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신은 죽었다!'란 일갈로 유명한 사람으로, 종전까지의 종교등을 통한 전통적인 인습을 부정하며, 인습과 체제,국가등에 얽매이지 않는 초인, '위버멘쉬'가 민중들을 계도해 인간을 한단계 뛰어넘게 해야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니체는 여타 근대주의자들과 궤를 달리하는게 있는데, 그는 사회주의, 자유주의 체제 역시 '모두를 자신들과 똑같이 가난하게 만든다'라면서 혐오했다. 인습과 체제 모두를 부정하는 인간만이 위버멘쉬가 될 수 있다가 니체의 본질이다
근데 역사가중 일부는 이 니체의 말을 듣고 무언가 기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막스 슈티르너. 공산주의자들(맑스, 앵겔스 등)과 협력했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중 한명으로, 앵겔스에게 '나의 좋은 친구'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였다.
슈티르너는 종래의 '현국가 체제 안에서 점진적인 사회주의화'를 추구하던 공상주의적 사회주의자와, '국가 체제 안에서의 급격한 폭력적 혁명을 시발점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던 블랑키주의자들 모두를 혐오했다. 슈티르너가 보기엔 그것은 모두 인간 자체의 해방을 이륙하지 못하고, 사회주의적 체제에 옭아매진 새로운 노예적 인간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렇기에, 슈티르너는 그런 국가와 체제 모두에게 벗어난 유일자를 갈구했다. 모든 국가와 사회에서 벗어난채 자유롭게 사는 유일자만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이이고, 이 유일자들이 모인 평등한 연합만이 세상의 옳은 미래가 될 것이다
...슈티르너의 유일자, 니체의 초인과 비슷하네?
이것 때문에 혹자는 니체는 슈티르너를 표절한 것뿐이다!란 주장까지 했었고,(슈티르너의 '유일자와 소유'가 니체의 저작보다 먼저 나왔다) 철학사계는 니체가 슈티르너에 영향을 받았냐 안받았느냐로 한창 시끄러워진다
그렇다면 니체는 슈티르너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노아짱이 왔단 말씀!
우선 슈티르너의 유일자와 니체의 초인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해! 유일자와 초인은 둘 모두 국가,전통,관습,체제에 속하지 않고, 이를 부정하지! 또한, 둘 모두 주장자에 의해 '가장 자유로운 이'로 규정되며 '인류의 옳은 미래로 규정'돼!
...그렇다면 니체는 역시 슈티르너의 영향을 받은게 맞는건ㄱ...
라고 하기엔 좀 큰 문제가 있어. 니체는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이들을 자신의 저작,편지에 전부 언급하거든? 그런데 슈티르너는 여기에 한번도 언급되지 않아!
게다가 슈티르너는 위에 언급되었듯이 아나키스트고, 극도의 개인주의자야. 그의 유일자 담론은 대중을 계몽하지 않아. 그저 모든 대중이 유일자가 되어야 하고 국가의 폭력과 권위를 거부해야 한다가 끝! 그런데 니체의 초인은 대중을 계도하는 사람이지. 이걸 가지고 단순히 둘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니체가 슈티르너의 저작을 읽었다는 증거도 없고, 슈티르너와의 담론에 차이도 상당하니, 이는 둘의 사상이 19세기 독일에서 기반한 우연에서 온 유사성이란 말씀!
굉장해, 노아짱! 넌 뭐든지 아는구나!
...로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을 뜨겁게 달군 니체-슈티르너 논쟁은 독일 보수 철학자들에 의해 일단락된 것같았다. 허나 이러한 주장엔 큰 문제가 있었다
일단 이 논쟁이 시작된 시기에 니체는 정신병에 걸려 수감돼있었고, 당시 니체의 저작은 그의 누이가 관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가체제를 혐오하던 니체와 달리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트는 열성적인 국가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니체의 저작을 왜곡해 나치즘에 이용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던 이였다는 것이다.
이는 꽤 중요한 대목인데, 열성적인 국가주의자이던 그녀에게 자신의 오라비의 저작이 유명한 아나키스트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단건 참을 수 없던 문제였다. 곧 그녀는 독일의 명망높은 철학자,사회학자를 긁어모아 니체와 슈티르너간의 연계를 부정하는데 힘을 썼고, 이들의 권위를 이용해 반박하는 모든 학설을 묻어버리는데 힘썼다.
쉽게 말해, 반박설의 주도자가 니체의 저작을 국가주의적으로 왜곡시키는데 앞장섰던 엘리자베트인만큼, 그녀의 의도가 반박설에 담겨있지 않았느냐할 수 있는 것이냐다.
이러한 일단락에 더욱 중요한 문제는 다른데 있었는데, 바로 니체가 슈티르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냐 안받았느냐에만 열중한 것이다
사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분명 종교적 전통인습에 대한 근현대 인간의 승리인증으로써 현대에도 인정받지만, 반대로 이러한 주장은 니체가 창조해낸게 아니었다. 당시 독일의 반기독교, 이성주의 담론은 상당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었고, 니체가 이들에게 영향을 받았음은 이후 니체의 편지나 저작을 분석하면서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면 니체의 초기사상은 독일의 극작가 바그너에게 큰 영향을 받았음이 확실한데, 바그너는 독일 혁명기 바쿠닌등의 좌파 지식인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아마 슈티르너의 사상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추정한다.(이후 바그너는 출세한 이후 좌파와 손절한다) 이러한 고리를 통해 니체가 슈티르너에게 영향을 받지 않았냐는 얘기가 있다
또다른 예로는 바그너의 제자였던 폰 뷜로와의 관계인데, 폰 뷜로는 니체의 대표저작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판을 건내받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었고, 실제로 서로 토론을 진행하거나 희곡을 건내받는 등의 친분을 니체가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로도 이어받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폰 뷜로는 열성적인 슈티르너주의자였단 것이다.
이런 친분은 폰 뷜로만이 아니라 니체의 친구였던 헤르만 무샤케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니체는 헤르만의 아버지 에두아르드와도 교분을 유지하고 잦은 토론을 해왔다. 그런데 에두아르드는 슈티르너의 절친한 친우였기도 했단 것이다. 이걸 종합했을때, 니체가 슈티르너 사상을 아예 몰랐을 이유는 없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니체가 슈티르너를 접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가장 큰 반박의 증거는 다른데 있는데, 니체의 절친한 친구였던 프란츠 오버벡은 니체가 슈티르너의 저작을 도서관에서 빌려봤었다고 언급했고, 니체는 슈티르너가 언급된 철학저서(슈티르너는 19세기 중후반~20세기 초반에 독일과 러시아에서 인기있는 사상가중 하나였다)를 여러번 읽어봤음이 확인된다. 즉, 슈티르너의 사상이 뭔지는 니체도 알았다는거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유게이쿤? 슈티르너는 니체에게 영향을 준거야?
정답은 직접적 증거가 없어서 확답을 못한다는 거다. 니체는 슈티르너의 사상을 알았고, 저작을 봤다는 것까진 확실하다. 그리고 니체는 슈티르너의 추종자들과 깊은 교분을 나누며 그들과 여러번 의견을 교환하고 토의를 하는걸 즐겨했다.
또한 니체는 슈티르너의 주장과 거의 유사한 주장을 했고, 슈티르너와 동일하게 그런 인간이 신시대를 만들어낼 이라봤다. 또한, 니체와 슈티르너는 둘 모두 자기 국가를 혐오했고, 종교와 체제,관습을 혐오했다.
문제는 니체는 자기 자신이 슈티르너와 어떤 관계인지를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논쟁은 '아무튼 확증없지 않음?'과 '이정도 유사성이면 영향받은 거 맞지 않음?'이 반복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오랜 병림픽에 지친 철학자들은 '일단 영향은 받지 않았을까'로 끝낸 상태이다
이거 예전에 본거 같은데…
그것이 유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