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히로인 쟁탈전에 대한 선호가 줄어드는 이유 중에 하나를 말하자면, 그런 장르에서 패배 히로인의 처리방식이 매우 러프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패배한 히로인을 처리할 때는 적어도 남성향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여성향이나 여성 작가의 작품을 참조하여 좀 더 구체적인 감정의 정리를 통해 연착륙을 시켜야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아예 패배할 히로인이 없도록 확고한 라인을 만들어 놓거나, 서브 히로인이 있더라도 기껏해야 한 두명 정도라 이후 감정 처리를 할 때 엄청 복잡하지 않은 러브코미디가 요즘 대세인 것 같습니다.
시키모리 양은 이미 커플로 시작한 작품이지만, 뭐 사랑이란게 골키퍼가 있어도 눈길이 안 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여자들은 확실히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잘 보이긴 하나 봅니다. 눈치로 알아채는 구도가 많이 나온다는 건 실제로도 그러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겠죠?
서브 히로인격인 카미야가 이즈미에게 가진 감정을 두 명의 신데렐라 중 마음을 전달하는 게 늦은 신데렐라라는 느낌으로 애니메이션이 오리지널 요소를 넣어서 표현했습니다. 빌드 업이 딱 한 번 더 더 들어갔으면 진짜 좋았을 것 같은데 이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후엔 원작대로 이즈미의 여친인 시키모리가 연적인 카미야를 위로하는 재밌는 구도로 카미야의 감정을 연착륙 시켰습니다. 이후 아예 등장이 없는 건 아니고 친구로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키모리가 연적조차 넓은 마음으로 위로하는 엄청난 성인이 아닌 그녀 또한 이즈미를 좋아하는 여자가 또 나올까봐 불안해 하는 평범한 여자애라는 점을 표현하고 이를 이즈미가 시키모리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며 다시 사랑이 깊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나름 섬세하게 그려낸 것 같습니다.
다만, 사실 이게 원작의 원패턴 스토리라인에서 가장 복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랑은 세계정복 후에 처럼 비현실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커플이 되지 않은 인간관계의 이야기보다 커플 관계의 이야기에는 좀 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개인적으론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다음주는 한 주 쉬어갑니다. 코멘터리 하나 더 나오면 나름대로 재밌을지도...
오 나름의 진지한 연애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