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의 헤리 홀레 시리즈. 줄거리는 호주에서 노르웨이 여성이 ㅁㅁ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노르웨이의 형사 헤리 홀레가 해결을 위해 파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주 애버리진의 전설 이야기, 애버리진 정책문제, 헤리 홀레의 신변잡기와 연애, 거기에 사건까지, 박쥐안에서 다루는 소주제들은 하나하나가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건과 주제의 조화는 나쁘지 않게 맺어지지요. 사회문제와 살인 사건이 이런식으로 연결되는 느낌이 꽤 신선했습니다. 범인의 사상이 다소 황당하긴 했지만 이런류 소설에서 그런걸 따지는 건 다소 째째한 처사죠. 문제는 각 이야기의 비중이 절제되지 못했단 겁니다. 애버리진들은 헤리 홀레를 만날때마다 애버리진의 전설 이야기를 줄줄이 쏟아내고 해리 홀레는 과거 이야기에 현재의 수사까지 바쁘게 극을 전개합니다. 그 결과 메인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이 굉장히 늘어지게 되었고 때에 따라서는 루즈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보석들이 매달려있는 목걸이는 맞는데, 각 보석들의 무게가 1kg이 족히 넘는 셈이랄까요. 극의 전개도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헤리 홀레는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추리하고 행동합니다. 뭔가 하긴 하는데 독자는 그 행동을 쉽게 이해하고 납득하기 힘들지요. 잘 수사하다가 알콜중독이 도져서 폐인이 되버리는가 하면 이쁘고 착하고 야한, 그야말로 참하고 좋은 여자친구를 미끼로 쓰기도 합니다. 결과야 뭐 예상대로 되버리고요. 이런 일이 터진데에는 여태까지 잘만 하다가 갑자기 멍청해지고 고집을 부리는 상사가 한 몪했지요. 수사물다운 부분이기는 했지만 다소 김빠지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개가 마냥 재미없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소설이 후반으로 향하며 극의 전개는 굉장히 빨라지며 긴장감있게 흘러갑니다. 요 네스뵈의 잔혹하면서도 건조하고 사실적인 문체는 독자들에게 쉽게 현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줍니다. 앞서 언급한 여자친구가 미끼가 되고 납치되는 부분에서 이런 긴장감이 극에 달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상되지만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원하게 되지요. 호주의 원주민 정책 문제와 백인간의 갈등도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작중 등장하는 원주민들의 입으로 이러한 부분을 얘기해주는 한편 ㅁㅇ에 중독되고 술에 쩔어서 공원에서 노숙하는 인물들도 나오지요. 이런 부분은 박쥐가 요 네스뵈의 첫 작품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합니다. 자기가 쓴 문장과 내용들이 아까워서 자르지 못했던 거죠. 그런 점에서 박쥐는 요 네스뵈의 날것 그대로인 감성을 엿볼수있기도 합니다. 시리즈의 첫작품으로써, 기틀을 잘 잡았죠. 사회 문제와 알콜중독증 형사라는 기묘한 조합을 잘 짜냈습니다. 첫작에서도 이미 요 네스뵈 특유의 문체가 거의 완성되어 있으며, 극의 긴장감도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요 네스뵈는 이러한 장점들은 살리면서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들은 가다듬으면서 헤리 홀레 시리즈를 훌륭하게 연재하고 있죠. 박쥐는 비록 추리물로써 어색한 전개와 납득할수없는 행동들이 다소 있지만, 헤리 홀레 시리즈의 위대한 발걸음을 찍었다는 점에서 박쥐는 충분히 존경받을만 합니다.
6권+수첩이 세트인 미니북 세트로 구매했는데 50 챕터와 51 챕터가 반복되는 인쇄 실수가 있더군요. 다른 책에는 이런 문제가 없길 바란느데 또 있다면 반품받던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