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기업 협력 26건 MOU
2026년 완공 울산 ‘샤힌 프로젝트’
9조3000억 규모로 단일사업 ‘최대’
외국인 투자 사업 역대 최대 규모
양국 수교 60년… 경제협력 새지평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의 방한에 맞춰 한국과 사우디 양국의 정부·기관·기업이 협력하는 26건의 각종 초대형 프로젝트가 동시다발로 시동을 걸었다. 울산에 9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포함해 이번 협약들의 전체 사업 규모는 40조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칼리드 팔리흐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두 나라 정부·경제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민간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6건, 한국의 공기업·민간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17건,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간 3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칼리드 팔리흐 장관은 이날 사우디 매체 아샤르크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가 한국 기업들과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샤힌 프로젝트)을 추진하는 에쓰오일이 국내 건설사 3곳(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과 체결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은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로,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샤힌(아랍어로 ‘매’라는 뜻) 프로젝트는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크래커를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스팀크래커는 아람코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연간 최대 32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다. 건설 기간 중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조원 이상의 울산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에쓰오일은 전망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계약과 MOU도 이뤄졌다.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한전은 사우디 민간 발전업체 ACWA파워와 그린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 약정을 각각 맺었다.
현대로템은 2조5000억원 규모의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해 사우디 철도청과 손을 잡았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을 따낼 경우 한국 고속철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
이와 함께 화학, 합성유, 제약, 게임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인 와이디엔에스와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이 MOU를 각각 체결했다.
열병합, 가스·석유화학, 가스절연개폐장치 등의 에너지 분야와 주조·단조 공장 건설, 산업용 피팅·밸브, 전기컴프레서 등의 제조 분야에서도 사우디와의 사업 협력이 이뤄진다. 또 백신·혈청 기술,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바이오 분야와 스마트팜, 엔지니어링서비스, 재활용플랜트, 투자 협력 등의 농업·서비스·투자 분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와 같은 양국 협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국은 1970년대 건설업 주도로 일으킨 중동 특수에 필적하는 대규모 해외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저유가와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기대만큼 큰 성과는 없었다”며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과연 실행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번에는 고유가로 인해 자금력이 풍부해진 만큼 사업 추진이 활발해지고 우리 기업들도 중동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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