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JW 매리어트 카라카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잠에서 깬 잇토키는
제일 먼저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위아래로 1자를 이루고 있었다.
새벽 6시.
그가 일어나려고 한 시간에
정확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간 뜨거운 물을 틀어
온 몸을 적셨다.
그의 온 몸을 기분 좋게 두드리는 물줄기를 맞으며
잇토키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산타나 차관이 건넨 두 장의 사진.
그 사진이 일행에게 준 충격은 작지 않았다.
특히 그레이스 박사는
자신의 얼굴이 실린 현상수배 전단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레이스 박사가 원하는 것은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급증하고 있는 인신매매범죄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와 압박이 필요하다.
그레이스 박사가 원하는 것은
목소리다.
인신매매에 대해 증언하는 목소리,
우려하는 목소리,
그리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
경고.
그리고
그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경고.
누군가가,
아마도 그레이스 박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상반신의 1/3만 남아있는 시체를
고속도로 표지판에 걸어놓고,
그레이스 박사의 얼굴이 걸린 현상수배를 거리에 깔아놓음으로써
그녀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잇토키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현상수배 전단을 보고 있던
그레이스 박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빨리 끝나겠군.
당초의 예정은 일주일이었다.
둘째 날,
그러니까 원래대로였다면
오늘부터 3일간 포럼이 열리고,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성명서를 채택한 다음,
이를
UN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포럼이 끝난 후에는
베네수엘라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고,
피해자, 관계자 인터뷰를 녹화해
언론에 공개해 공론화시킨다는 일정으로
그레이스 박사는
일주일간의 스케줄을 잡아 놓았다.
그러나
포럼은 취소되었고,
그레이스 박사에게는 현상수배가 걸렸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일안에 그들에게 떠날 것을 권고했다.
아니, 경고했다.
잇토키는
샤워기를 잠그고
커다란 수건으로 몸에 물기를 닦아 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머리서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천천히
온 몸의 물기를 빠짐없이 닦아 냈다.
잇토키 입장에서는
일이 잘 풀렸다고 할 수 있다.
일주일의 체류 기간이 3일로 줄었고
당장 오늘 오전
장관 면담 이외에는
더 이상의 공식 일정도 없다.
면담이 끝나면,
호텔로 돌아와 그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내일 베네수엘라 정부의 권고대로 출국하면
이번 경호작전은 끝이다.
샤워를 끝마치고
온 몸에 묻은 물기를 깨끗이 다 닦아냈음에도
잇토키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일이 너무 쉽게 돌아가는데.
그런 생각이
그에게서 닦여 나가지 않았다.
본문
BEST
점점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이 글 보는 재미로 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