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세계 요리의 길]입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1권만 구매해서 읽어보고, 곧바로 알라딘 앱으로 e북을 결재해 2권까지 냉큼 읽었습니다.
간만에 리뷰를 쓰고 싶어지는 라노벨이었기에, 이렇게 루리웹에 글을 올려봅니다.
한 줄 평 : 근래에 보기 드문 웰메이드 라노벨
신작 카탈로그에 '이세계'란 단어가 막 드리우기 시작했던 2015년에 출판된 작품입니다.
당시 너도나도 이세계유행에 질색하던 시기였기에(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지만)
이 작품 역시 그놈의 '이세계'가 기입된 제목 탓에, 이런저런 태클에 시달리며 욕을 먹었었죠.
네, 이세계붐은 저 역시 폐해로 여기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긋지긋합니다. 때문에 되도록 이세계란 장르를 기피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 그 시절 [제로의 사역마]의 그 말초적이고, 쌈마이한, B급 카타르시스를 그리워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의 노골적인 제목에 전 또다시 눈이 가버렸습니다.
돈 주고 사긴 샀지만,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습니다.. 이세계물에 필력을 기대하는건 아스날 우승을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요리란 소재도 솔직히 지쳤고 질렸습니다.
솔직히 표지가 캐리했습니다. 저 색감 끝내주는 표지 보십쇼, 각선미 캬아...
그러나 1권을 완독하니!
상당수의 종이쓰레기들과 동일선상에 놓는게 미안할 정도로, 이 책은 웰메이드였습니다!
1권을 읽자마자 2권을 냉큼 구매할 정도로 말이죠!
1. 풍성하고 깊이 있는 작가의 요리 지식
요리 이름 달고 있는 라노벨에 요리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네, 요즘 라노벨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가 요리 쪽으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질 만큼, 내용이 철저하고 세밀합니다.
발골 과정에 대한 서술이 거의 백종원 발골책 수준이며, 그 밖의 조리 과정 역시 대단히 전문적이고 맛깔나게 묘사했습니다.
어느 시점에선 제가 라노벨을 보는건지 조리자격증 서적을 보는지 헷갈릴 정도였죠.
2. 사회상에 대한 전문적인 묘사
이세계물이 욕먹는 수백가지 이유 중에서 탑에 손꼽히는 것은 아마 '사회상의 고증'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문제작을 꼽자면 그 유명한 맛없는 밥 엘프 뭐시기가 있겠죠.
수많은 작가가 작품의 세계관 및 설정을 허투로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탓에 이세계인들은 얼간이가 되고, 평범한 인남캐가 쉽게 세계를 구해버리죠.
본 작품은 그런 면에서 극찬을 바치고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지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고증에 맞게 섬세하게 뒤섞인 이세계의 사회상, 많은 노력과 실패를 경험하며 그 사회를 이해해나가는 주인공.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여타 이세계물들과 달랐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자기 작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알게 된 대목입니다.
3. 인물에 대한 복합적이며 섬세한 묘사
많은 라노벨들, 특히 제목에 [하렘], [치트], [무쌍] 등이 들어간 물건들.
그것들을 보다 보면 울화통이 터질 만큼 등장인물들의 성격, 대사 및 심리가 평면적이고 단편적입니다. "어이"로 시작되는 그런 것들 있잖습니까.
반면 본 작품은 그런 면에서 '꽤 괜찮습니다'.
이방인이 되어버린 주인공의 심리를 웃음을 자아낼 만큼 유쾌하게, 때론 서글프게 묘사합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은 단순하지 않고 적잖은 긴장감을 돋웁니다.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곤 합니다.
특히 주인공과 메인 여주인공 아티 파 사이의 '사랑보다 먼, 우정보단 가까운' 멜로 묘사는 꽤나 가슴을 시큰거리게 할만큼 달달하고 애절합니다.
작 중 모든 캐릭터들에게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질 만큼, 심리 묘사들이 빠짐없이 돋보입니다. 특히 돈다 루와 아티 파에게서 강렬한 생동감이 느껴졌죠.
그러나 라노벨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금사빠 캐릭터'와 '전형적인 양아치 캐릭터'가, 이 작품에도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이 점 만큼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이 양산적인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 역시 탁월하긴 했지만 말이지요.
리뷰는 이렇게 마치려고 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었고, 루리웹 유저분들에게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정식출간도 느리지만 꼬박꼬박 진행중인듯 합니다. 저는 계속 달려보겠습니다.
구럼 20000
이세계가 아니라 이문화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하네요. 좋은 책입니다. 주인공이 선량하고, 적극적이며, 일편단심이고, 꾸역꾸역대지 않고 호의를 표현하는것에 있어 부끄러워 하지않고, 생각이 깊은 등 인격이 치트수준이라는점에서는 이세계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만 보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함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네요.
문제는 잘 안나오죠 벌써 일본하고 차이가 꽤 벌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