에 건물주가 존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총알과 목숨이 오가는 진지한 상황에서
아재개그가 하고 싶어 미치겠다.
타타탕- 타탕-
화력이 증원되자
더 시간끌기는 어려웠다.
로건은
쌍권총을 휘두르며
창문을 향해 뛰었고
밧줄을 향해 몸을 날리기 직전
가스배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틱-
불이 붙어 폭발이 일어났나?
아니다.
‘ 영화처럼은 안 되는구먼.’
실패했다고 판단한 순간
엄청난 소리를 내며
뛰쳐나온 창문으로 불길이 솟구쳤다.
완벽한 뒷북이다.
어쨌든
밧줄이 길어서 천만다행이었는데
조금만 짧았어도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릴 뻔했다.
“ 로건?”
“ 일단 가자!”
말을 걸려는 그녀를 밀고 잡아끌며
자리를 벗어났다.
“ 찾았습니다.”
“ 어디?”
“ 브루클린입니다.”
캐롤라인은 혀를 찼다.
“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사람 보내.”
“ 이미 보냈습니다.”
“ 얼마나?”
“ 두 팀을 보.”
“ 더 보내.”
“ 여자 한 명 잡는데요?”
“ 로건도 움직일 거야.”
“ 로건이라면...
설마 그 로건 말씀입니까?”
“ 맞아.”
상대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그걸 보던 캐롤라인은
피식 웃었다.
“ 걱정하지 마.
수호는 관여하지 않아.”
“ 하지만,
직속부대는...”
“ 이건 어디까지나
로건과 나의 개인적인 경쟁이야.”
“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캐롤.”
“ 지금 보수의 다섯 배를 지불한다고 해.”
“ 다섯... 뱁니까?”
“ 그래.”
“ 알겠습니다.”
멀어지는 등을 보던 캐롤라인은
전화기를 들고 우뚝 멈췄다
다시 돌아오는 상대에게
무슨 일이냐는 눈짓을 보냈다.
“ 당했습니다.”
“ 얼마나?”
“ 여섯은 죽고 둘은 부상입니다.”
“ 목표는?”
“ 도주 중입니다.”
그는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 누구?”
상대는
굳은 얼굴로 답하지 않았고
캐롤라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로건.”
어둠사냥꾼.
“ 잔인한 밤이 되겠어.”
뉴욕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모리 코고로가 람보나 코만도를 능가하는 액션씬을 보여줄 줄이야!!!!!! 진짜 대박입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