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과 블루그레이로 도색된 사자종이 황야를 달린다.
격투전에 뛰어난 사자종의 조이드...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중장비.
캐논불 유래의 9연 캐논에 3연장 챠지 미사일이 2기. 그리고 상징적인 2문의 AZ대공속사포.
높은 격투 능력을 지닌 조이드에 중화력 장비. 그것이 와일드라이거 개(改)의 모습인 것이다.
이제 막 다음 작전의 전개를 위하여 이동하는 중이었다.
"이 정도의 장비로 달려서 170Km/h로 순행. 넌 정말 굉장한 녀석이다."
디아스 중좌가 중얼거리듯 말한다. 오랜만의 단독행군.
「부오부오오...」
달리면서 목구멍을 울려 라이거는 대답했다.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삐빗! 삐빗!
가논터스 부대로부터 응원 요청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진 제국군의 팡타이거로부터 기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의 진짜 힘을 발휘하게 해줄 기회도 없었으니 말이지..."
수령한 이래로 지원포격임무만을 맡아왔던 와일드라이거 개(改).
그 격투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아직 없었다.
드디어 그 능력을 발휘할 찬스를 앞에 두고 디아스는 어울리지 않게도 긴장으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자신은 라이더로서 그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라고...
「부오가!」
라이거의 대답은 디아스 중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자신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디아스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좋아, 라이거! 전속력이다!"
디아스 중좌가 오랜 세월 애기(愛機)였던 트리케라도고스 개(改)를 제노스피노전에서 잃은 후 지급받은 것이 이 와일드라이거 개(改)이다.
하지만 일개 병사 시절부터 어울려온 트리케라도고스 개(改)에 비하여 이 기체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리오남 대좌에게 불려간 것은 라프스 섬의 전투 전의 일이었다. 대좌는 공화국에서도 명성있는 에이스.
조이드와 라이더가 서로를 신뢰한 끝에 도달한다고 하는 '인기일체(人騎一體)'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여겨지는 몇 안 되는 라이더 중 한사람이기도 했다.
"너에게라면 맡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오남 대좌? 그건 무슨..."
사이를 두고 대좌가 대답한다.
"나도 알드릿지에게 당했다..."
"뭐라고요?"
디아스 중좌는 자신이 불려온 이유를 깨달았다. 애기 트리케라도고스 개(改)를 잃은 것은 바로 얼마 전의 일.
알드릿지가 모는 제노스피노와의 전투에 의한 것이었다. 자신은 트리케라의 중갑주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동체가 둘로 갈라진 트리케라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나와 싸웠을 때 녀석은 팡타이거를 타고 있었다. 라이거의 방어력 덕분에 이렇게 살아돌아올 수 있었지만, 더이상 조이드에는 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말하며 리오남 대좌는 와일드라이거의 코를 쓰다듬었다. 그 손에는 엄지손가락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디아스는 아무 말도 건낼 수 없었다.
「부오왕...」
라이거가 콧소리를 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에게 맡긴 것을 이 녀석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전 자신의 조이드를..."
"너도 군인이라면 알고 있겠지? 조이드가 라이더를 고를 수 없는 것처럼, 라이더도 조이드를 고를 수 없다는 걸"
"네, 하지만..."
"나는 이 녀석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조이드를, 또 너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라이더를 알지 못한다! 디아스, 이건 명령이다. 너희들이 녀석에게 승리하라!"
리오남 대좌의 말은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것이 명령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라이거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선대의 유품이다..."
트리케라도고스로부터 이어받은 AZ 대공속사포가 크레인으로 내려져 와일드라이거의 등에 장비된다.
"이제부터는 서로의 파트너의 의지를 등에 업고 싸우는 거다. 대좌의 것도 트리케라도고스의 것도......"
같은 적에게 조이드를 잃어버린 라이더와, 라이더를 잃은 조이드.
그러한 만남에 의미를 찾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아직 준비된 자리에 앉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흥, 시시한 녀석들이군..."
진제국군 알드릿지 중좌가 내뱉 듯 말했다. 공화국군의 가논터스 부대는 괴멸 직전에 몰려있었다.
사이즈에 비해 강력한 포격도, 집단에 의한 진형선전술도 그가 모는 팡타이거 앞에서는 너무나도 무력했다.
"제국이 이런 잡병놈들한테 애를 먹고 있었다면, 진제국군으로 간 게 정답이었군"
-둥! 둥!
가논터스 개(改)의 포격이 울려퍼지지만 허망하게도 가볍게 피해버린다.
"쓸모없다는 게 뭔지도 모르는 건가. 잡병은 머리도 나쁘구만"
알드릿지는 총격을 가한다. 그 공격은 가논터스 개(改)의 장갑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고 있는 라이더에게 충격은 전달된다.
버텨낼 수 있다고는 해도 직격이다. 탑승한 라이더에게 공포심을 안기기에는 충분했다.
"체크메이트다 잡병..."
장맛비처럼 사격을 퍼부어대고는 급속도로 접근하여 장갑의 틈새를 발톱으로 노린다.
적들이 좌초 상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단 한 대도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는다. 상대를 서서히 공포에 빠트리는 것을 즐긴다.
알드릿지는 그런 인간이었다.
"단 한번도 머신블래스트를 발동할 기회조차 없는 건 유감이지만..."
-둥!
"아직도 이런 포격이 명중할 거라고 믿는 게 불쌍해지는 군...후후, 후하하하하하...."
-둥!
"그러니까 의미없다고..."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갑작스런 포격의 빗발. 하마터면 직격을 맞을 뻔하였다. 알드릿지의 눈매가 변한다.
"누구냐? 장난하지말라고! 어느 틈에 포격이 닿는 범위까지 쫓아왔다고?"
탐색 레이더가 그 존재를 감지한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면서 발사한 포격으로 보였다.
이 정도의 중화력을 이만큼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조이드는 대체...?
모니터가 드디어 그 모습을 비춰냈다. 라이거 타입이었다. 게다가 이 개체는 본 기억이 있었다.
"후, 후하하하하 아직 살아있었냐! 이 죽다 만 녀석이!"
그 와일드라이거 개(改)가 이미 한번 쓰러트렸던 리오남 대좌의 기체라는 것을 알드릿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잊을 리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로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겨준 공화국군의 사냥감이었으니까.
"마침 머신블래스트를 사용할 상대가 필요한 참이었다"
포격의 빗발이 계속 쏟아내린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좌초된 가논터스의 옆으로 다가가면 되는 것이다.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동료를 휘말리게 하는 포격을 공화국군이 할 리 없다는 것을 알드릿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물러터진거다...토 나온다고"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와일드라이거에게 팡타이거는 자세를 낮추었다.
중포격형 조이드로는 불가능한 이동속도로 적에게 다가가 거대한 화력을 쏟아붓는 기습작전.
지금으로선 이 전술을 취할 수 있는 것은 공화국군에서도 이 디아스 중좌의 와일드라이거 정도 뿐이었다.
얼마 안 되는 정보만으로 이것을 피해냈다는 것은 적도 상당한 실력자.
"틀림없다, '녀석'이다!"
와일드라이거는 팽타이거와 대치했다.
"이쪽은 공화국군, 디아스 중좌다! 이곳은 공화국군의 영토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물러나라!"
"디아스라고? 전에 쓰던 놈은 어떻게 된 거냐?"
디아스의 경고에 알드릿지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그런가, 그 무능한 녀석은 네놈의 상관이었군! 후후후, 후하하하하....들려주고 싶었다고. 마치 어린애 같이 울부짖던 그 녀석의 목소리를 말이지!"
디아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알드릿지...각오는 되어 있겠지!!"
-크르르르르르르릉!
와일드라이거가 포효한다. 자신에게도 원한이 서린 상대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이제 접근전투거리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이 지근전에서는 포격형 에보블래스트는 손쉽게 회피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원한의 상대인 알드릿지를 앞에 두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것은 와일드라이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듯한 인기일체(人騎一體)의 싸움을 하지 않으면 승산은 없다.
인기일체(人騎一體).
조이드와 라이더가 목적을 함께 하여 공명하는 것으로 도달하는 감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라이거와 자신이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이라면 틀림없이 도달할 수 있다. 디아스에게는 그런 확신이 있었다.
둘 다 같은 숙명을 짊어진 동지니까.
"가자 와일드라이거!! 녀석은 반드시 '우리들'이 쓰러뜨려야만 하는 상대다!"
라이거의 발톱이 힘껏 대지를 박찼다.
"포격장비의 무거운 몸으로 팡타이거의 상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멍청한 놈!"
알드릿지의 피가 끓어올랐다. 라이거가 곧장 돌진해온다. 근접격투를 특기로 하는 팡타이거의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다.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다. 정면에서 달려오는 라이거를 향태 팡타이거도 낮은 자세로부터 한번에 달려들었다.
"병기해방! 머신블래스트!"
알드릿지가 머신블래스트를 발동한다. 등에 장비된 트윈드팡이 전개된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에 가능한, 더 없이 아름다운 자세로 달려든다.
"이때다! 장갑으로 흘려보내라! 라이거!"
디아스가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가 이미지한 그대로의 궤적을 그리며 라이거는 뛰어올랐다.
스쳐지나가는 두 기.
팡타이거의 칼날은, 라이거의 등에 있는 AZ 대공속사포의 포신으로 배를 가격당해 칼날 방향이 틀어져, 견고한 9연캐논의 브렛 실드에 막혀버렸다.
이래서는 칼날이 들어가지 않는다. 참격이 되지 않는다. 마치 타격이었다. 게다가 얇고 단단한 칼날은 어중간하게 장갑에 박혀서 달라붙듯이 걸리고 말았다.
-가고깅-!
뭐라 할 수 없이 둔하게 복부를 울리는 충격이 알드릿지를, 팡타이거를 휘감았다.
포격장비의 대질량으로 돌진한 라이거와 정면으로 접촉한 것이다.
경쾌준민을 자랑으로 하는 팡타이거가 밀리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이 녀석...이런 엉터리같은 전법..."
본래 상대에게 들어가야할 분량의 머신블래스트의 충격까지도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내B슈트의 허용치를 훌쩍 넘는 힘이었다. 입안에서 피의 맛이 느껴졌다.
"이 몸이 잡병 라이거에게 진다고....."
몸이 마비되어 있다. 철수다. 알드릿지는 분노조절이 안 되는 반면, 이전보다도 물러설 시기의 판단이 훨씬 정확해져 있었다.
그것은 제노스피노의 실패에서 그가 배운 전사로서의 강인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팡타이거! 체제를 재정비한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결코 '도망친다'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도 그의 자존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그 자부심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팡타이거 역시 그의 명령에 잘 따랐다. 지금 막 입은 데미지로부터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속력을 발휘한다.
투쟁심이 강한 사벨 타이거종에게 전력으로 퇴각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것.
이 역시도 또 하나의 인기일체라고 할 수 있었다.
"흥! 역시 이 속력에는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디아스 중좌는 일부러 알드릿지를 쫓지 않았다. 중량급장비로 달리게 만들어 혹사시킨 라이거의 다리를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대지를 밟고 등위의 AZ대공속사포로 수평사격 자세를 취한다.
디아스 중좌는 적을 조준했다.
"이 녀석의 사정거리를 우습게 보지 마라 알드릿지..."
-삐삐!
"받아라!"
조준을 록. 방아쇠를 당긴다.
-즈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포격은 알드릿지가 모는 팡타이거의 오른쪽 앞다리 아머를 스쳤다.
"우옷! 떨쳐내라 팡타이거! 조금 남았다!"
"명중하질 않는군, 도달은 하는데....."
머신블래스트를 막아냈을 때 포신이 휘어진 것이었다. 락온하고 있음에도 직격하지 않는다.
얼마 안 있어 탄알도 소진된다.
-삐-삐-삐....
모든 센서로부터 팡타이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놓쳐버린 것인가...큭...."
디어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라이거와의 일기일체를 실현했음에도 적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짜증과 초조함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갈 곳 없는 분노.
가슴을 쥐어뜯고 싶어지는 불쾌감...
"감사합니다! 디아스 중좌!"
갑자기 무선 너머로 울린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디어스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했다.
"여기는 가논터스 부대 타이로 대위. 덕분에 전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끝장을 내지 않고 상대를 가지고 노는 알드릿지의 악취미 덕분이라는 것도 아니꼬운 얘기이지만, 가논터스 부대는 라이더와 조이드 모두 사망자를 내지 않았다.
해치에서 대원들이 뛰어나와 부상자의 치료와 좌초된 기체의 응급 수리를 시작하며 급격히 분주해져간다.
디아스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살아서 전투를 끝냈음에도 목적을 잊고, 이루지 못한 복수를 한탄한기만 했을 뿐.
동료를 격려하는 것조차 신경을 쓰지 못했다.
"고맙다...와일드라이거..."
「부웅...」
디어스의 말에 라이거가 대답했다.
"하하......정말로 좋은 녀석이군 넌!"
디아스 중좌는 시트에서 내려 와일드라이거의 코를 쓰다듬었다. 타리오 대위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햇볕이 부드러웠다. 기분좋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커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