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11화 -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자유
사이코패스 11화는 전반부도 좋았지만, 후반부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 제겐 패셔너블하게만 만들어진 아니메식 악당 정도로 삐딱하게만 보이던 마키시마 쇼고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될정도로 성공적으로 강한 존재감을 주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장면에서 무대장치적인 면에서의 설계가 돋보이더군요.
길에는 층과 층이 있고, 서로가 교차하지만 만나지 않습니다.
신야의 정보를 듣고 추적, 결국 일련의 연쇄살인사건들을 교사한 실질적 범행인을 확보한 아카네.
무엇보다 자신의 절친의 목숨을 구해야 합니다.
딱히 무엇을 꺼내지 않고 화상으로 수첩을 꺼내는 시스템은
한치라도 방심했다간 생명이 위험할 급박한 사건 현장에서는 생존률을 높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시벌?
마키시마가 떠벌거리기는 시작할 동안 빠르게 주변 지형을 살피는 아카네.
마냥 얼빵해보이지만, 직장 선배인 기노자에게 따박따박 제대로 항의하는 모습이라던지
당혹스러울 상황에도 나름 상황 대처를 하는 모습이 시빌라 시스템의 적성 검사가 마냥 호구는 아님을 알려주네요.
또 신야도 없고, 절친인 아카네가 총까지 들고 나타났기에 동앗줄에 매달리듯 절박한 유키가 강조됩니다.
뭐 시벌? (2)
화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열세고 지형상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용의자.
자신이 불리할 수는 없다는 듯이 당당.
오히려 아카네를 놀리는 마키시마 쇼고
"끝났어, 아나킨. 내가 위에 있고, 네가 아래에 있다. 내가 무조건 유리해."
위에서 내려오는 장엄한 빛.
발디딜 곳 없어 보이는 냉엄한 허공 위에 직선으로 뻗은 다리들.
유키의 목숨을 손안에 쥐고 있는 마키시마는 확고한 철학을 계시 내리듯 뿌려대고,
아카네는 자신의 단하나의 최강의 무기를 쥐고 위로 쳐들어 대항합니다.
딱잘라 끊는 아카네.
그런 그녀를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뻗어있는 가는 다리들.
마키시마가 오직 하나만의 길을 딛고 있는 것에 반해,
교차로 한가운데 빛을 받으며 망연히 서 있는 아카네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치 앞으로 그녀가 맞닥뜨릴 혼란을 예고하듯.
경찰로서의 자의식에 대해 꺼내는 마키시마 쇼고
뭐 시벌? (3)
교차로 한가운데에 놓인 아카네에게 던져진 질문
야 너 뭐하는 샛기야!
엄마, 세상엔 ㅁㅊㄴ들이 참 많군요...
필기시험으론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실기시험으로 종목을 바꾼 마키시마 선생
목을 내리치듯 탁 내리치고,
돌이킬 수 없이 잠겨버리는 금속성의 소리
그러고보니 풀기 어려운 질문은 매듭에 은유되는 경우가 많죠.
뭐 시벌? (4)
뭐 시벌? (5)
조준하면 할 수록 이놈의 고철이 매기는 점수는 계속 떨어져만 가고.
최종 모의고사를 앞둔 고3처럼 창백해져가는 아카네.
친절하게 시험 절차에 대해 알려주는 마키시마 쇼고.
수치화와 매뉴얼이 지배하고 있는 사이코-패스 세계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는 아카네.
그 앞에서 시스템의 절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조롱하는 마키시마.
요즘 심각한 애니들에서는 비명 연기들이 장난이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
이번 화도 그랬습니다.
양털 다듬듯 면도날로 머리를 벅벅 긁어주는 마키시마.
보는 사람 신경도 아카네처럼 곤두섭니다.
그러고보면 시험에 든다는 표현과 '양'은 항상 함께 하죠.
죨라 상큼한 미소.
그리고 출제자의 의도가 드디어 드러납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자유를, 넌 인정할 수 있니?
마사오카 같은 늙다리들에게나 그 존재가 익숙한 것처럼 간주되는 묵직한 엽총.
그것이 마치 승리의 열쇠, 마키시마가 원하는 해답처럼 던져집니다.
무한한 화력과 무한한 탄창, 그리고 체구 작은 아카네도 한손으로 가볍게 다루는 도미네이터.
그에 반해 명중률도 형편없으며, 2벅이 전부인 장탄수, 그리고 한손사격은 꿈도 못꿀 무기인 화약식 엽총.
이는 오래된 구시대와 전산화된 현시대,
내가 내 손으로 총알을 넣고 몸에 피를 튀기는 구세대와 시빌라의 판단과 시빌라의 총알로 클릭하듯 쏘는 신세대,
총을 쏘는 자의 자의식의 척도가 자신에게 있느냐,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군가의 전산적 판단에 있느냐를 한꺼번에 의미하는 거겠죠.
최근 영화인 007 스카이폴에선 본드가 구식을 상징하는 엽총을 잡자마자
첨단 무기를 자랑하던 테러리스트들을 모조리 쓸어버렸습니다만...
사이코-패스의 세계에서는,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의 의미와는 다르지요.
사람을 죽이는 걸 OMR 모의고사 성적결과 받듯이 받아서 결정하는 너희에게는 처형의 권리가 없다.
뭐 시벌? (6)
'신'이라고 불리던 시빌라 시스템,
그것이 마치 인격을 가지고 아카네를 조롱하듯
조준을 거듭할 수록 떨어지기만 하는 수치.
20년의 서류와 시빌라 시스템의 완벽한 수치로 만들어진 자기 자신의 가치관,
그 모든 걸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를 진창에 넣어서라도 유키를 구할 결단력
어느 것 하나 버리지도 못하고 제대로 버티고 서지도 못하는 애처로운 꼴의 아카네.
웃음기가 사라진 입학사정관
마구 흔들리는 사선
'눈을' 질끈 감고 마는 아카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쐈을, (그리고 사진으로라도 봤을지도 의심스럴) 엽총의 무지막지한 반동과 소음
단 두 발을 쏘고도 정신이 나간 듯이 멍한 얼굴의 아카네
마키시마가 요구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의 무게'겠죠.
중간캡처에서도 보이듯이 아카네는 그냥 무작정 쏘지만은 않았습니다.
두번 다 제대로 노리고 의지를 가지고 쐈어요.
다만 그녀에겐 힘도 그릇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던져진 과제였을 뿐이죠.
마키시마는 그녀가 어차피 실패할 것임을 알고 유도했겠지만,
그걸 실제로 보고 실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겠죠.
시빌라 세계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반동과 무게,
그것을 두손도 아니고 한 손으로 감당하려던 아카네의 (악의없는) 오만은
결국 스스로 엽총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리게 만듭니다.
'야, 구해준다며?' 라고 추궁하는 듯한 유키의 눈빛
유키의 시선과 절박한 부름에 크게 휘청이는 아카네.
여기서 이미 맛이 완전히 갔다.
이미 무가치한 쇳덩이가 되어버린 도미네이터만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아카네
그녀의 그 어떤 시도도 닫지 못할 먼 상공에서 처형식이 시작된다.
그들이 딛고 있는 다리들의 실루엣은 마치 십자가와 같다.
아카네의 산산조각 난 멘탈처럼 마구 흔들리는 사선
악마의 조롱과도 같이 들리는 시빌라 시스템의 점수 보고
피에타와도 같은 성스러운 아우라를 풍기는 살인 의식
이 모든 건 한계에 달한 현과 같다.
출애굽을 이끈 선지자 '모세'이기도 했지만,
흡혈귀가 되어버린 인류의 심장에 거침없이 말뚝을 박아넣던 전설 '로버트 네빌'이기도 했던,
바로 사람에게 사람을 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총기협회 NRA의 의장을 맡기도 했던 찰턴 헤스턴.
물론 NRA가 사람을 엽총으로 쏴죽이는 스포츠를 즐기잔 뻘소리를 한 건 아니고,
센구지의 사냥은 어디까지나 가학적 연쇄 살인에 불과하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까지 벌어진 마당에
학교에 중무장 경찰을 상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우리처럼 원천적으로 총기를 금지하는 나라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쏘는 것에 대한 자유에 대한 개념이 아직 살아있는 나라인 미국.
여기에선 무기에 대한 권리, 총에 대한 권리를 정부에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사람이 사람을 쏘는 것에 대한 자격, 권리 그것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뤄 컴퓨터 연산수치에까지 밀어버린 사이코-패스의 세계는 또 어떻게 될까요?
사이코-패스라는 작품은 어떠한 이야기로 전개가 되어갈까요.
2주 휴방이 참 신경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