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있는것
나는 내일 아침에는 서로 가서 진술을 해야하기에 미리 이 글을 남긴다. 이것은 절대로 밖으로 흘러나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알게 돼서는 안되는 이야기지만 내일 하게될 진술에서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미리 있던 일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질택을 하듯이 묻곤 하는데 제발 내게 왜 그 산을 아무런 이유없이 불태웠느냐 하는 질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일반인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었고 아마 나의 외조부나 조부 두 분 모두 내가 그 산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지는 않으셨겠지만 나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그것을 파헤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끌림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자면 내가 매우 어린시절부터 외조부께 들어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부다 여기에 적어야 할지 모른다. 나의 외조부는 -실제 직업이나 학위는 없었지만- 소위 식물학자라고 부르는 사람이였는데 그것은 그 주변의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근 대학의 몇몇교수들도 인정할 만큼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내가 갓 중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나는 외조부께서 살고계셨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며 가끔씩 외조부를 찾아 볼때마다 외조부께서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는데 그것은 식물학자이신 외조부님 답게 식물에 관련된 여러 전설이나 민담들 이였다. 중학생의 어린 나이로서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섞여있었지만 나로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외조부를 따랐다.
외조부께서 일반인임에 불구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식물에 관해서 잘 알고 계시던 이유 중 하나는 외조부께서 작은 산을 하나 소유하고 계셨는데 그 산의 특별함 때문이였을것이다.
그냥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외조부 께선 그 산을 보물마냥 쥐고 계셨지만 또 보물과는 다르게 매우 세심하게 다루고 계셨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산에 올라가고자 하는 일들은 모두 허무맹랑한 소리밖에 되지 않을정도로 외조부께서는 그 산에 외부인의 발 한발자국도 남기려 하지 않으셨고 오직 그 산을 중간까지라도 오를 수 있었던것은 외조부와 나 그리고 나의 아버지 뿐이였다.
외조부님의 그런 강박함이 동네사람들의 구설수에는 그 곳에 보물이 묻어져있다는 말 그대로 어린애 농담같은 소리까지 만들어졌지만 외조부께서는 그런 소리를 들으실때마다 매우 어색한 웃음을 지으셨기에 그 소문은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내가 중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었을때 외조부와 단둘이서 그 산을 중턱까지 오른 일이 있었는데 그때 외조부 께서는 한마디 말을 해주셨다.
“그래, 네가 나를 따라 이곳에 오는것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구나 이산은 나와네가 같이 오른 정도면 더 이상 올라올 필요가 없으니 만약 너 혼자가 되어도 쓸데없는 생각을 갖고 이 산을 오르려 하지 말거라 네가 날 따르는 것은 늙은이로서는 기분이 좋지만 너의 할아버지로서는 그닥 석연치 않구나”
그 이후에 외조부께서 하셨던 말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기억에 남은것은 외조부님은 마치 더 이상은 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없을거라 는 듯이 스스로 가지고 계신 모든 지식을 내게 물려주려고 하셨다. 그 날 그렇게 하산했지만 다신 오르지 못할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던 외조부님의 말씀과는 다르게 그 이후에도 자주 산에 같이 오르곤 했다.
물론 이전 처럼 다양한 식물의 쓰임새나 전설, 민담 등을 들려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이미 오랬동안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하나의 식물에 대해서는 유난히 경계 하셨다.
외조부께서는 누구와 산을 오르던 산중턱에 있는 철조망을 넘지 않고 그 철조망 안을 주의 하며 주시하셨다. 신기하게도 그 철조망 주변은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했는데 단 하나의 식물만이 없었다.
그 식물은 철조망 안쪽에서만 살고 있는 잎이 뾰족한 소철같은 상록관목 이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철조망 안 쪽을 제외하고는 그 식물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외조부께서는 이따금 그 식물이 철조망 가까이에 자라고 있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히려 조급함 마저 느껴질 정도로- 제초용 가위와 도끼를 들고 스스로 베어버리고 베어버린 식물은 철조망 더 깊숙한 곳으로 던지곤 하셨다.
나는 그때 분명 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조부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말할 수 없는 의무감이 느껴져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무렵 외조부께서는 심장질환으로 병상에 오르셨다. 그 때문에 산을 오르는 일은 할 수 없었는데 어느날 가족이 모여서 외조부를 병문안 차 들른 기억이 있었다. 이때 외조부께서는 몇가지 불안증세를 같이 겪고 계셨는데 직접 그 상태를 보니 매우 심각했다. 병문안 용으로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온 모든 꽃이나 난 같은 식물들을 모두 화분에서 파헤쳐 버려버렸고 그건 자신에게 온 식물만이 아닌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외조부께서 식물을 피하시자 가족들은 조금 돈을 써서라도 1인실로 보내자고 생각해 1인실로 이동하자 외조부께서는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에 성화셨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은 다시 나무가 안보이는 1인실을 구하려고 애 썼으나 나무가 안보이는 방법은 병원의 가장 끝에 있는 독방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으슥한 곳으로 창문 하나 없는 마치 창고 같은 방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약 한 달 가량 독방에서 생활 하시던 외조부님를 자택 요양하기로 마음먹고 우리 가족이 외조부님의 저택으로 이사해 외조부님과 함께 생활했는데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외조부님은 집안에 식물들을 들이는 것을 극구 거부하셔서 집안이나 혹은 집 주변에 있는 모든 식물들을 없애버릴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신 외조부님께서는 거의 대부분 예전에 모아두셨던 책들을 읽고 정리하는 형태로 시간을 보내셨는데 가끔씩 나와 단 둘이 있을때는 산에 올라가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의사가 하는 말이 연세도 많고 심장도 안좋으신 외조부께서 산을 오르시는것은 권하지 않는다 했기에 오를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 외조부께서는 내게 부탁을 하셨다.
그 부탁이라 하는 것은 자주 가던 철조망 주변을 한번 탐색하고 오라는 부탁이셨는데 내게 이 부탁을 하실때의 외조부께서는 매우 갈등하고 계셨다. 사실 처음에는 나의 아버지께 부탁드리셨지만 그때 한창 아버지의 지역 출장 문제로 인하여 어쩔수 없이 나에게 돌아갔고 외조부께서는 철조망을 지극히 강조하셨다.
결국 부탁받은 그 주말에 나는 혼자서 예전에 오르던 산을 올랐는데 불과 몇 개월 전이니 산의 상태는 별 문제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가끔씩 산을 오르는 것 같은 흔적은 보였으나 그 흔적들은 모두 철조망 앞에서 포기하고 돌아간 흔적들이 있었다.
나는 이 사실들에 대해서 외조부께 말씀 드렸으나 외조부께서 나에게 묻는건 단 하나 뿐이셨다.
“안에 식물은 어떻게 되었니?”
그 말씀을 듣고서야 알았는데 외조부께서 내게 부탁하셨던 것은 철조망을 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길 원한것이 아니라 철조망 안에 있던 외조부께서 그렇게 베어버리셨던 관록상목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기를 원하신것이 였지만 내가 혼자서 산에 올랐을 때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알아 오지 못했다. 그 이후 나는 외조부께 다시 산에 올라서 그 식물을 확인 하겠다고 했으나 외조부께서는
“안된다, 안돼 그것은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어. 애초에 이렇게 됬어야 했어. 내 말대로 하거라 다신 산에 오르면 안돼 이미 너를 보내는 것이 아니였는데. 알겠지? 다신 산에 오르지 말거라 그들이 이미 혼자 있는 너를 봤어. 안 돼 역시 내가 올라갔어야 했는데. 어쨌건 다시는, 다시는 산에 오르지 말거라”
라고 너무 강하게 말씀하셨기에 나는 다시 그 산을 오를수 없었다.
그 이후 외조부님의 상태는 조금 괜찮아 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심각하게 악화되어 내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에는 매우 불안정한 정신을 간신히 유지하셨다는 느낌이다. 아버지께서는 외조부의 유서를 찾으셨는데
그곳에는 재산에 관련된 말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고 불안한 필체로 산을 절대 팔아서는 안되고 그 누구도 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말만 적혀있었다고 하셨다. 외조부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그 유서가 의심스럽다 했지만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그 외조부의 유언을 지켰고 외조부의 나머지 재산은 친족들에게 공정하게 흩어졌지만 산만은 누구의 출입도 허가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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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좀 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등학생인데 방학숙제로 창작문학 퀘스트를 받아서
요즘 러브크래프트 전집 읽고 있는게 재밌길래 최대한 그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해봤습니다.
과연 제대로 완결이 날지는 의문이네요
필력이 상당하시네요 공포물인가요 저도 지금 공포물을 쓰고 있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