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지방정치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대변인으로서 기초의원들의 현실을 알리고 자존감·자립감을 키워주는 모범 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6일 바른미래당의 대변인으로 임명된 김소연 청년대변인(39)은 ‘뜻밖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이자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의원 출마를 권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무난히 당선돼 기초의원으로 활동할 뻔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특별당비를 강요받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2년째 각종 송사를 치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료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민주당에서 제명당했다. 무소속으로 의정 활동을 하다가 바른미래당으로 입당, 청년대변인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김 대변인은 26일 세계일보와 만나 “민주당에서 제명된 이후 여러 정당에서 입당 제의를 받았지만 진짜 ‘일’을 하는 정당은 바른미래당이었다”며 “정파나 당론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 사안별로 주체적으로 사고해 판단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기초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방정치의 위상과 지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한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이 지역은 중앙에 예속돼있다. 정부가 아니라 중앙의 정치인에게 예속돼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청년대변인직을 수락하게 됐다.“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나.
“지역에서 평범하게 변호사로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워킹맘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시의원에 출마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존경하는 그 마음으로 정치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어도 옳은 일이라면 협치를 했던 큰 정치인이다. 지역주의 타파,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그런 정치를 해보고 싶었다.”
민주당에서 대전 서구6(월평1동,월평2동,월평3동,만년동)지역 공천을 받은 김 대변인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휩쓴 민주당 바람에 힘입어 지지율 68.75%로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순탄할 것 같았던 김 대변인의 정치인생은 공천을 대가로 돈을 요구받았던 사실을 폭로하면서 가시밭길로 바뀌었다.
―민주당 공천을 받았지만 제명당했다.
“민주당에서 기초의원 공천 대상자를 상대로 특별당비를 거뒀다. 6·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의원이 자신과 함께 뒷줄에 앉아있던 다른 비례대표 후보에게 ‘돈 준비해야겠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스마트폰으로 어떤 표를 보여줬다. 서울시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비례대표 후보가 ‘너무 비싸다’고 말하자 박 의원은 ‘서울은 7000인데 뭐가 비싸냐’고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결국 선거 이후에 특별당비 납부를 강요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민주당 대전시당, 중앙당 윤리위원회에서 저의 제명 안건을 두고 열린 회의에서도 ‘저로 인해서 당무를 방해하고 폐를 끼치게 된 것은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도저히 양심상, 공천 대가성의 인정 여지가 높은 특별당비를 강요받은 사실을 덮어두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사건이 기소되면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제명당했다.”
김 대변인의 폭로 후 한 시민단체가 박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대전지검은 지난 1월 박 의원과 관련자 6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특별당비 수수에서도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특별당비를 개인적으로 요구·착복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당비는 당헌·당규에 따라 대전시당으로 납부한 것이지 개인이 받거나 요구한 것이 아니며, 중앙선관위 판단으로도 문제가 없어 법률에 위반되지도 않는다”고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중앙선관위는 대가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을 안 내린 것”이라며 “추후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지냈다. 바른미래당으로 입당한 까닭은.
“민주당에서 제명 당한 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입당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내 문제를 정당 간 싸움으로 끌고 가기 싫어서, 혼자 싸울 자신이 있어서 무소속으로 남으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적대적 공생을 이루는 한국당과 달리 밖에서 본 바른미래당은 진짜 일을 하는 정당이었다. 하태경 의원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 몫의 일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개별적, 구체적 사안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바른미래당이라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지하고 검찰개혁도 지지해야 하는가. 그런 정파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부담은 없는가.
“바른미래당이 없어지거나 무너질 것 같았다면 대변인직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안에서 본 바른미래당은 시끄러워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주제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면서 토론하는 문화가 있다. 바른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사람 따라서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대전시의회의 유일한 야당 의원 2명 중 1명이다. 어려움은 없는가.
“기초의회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거수기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법령 정비 없이 지자체 조례로 먼저 근거를 만들어 발행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을 명백히 훼손하는 꼼수이다. 이런 밀어붙이기 행정에 지방자치단체가 도구로 쓰이고 있고 지방의회는 꼼수 예산 편성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모두 독식해 견제되지 않는다.”
―정치인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법치주의다. 법치주의가 훼손된 문제를 지적하고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겠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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