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기 잡으려다 화장실 거울 깸 ㅅㅂ
내가 이번 해 우리 집에서 모기를 처음 본 건 3월 말이었던 것 같음.
내 방에 누워있는데 어디서 모기가 알짱이는 거임.
그래서 3월에 모기가 있다는 점에서 개빡쳐서 욕하면서 잡았음.
그래서 시간이 흘러 4월 25일이 됐음 (어저께)
자다가 모기 소리가 났고, 귀를 모기한테 물린 거임.
나는 4월 말에 모기가 있다는 거랑 심지어 4월에 모기에 물렸다는 거에 빡치고 아주 민감해졌음.
지난 해 여름에 모기 때문에 개고생했고, 11월까지 모기 때문에 개랄지을 떨었는데, 적어도 4월에 모기가 나오진 않았어.
그런데 올해는 4월 말부터??
나는 모기에 너무 민감해져서 시야 가장자리에 뭐 작은 게 스쳐 지나가도 모기인가 싶은 그 느낌을 받았음.
그렇게 오늘.
화장실에 있는데 왠 모기가 내 앞을 날아가는 거임.
그래서 모기를 잡을 만반의 준비를 했음.
화장실 문을 닫아서 나와 모기의 일대일 맞다이를 함.
모기가 못 날게 온수를 틀어서 화장실을 김으로 채웠고
이 잡것이 날다가 지쳐서 화장실 거울 모퉁이 위에 앉았음.
그래서 나는 내 오른손을 날려 모기에 정조준을 하고 손바닥을 날렸는데
왠걸. 화장실 거울이 와장창!
큰 파편은 거울 앞에 떨어졌고, 작은 파편은 이곳저곳 튀었음.
파편이 변기에도 들어가고 바닥에도 떨어지고.
나는 우리 방이 월세방인데 진짜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음.
물론, 거울이야 다시 하나 장만하면 되지만 이걸 집주인한테 어찌 말하냐?
그리고 내 손을 봤는데, 피가 나더라고!
다친 데를 잘 보니 일단 깊이있게 베인 것도 아니고, 파편이 살에 박힌 것도 아니었음.
손모가지 검푸른빛 정맥 있는 부분을 조금 베였는데, 다행히도 찰과상 수준이라서
그래도 몰라 병원에 갈까 생각을 해봤지만, 유리 박힌 데도 없고 그냥 전반적으로 찰과상 수준이라서.
다만 나는 오른손잡이라서 조금 글씨 쓰는데 거슬리겠지.
난 운이 좋다고 느꼈음.
아마 내가 기독교도라면 예수님의 가호라고 믿거나
내가 조상님을 믿으면 조상님의 가호라 믿거나
내가 아쿠시즈 교도라면 아쿠아님이 굽어살피신 것이라 믿었겠다.
다만 문제는 거울을 다시 장만하는 것과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는 것.
그리고, 모기를 잡았으면 어떻게 흔적이 남아야 하잖아.
벽에 흔적이 남거나, 바닥에 모기가 떨어져 있거나 등등.
그런데 모기 흔적이 안 보인다?
그래서 화장실 거울까지 깨고 손까지 조금 다치고 이랬는데 모기 잡은 걸 정확히 알 수 없음.
모기 사체나 모기 잡은 흔적이 없거든!
다만 거울이 사방팔방 튀었고, 모기가 빨리 날 수 없게끔 했다는 점에서 보면
모기가 내 손을 피한 뒤 유리 조각을 피하는 회피 기동을, 기동성이 떨어지는 공기 환경에서 했을 리 없지.
그래서 아마 죽었을 거야.
만약에 모기가 살아있다면? 나는 열불이 나서 선 채로 죽을 것임.
세 줄 요약
1. 3월 말에 모기 출현, 이틀 전에 모기에 물린 것에 빡쳐서 모기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이 됨.
2. 오늘 모기를 잡으려다가 화장실 거울을 깨고 오른손을 조금 다쳤는데, 이래도 모기가 잡혔는지 모름
3. 본문을 꼭 읽어 주세요. 이 썰 풀려고 꽤 고생했단 말이에요.
넌 볼만하게 생겼어 힘내!
집주인이 너한테 배상하라 할수도 있으니까 모기가 깻다고 해라
이게 진짜 문제임.
사실 모기는 없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