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말러 교향곡 西歐서 “뒤늦은 인기” (1986.5.11 조선)
말러 교향곡 西歐(서구)서 “뒤늦은 인기”
명지휘-녹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장중한 화음의 세계 새롭게 인식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1860~1911년)의 교향곡이 최근 서구 유명 지휘자와 관현악단에 의해 활발히 연주됨과 동시에 出盤(출반) 붐을 타고 있다.
말러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고성능 디지털 디스크 등 녹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의 雄渾(웅혼)하면서도 입체적인 음악 세계가 비로소 제빛을 발하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은 한 때 ‘낡아빠진 후기 낭만파적 감성으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작품’이라고 무시되기도 했으나, 말러 음악의 권위자로 알려진 레너드 번스타인,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퍼러, 야스차 호렌슈타인 등의 노력과 일반인들의 음악적 기호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가장 즐겨 연주되는 레퍼토리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 출반되거나 준비 중인 말러 교향곡의 지휘자와 관현악단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로린 마젤과 빈 관현악단이다. 마젤은 최근 교향곡 9번과 7번, 그리고 미완성작품인 10번 등을 취입했다. 그는 말러의 자유분방한 열정과 도덕적 절제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가장 완벽한 말러의 교향곡을 재연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번슈타인 풍의 낭만적 기질이 풍부한 그는, 자신이 한 때 몸담았던 빈 관현악단의 완벽한 음과 어울려 말러 교향곡의 신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젤 이외에 말러 교향곡의 레코드 취입에 착수한 지휘자로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기세페 시노폴리와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있다. 시노폴리는 런던 관현악단의 수석 지휘자이며 인발은 서독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마젤만 한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독특한 개성과 음악성으로 말러 교향곡을 새롭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레너드 번스타인과 뉴욕 관현악단이다. 번스타인은 바로 60년대 중반 연주와 음반을 통해 말러 붐에 불을 붙였던 장본인이었다. “마젤의 말러가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면, 번스타인의 말러는 우리의 가슴을 마구 뛰게 한다”는 뉴욕타임스 최근호의 평가는 번스타인의 음악적 깊이를 적절히 표현해주고 있다.
구스타프 말러는 현 체코령인 보헤미아의 칼리슈테에서 태어나 15세 때 빈 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바그너의 영향을 강하게 입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생전에 10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중 교향곡 10번은 미완성이다. 낭만파적인 교향곡의 마지막 작곡가로 평가되는 그의 음악 세계는 절망감에 가득 차 있거나 기괴한 해학 또는 초연한 탐미 정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만년에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承仁培(승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