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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비아씨."
"아, 펠트? 갑자기 무슨일이야? 한참 더블오의 그 뭐냐...오라이저? 그거 테스트 중 일텐데? 펠트는 그거 안하는거야?"
사르비아의 말에 펠트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제 전공은 그 쪽이 아니거든요."
"그런가? 펠트가 못하는게 있었다니 의외인걸?"
"......"
펠트가 어떻게 그런말이 나오냐는 듯 인상을 찌뿌렸다. 싫다는 의미가 아닌 약간 부끄럽다는 표정이었지만 사르비아는 쉽게 이해해내었다. 금세 솔레스탈 비잉 멤버들과는 꽤나 친분을 쌓은 사르비아이기에 펠트의 성격이 매우 내성적인걸 잘 알고있었다.
"어쨋든, 무슨일이야?"
"사르비아씨는...건담 마이스터에 들어오기전에 무슨 일을 하셨어요?"
펠트의 말에 사르비아의 약간 장난끼있던 말투가 끊겼다. 안색이 않좋아지며 약간 정색하였다.
"...그건 갑자기 왜?"
"아, 말하시기 싫으시다면 안 하셔도 돼요. 괜한 질문해서 죄송해요."
펠트가 매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르비아에게 말했다.
"...듣고싶어?"
"예?"
"펠트가 듣고싶다면,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해줄게. 내 과거를."
사르비아가 귀를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쑥스러워서 그런게 아닌 좀 무안해서 한 행동인데 과거의 생각이 펠트에 의해 불쑥 생각나서 정신이 약간 불안해 진 듯 하였다.
"그럼 들을게요."
"하하, 갑자기 돌변하는데? 그렇게 듣고싶은거야?"
"...여기있는 사람들은 그런걸 물어보지는 않지만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솔레스탈 비잉에 소속되있는 사람들 중에 좋은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만약 그 과거의 기억을 묻는다면 상당히 가슴아파할게 분명하지만, 사르비아씨는 뭐랄까..."
펠트가 말을 끊고서는 웃는 얼굴을 하고있는 사르비아를 바라보았다.
"억지로 웃는거 같아요."
"......"
"말 안하셔도 되요. 그럼, 저는 더블오의 테스트를 보러..."
사르비아의 웃음에서 자연스러움이 없어지고 매우 인공적인 웃음이 선하게 보였다. 펠트의 말을 듣자 미소가 흐트러진것이다. 펠트는 그런 사르비아의 모습을 보고서는 더블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했다. 하지만 사르비아가 돌아가던 펠트의 손을 붙잡았다.
"말해줄게."
"네?"
"나를 그만큼이나 생각해주는 펠트에게 내 얘기정도는 해 줘야하지 않겠어? 나중에 펠트얘기나 나한테 해주라고. 뭐, 안해도 상관은 없지만 말야."
"......"
펠트는 과거에 매우 안 좋은일을 경험했기에 말 할 생각이 없었다. 사르비아도 스메라기에게 대충 들어서 펠트의 과거를 알고있는지라 더욱 캐뭍지는 않았다.
"그럼, 어릴때 부터 해야하려나?"
[사르비아의 소년시절.]
"......"
검은색 머리에 키가 7~8살 정도 되보이는 한 소년이 방 한구석에서 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조용히 있었다. 사실 13살이나 되어서 한참 자랄 나이지만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잘 자라나지 않았다.
방 바닥은 모래로 되어있는 터라 소년이 그림을 그리기에는 매우 적절했다. 소년은 중얼거리며 무엇을 계속 그리기 시작했다.
-끼익~
방문이 열리면서 한 남녀가 들어왔다. 수염이 꽤나 덥수룩한 한 남자와 꽤나 늙어보이는 한 여자였다. 아무래도 부부로 보였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 소년의 부모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소년을 매우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세트. 밥은 여기에 둘 테니까 먹으렴. 밥 다 먹고 나가서 뛰어 노는게 좀 어떠니?"
그러자 세트라고 불렸던 이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흙장난하던 더러운 손을 옷으로 대충 닦아내고서는 식기도구를 들어내서는 노부부가 준 음식을 집어들었다.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 단순한 요깃거리용 식사였지만 집을 보아서는 이 집에서 이런 음식을 먹는건 평상시와 같았나보다.
세트는 밥을 꾸역꾸역 먹어대었다. 밥을 못 먹어서였을까, 적게먹어서 였을까 적은 양의 죽으로 보이는 밥을 빠르게 먹어대니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그런 세트를 바라보던 노부부는 더욱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트야, 집은 우리가 좀 청소하고 있을테니 저쪽 평원에 가서 아이들과 노렴. 가축들도 얼마든지 있을테니 젓을 먹어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장난을 골려도 된단다. 어떠니?"
-끄덕...
"갇다올게요."
"그래, 잘 다녀오렴."
노부부는 세트의 말에 답했다. 매우 낮고 암울한 세트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라고는 할 수 없을정도로 어두웠었다.
노부부는 한숨을 내쉬며 집 안에 있는 청소도구를 이용하여 청소를 시작하였다. 흙집이라 먼지를 털어낼 필요는 없고, 물을 이용해 치울 수도 없는 지라 나무장판이 있는 곳만 치워도 되기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노부부는 어찌하여 세트라는 소년을 밖으로 내보낸 것이였을까.
세트가 나간지 별로 안 된 때에 다시 문이 열렸다.
"...맙소사. 진짜로 돌아온거냐."
늙은 남자가 혀를 끌끌 차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눈에는 약간의 습기가 찼고 말에도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하지마라. 자식을 버린 놈에게는 신의 저주만이 있으리...네놈이 내 자식이였다고 쳐도 지금은 이미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노인의 말에 문에서 들어온 남자는 모자를 더욱 깊이 썼다. 검은색 머리에 키가 꽤나 컸고, 입은 옷은 헐렁거리는 양복과 그것을 덮어쓴 로브뿐이였다.
"여보, 그만해요. 저애도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어요."
늙은 여자가 노인의 소매를 붙잡고는 태연한 듯 얼굴을 쳐들며 말하였다. 늙은 여자 또한 안구에 습기가 차 있었고 말이 조금씩 떨려왔다.
"왜온거냐."
"...이름은 불러주시지 않는겁니까?"
남자가 인상을 찌뿌렸다. 하지만 늙은 남자는 그에 아랑곳하지않고 다시 청소를 시작하였다.
"아이는 어디에있습니까."
"네놈이 온다길래 죽여버렸다. 그 애는 여기 없으니까 어서 꺼져버려."
"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 아이는 병에걸려 죽어버렸다. 그 애는 여기 없으니까 어서 가버려."
"제 일은 다 정리를 하고 왔습니다. 궤도 엘리베이터에서의 직장도 얻었고, 그 아이를 먹여살릴만한 돈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 아이는 어디있습니까?"
"이제와서 그 아이를 떠맡겠다는거냐, 이 썩어빠질놈아! 신의 저주를 받은 네놈에게 줄 아이는 어디에도 없어! 말했잖느냐, 죽었다고!"
계속되는 남자의 말에 노인이 버럭 화를 질렀다. 남자는 모자를 더욱 눌러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둘을 바라보던 늙은 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향하였다.
"자, 여기 물이라도 한잔 마시렴."
늙은 여자가 물한잔을 떠다가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남자는 그 물을 받아들고는 마시려고 고개를 올렸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것조차 늙은 남자는 허락하지 않았다.
-탁!
늙은 남자는 남자의 팔목을 손으로 가격하였다. 덕분에 컵은 바닥에 굴르고 물을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물이 바닥에 들어가면 위험한 구조지만 단 한잔의 물이기에 괜찮았다.
"네놈에게 이 땅의 물은 한 방울도 줄 수 없다."
"......"
"어서 돌아가. 계속 있다면 네놈을 죽여서라도 이 땅에서 내보내겠다."
남자가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서 로브도 벗어내고서는 옷걸이처럼 보이는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 그러자 늙은 남자가 무슨짓이냐며 옷걸이에서 로브와 모자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남자가 늙은 남자의 손을 잡아내었다.
"곧 있으면 이 곳은 반란의 소용들이에 빠져듭니다. 그런데도 여기에 계속 있으시겠다는 겁니까?"
"...이 곳을 떠난 네놈처럼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죽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이곳에 뼈를 묻으실 생각이십니까?"
"안 죽는다. 신께서 내 가족들을 가호하시는 동안 반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풋..."
늙은 남자의 말에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남자를 노인이 어의없다듯이 쳐다보았다. 그에 남자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그 큰 손바닥으로도 막지는 못하였다.
"그 놈의 신, 신! 그딴 신을 믿다가 다 뒈져버린걸 아직도 모르는겁니까? 그 아이를 이딴 썩어빠진 신타령하는 곳에 놔둘수는 없습니다!"
"이, 이놈이! 감히 신을 모욕하는것이냐! 게다가 자식을 버리고 나몰라라 도망친놈이 이제와서 그 아이를 데려가겠단거냐!"
"물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들이 살 만한 곳도 따로 마련해 드릴테니 잔말말고 내 아들을, 이름도 없는 그 불쌍한 아이를 돌려주시오!"
"이자식이, 그래도!"
늙은 남자의 손이 위로 올려져서는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문으로 날아갔다. 문이 부서지는 일은 없었지만 건장한 남자가 늙은 노인의 주먹에의해 날아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여, 여보!"
"가만히 있어."
"주먹은 여전하시군, 혈안의 대령님?"
"닥쳐라!"
노인의 꺼질것같은 눈에서 약간의 붉은광채가 흘러나왔다. 그럼과 동시에 남자의 눈에서도 광채가 흘러나왔으나 노인보다 밝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색이 혼합된, 노인처럼 붉은 빛나는 눈이 아니였다.
"그, 그 눈은..."
"......"
"설마..."
-쾅!!!!!!!!쾅!!!!!!!쾅!!!!!!!
노인이 말을 뜸들일 때, 밖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여왔다.
"뭐, 뭐지?"
"거보쇼, 아버지! 내 말대로 됬잖아요! 이곳은 더이상 신의 가호로 지켜지는 곳이 아니란 겁니다! 그놈의 반란군들이 활기치고있는 아자디스탄의 바로 옆에있는 곳인데 안전할 리가 있겠소!"
"맘대로 짓껄여라! 어, 어서 세트를..."
늙은 남자가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섰다. 늙은 여자도 노인을 따라서 문을 나섰는데, 두 사람의 늙은 안구에는 처참한 광경이 보여졌다.
바로 자신들의 집 앞에서 폭탄이 떨어졌던것이다. 아니, 폭발과 동시에 날아간 부분이 바로 자신들의 발 앞에 있었다. 어저께까지만 해도 함께 수다를 나눴던 부부들도, 아이들도, 이웃들도 모두 죽어있었다.
"여보. 나를 따라오시구려. 아무래도 신께서 우리를 버린 듯 싶구려."
"...알았어요. 세트를 데리고 어서 다른 곳으로 피해요."
"미안하구려."
"미안하긴요..."
하지만 두 부부는 너무나도 냉정했다. 저런 광경은 소싯적 많이 봐왔던 건지, 잔혹하게 널려있는 시체들을 보고서도 냉정하게 세트라는 소년을 찾기위해 평원으로 달려갔다. 별로 멀지않은 곳이라 여차하면 반란에 휘말려 죽을수도 있기에 늙은 몸을 끌고서 그들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세트신."
집 안에있던 남자는 빛나던 눈을 다시 평상시의 약간 붉은색이 띄는 눈으로 돌리고서 달리는 두 노부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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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온 노부부는 조용히 벽뒤에 숨으며, 엄폐물을 이용하며 이동하였다. 소리지르며 이동했다가는 반란범들에게 들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니 꽤나 명쾌한 해답이였다.여기저기에 피탄에 맞아 죽은 시체들이 싸여있었고 부모를 잃은 슬픔에 그대로 울고있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노부부는 그런 상황은 질릴대로 봤다는 반응을 보이며 시체를 밟고 계속 움직였다. 반란군들도 그렇게 조금씩, 조용히 움직이는 노부부를 발견해내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파괴하고 살상을 하고 있었다.
노부부는 한참을 걸어서, 기어서, 올라가서 평원을 향해 도착했다. 보통 반란이 일어나면 시가지를 파괴하고 평원같이 가축이 있는 곳에는 공격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먹을 식량이나 물품을 얻을 수 있기에 오히려 지켜야 할 곳으로 지정되어있다. 노부부는 그 점을 잘 알고있기에 평원에 있는 세트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그 곳으로 향한 것이다.
노부부는 평원에 도착하고서는 한 풀숲에 몸을 숨겼다. 늙은 몸으로 꽤나 이동한 터라서 숨소리가 거쳤지만 두 사람은 아무소리 안하고 숨을 죽였다. 주변에 있는 반란군이 2명이 있었는데 모두 무장한 반란군이였다. 아무래도 정찰을 하고있는것으로 보아하니 전투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한명은 두건을 쓰고 썬글라스를 쓰고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나무에 누워있었다.
"어떻게할까요, 여보."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수화를 보내었다. 상당히 오래된 수화방법이라 현재 아는 사람은 군의 최상부를 제외하고는 없는 수화법이였다.
"...우리같이 늙은이들이 뭘 어쩌겠어. 몰래 세트를 찾아서 도망치는 수 밖에."
할아버지 또한 수화법으로 대화하였다. 그러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몸으로는 몰래 아이를 찾아 빠져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 만약 들킨다 해도 노인을 함부로 죽을 반란군은 몇 안된다.
-스스스슥...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도 노부부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정찰병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여전히 긴장한 채 하늘과 멀리있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반란의 성공을 위해 계속 정규군의 공격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노부부는 그 점을 믿고서 세트를 찾으려 더욱 몸을 움직였다. 자신들이 알고있는 그 아이는 머리가 상당히 뛰어난 아이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생각대로, 세트는 한 풀숲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세트가 할아버지를 반겼다.
"쉿."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세트의 입을 손으로 막고서는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폈다. 그러자 영특한 세트는 상황을 이해하고서 조용히 하였다. 아무리 세트가 영특한 아이여도 전쟁통에 어린 아이와 함께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에 노부부는 결심을 하기로 하였다.
"......"
"......"
"...괜찮겠소?"
"네. 살만큼 살았죠 저도..."
"......"
두 부부는 수화를 계속하였다. 할아버지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으려고 소매를 이용해 계속 눈시울을 닦아내었다. 할머니 또한 계속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었다. 그들의 결심을 알아챈걸까, 세트의 인상또한 매우 어두워졌다. 어린 나이에 이들이 지금 무슨일을 벌이려는지, 왜 그러는지,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벌이려는지 세트는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걱정말거라, 세트. 할아버지가 널 잘 지켜줄 거야. 네가 어른이 되서 예쁜 숙녀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 까지...할머니도..."
"......"
"세트의 다 큰 모습을 보고싶었단다."
"할머니...!"
세트는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평소 과묵하고 약간 특이한 하이였지만 이미 무슨 일을 벌일지 알기에 품속에서 신음을 토해내었다. 할머니 또한 그게 괴로운지 더욱 세트를 끌어앉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할머니는 세트를 놓아주었다.
"정말로 미안하오."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 할아버지는 세트의 손을 잡고서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낮은 포복으로 걷는거라 세트에게는 매우 힘들었고 노인의 약한 무릎에게도 않좋았다. 그러므로...얼마가지 않아 반란군에게 잡힐 확률은 수 없이 올라간다. 이 평화로웠던 곳에서 반란군이 일어났다는 뜻은 옆 마을도, 그 옆 마을도 이미 반란에 빠졌다는 것. 이 광활한 사막을 노인과 아이가 뚫고 나가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
할머니는 일어섰다.
"누구냐!"
그러자 정찰병이 풀숲에서 갑자기 일어난 할머니를 발견해내었다. 그에 할머니는 머리를 긁적이며 태연한 얼굴을 지었다.
"에? 풀숲에서 잠을 자다가 꺠어났네그려. 무슨 일 있었수?"
"쳇, 노인네잖아."
병사는 멀뚱멀뚱 서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노인인지라 총구도 겨뉘지 않고 그대로 다가갔는데 할머니를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이봐, 할머니. 여기는 반란구역이라고. 죽기싫으면 어서 다른데로 가봐. 뭐, 어차피 가다 죽을게 뻔하지만." 병사가 할머니에게 단념하라는 말투로 말하였다.
"무슨말인가, 젊은이?"
"몰랐어? 반란군뿐만 아니라 얼마나 전쟁을 원하는 군이 많은 줄 알아? 소년군, 청년군, 반란군, 용병군...쳇, 내가 왜 이러고있담. 어쩃든 우리는 노인네 죽일 총알따윈 없으니까 얼렁 꺼지라고. 뭐, 애들 죽이는건 나름대로 재밌었지만 말야 킥킥~"
병사의 말에 할머니가 미간을 찌뿌렸다. 대충 주위를 살펴보자 아이들의 시체가 눈에 선명히 띄였다. 아마도 세트도 잔인하게 죽은 아이들이 맞은 총. 그 총소리를 듣고서 숨은게 분명했다. 어린아이 하나 찾는게 여간 쉬운일이지만 할머니는 세트가 어떻게해서든 남았다는게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한 곳에서 썩어가고있는 어린 고기들, 어린 아이들의 시체들을 보자 마음이 여려왔다.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기에 아이들을 저렇게 무참히 죽이고, 아무런 죄없는 마을 사람들을 죽인단 말인가?
"젊은이가 저 어린아이들을 죽인건가?" 할머니가 선한 눈을 지으며 병사에게 말했다.
"아? 쟤들말야? 킥킥킥, 그럼 누가죽이겠어? 저기있는 친구는 이쪽에 흥미가 없어서 안 그랬지만 나는 취미가 꽤나 독특해서말야."
"죄없는 아이들을...취미로 죽였단 말인가! 젊은이." 할머니가 눈을 부릅떴다. 노인에게서는 절대로 나올수 없는 기세와 살기에 의해 병사가 잠시 주춤거렸다.
"죽고싶어, 할망구?"
"죽일 수 있으면 죽어봐라, 애송아!"
"이 미친 할망구가!" 병사가 광분했다. 병사는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권총 한자루를 꺼내들어서 할머니에게 겨누었다.
-철컥.
"젊은이, 이름이 뭔가?"
"갑자기 그건 왜 묻는거지?"
"껄껄, 죽기전에 한사람이라도 친구를 더 만들고 싶어서 그렇다네."
할머니의 말에 병사가 다른 손으로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쳇, 왜? 죽인놈 이름이라도 알고 갈려고? 그래봤자 쓸모 없는 거 알지? 죽으면 다 끝이라고 망할 할망구."
"...이름이 뭔가."
"내 이름? 다들 날 이렇게 부르지. 알리 알 서세스라고."
"정찰병인가?"
"아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여기 지역의 헤드는 바로 나라고, 할망구. 저기 꼬맹이들도 살기위해 열심히 죽이고있잖아?"
알리 알 서세스의 말에 할머니의 인상이 매우 어두워졌다. 꼬맹이들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였는데 그 뜻은 소년병을 다루고있는 자란 소리였다.
"어린 아이들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사람들을 죽인다는소린가."
"상관없잖아? 난 용병이라고! 돈을 위해서라면 저딴 애새끼들 몇명 죽이든 별 상관 없어. 아아, 말이 너무 길어졌군. 그만 죽으라고, 할망구."
알리 알 서세스가 총구를 더욱 겨뉘었다. 그리고...
-탕!!
할머니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아무리 냉철한 상황파악과 행동을 보였다지만 20대로 보이는 이 두건을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체격의 무장한 청년을 이길리는 없었다.
알리 알 서세스는 바닥에 나뒹그루는 할머니의 싸늘한 육신을 발로 걷어 찼다. 그러면서 입에 물고있던 침을 뱉어내었다.
"곧있으면 죽을 노인네가 괜히 성질 건드려놓고선, 킥."
"......"
"......"
할아버지와 세트도 그 총성을 들었다. 총소리가 났다는 것은 아까의 그 병사들이 할머니에게 총을 쐈다는 것. 하지만 자신들은 적들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자신들이 도망칠 시간을 주었기에, 이들은 평원에서 꽤나 멀리까지 최대한, 심장이 터질 듯이 달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는 액체가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정도로 슬픔에 잠겨있고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더욱 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계속 달리지 못 하였다.
"그 아이야? 내 자식이."
떠내려가고 있는 석양 바로 아래에서 휘날리고있는 긴 붉은색 머리카락. 렌즈라도 낀 듯 밝게 빛나고 있는 안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
"...어떻게 여기에?!"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 아이가 내 아이냐고 물었어, 아버지."
"아버지라고 하지마라."
"이름도 없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아빠없이 사는 존재가 얼마나 외로운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건 당신도 알텐데?"
"이 아이의 부모는 나다."
"언제죽을지 모르는 몸뚱이를 가지고 저 어린아이를 돌보겠다는거야?"
"뺏을 수 있다면 뺏어봐라, 꼬맹아."
-빠직!
할아버지가 남자에게 꼬맹이라고 하자 남자의 머리에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모자를 더욱 눌러쓰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언덕에 가려서 안보였던...단순히 서 있던 남자의 발 아래에서 무언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모빌슈츠?" 할아버지가 놀라하였다. 붉은색으로 도장되어있고 외관은 별로 뛰어나지 않았지만 딱봐도 양산형은 아니고 꽤나 특이한 기체였다. 세트도 그 기체를 보고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매우 두근거려하였다.
"그래, 아버지가 자식보다 좋아했던 기계지. 그니까, 난 이딴게 싫어."
남자가 기체를 발로 차며 말했다. 그리고서는 품속에서 담배한개피를 꺼내들어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탁! 탁! 소리가 들렸다가 금세 불이 붙었다.
"그걸로 이 아이를 가져가겠다 이건가?"
"어이, 애가 무슨 물건이야? 그게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놓겠다, 이거야." 남자가 말했다.
"...당신이 내 아빠야?" 세트가 남자에게 말했다. 세트는 자신에게 말한 아이를 한동안 계속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얘야. 그동안 아빠가 없어서 외로웠지? 미안하단다. 이제 이리 오지 않으렴? 이 멋진 모빌슈츠를 태워주마. 그리고, 여기보다 훨씬 좋고 편안한 집에서 나와 함께 살지 않으렴?"
"할아버지는?"
"음?"
"할아버지는...어쩔건데."
세트가 남자에게 존댓말을 쓰지않고 매우 증오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였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그 어떤 자식이, 부모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식이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고마워하겠는가. 다른 자식이라면 고마워하겠지만 세트는 달랐다. 평소에 할아버지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에대해선 좋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빠한테 말투가 그게 뭐니?"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내 이름이 뭐야."
"...?"
"내 이름은 세트야?" 세트의 말에 남자가 모자를 벗어던졌다. 그리고서는 할아버지를 쨰려보았다.
"손자에게 그딴 쓰레기신의 이름을 갇다붙인거냐, 대령." 남자가 품속에서 총을 꺼내고서는 할아버지에게 겨누었다.
"쓰레기 신이 아니다. 우리에게 안식을 주고 영원한 생명을 줄 신의 이름을 따 붙인것이다. 참 웃기지 않느냐? 신을 배신하고 가족을 배신하고 친구를 배신한 네놈의 자식에게 이런 영광스러운 이름을 붙이다니."
"망할 노땅이..."
"쏠테면 쏴봐라."
"진짜 쏜다?"
-철컥.
남자가 총구를 더욱 겨누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남자를 태연하게 바라보았고 세트는 그런 할아버지를 무시한 채 남자를 더욱 째려보았다.
"내 이름이 뭔지 말해, 지금 당장."
"아빠한테 말투가 왜그러니. 그리고, 네 이름은......"
"뭔데."
"......"
"자식한테 이름하나 지어주지 않은 네가 내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 차라리 날 지켜주고 먹여 살려준 이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난 너보다 훨씬 좋아. 나는 세트야. 네가 지어준 이름도 없고, 이제 지어준다고 해도 내 이름은 영원히 세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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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요? 무슨 후레자식이 다 되었구만." 남자가 말했다.
"너같은놈한테 그런 말 듣기 싫군. 그리고 나같아도 이 아이같은 반응을 보였을거다. 고작 5살 된 아이를 버리고 놀아나? 그러고도 네놈이 이 아이의 양육을 맡아 살겠다는 거냐?"
"것참 말 못 알아들으시네. 이미 반란이 여기저기 일어나고있고 영감이랑 내 자식을 이대로 두면 가다가 죽는다니까? 보니까 어머니가 미끼가 되서 죽은거같은데 그 죽음을 헛되게 하고싶은거야? 큭큭, 나이를 생각하라고. 둘 다 예전의 용사들이 아니니까."
남자가 할아버지를 약올리자 할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서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욕을 하는 듯 하였는데 옆에있는 세트가 듣지 못하게 아주 조금씩 말하였다.
"이대로 떠돌아다니다 굶어죽을거야, 아니면 그 아이를 내게 줄거야? 참고로 난 아버지 모실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해."
"......"
"뻔한거지만. 뭐, 여차하면 아버지가 아주 아껴하던 이딴 고철류를 이용해서 강제로 데려가는 수도 있고말야."
"이제와서 뻔뻔하게 왜 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거냐." 할아버지가 말했다.
"말 하기 싫어."
"좋은 이유를 대면 이 아이를 보내주마."
"싫다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머리가 굳은 이 아이를 방치할 리는 없을테고 또다시 버리는 일도 없을테지."
"갑자기 왠 칭찬이야."
"하지만 신의 저주를 받은 마을의 배신자에게 이 아이를 넘겨줄 순 없다. 그러므로, 나는..."
-기잉~ 기잉~
세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마을에서 한 기체가 튀어나왔다. 나온지 얼마 안된 반란군용 기체이고, 실탄을 사용하는 꽤나 흔한 양산기였다. 이들을 발견하고서는 이들에게 자신의 총구를 겨뉜 기체는 당장 총을 발사하였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세트를 낚아채고서는 다른곳으로 튀어날았다. MS의 총에 맞았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멀리 날았다.
"젠장, 빛나갔군!" 그 기체안에 타고있는 병사가 말했다. 그 광경을 본 남자는 자신의 모빌슈츠에 급하게 탑승하였다.
완만하지 않고 거친 기계음이 들리며 기체는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반란군의 기체도 그 기체를 향해 총구를 겨뉘고 총을 난사하였다. 기동력이 기동력인지라, 남자의 기체는 그 공격을 대부분 맞았다. 하지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기체의 몸체는 멀쩡하였다. 반란기체는 또다시 공격을 퍼부었지만 기체는 그 공격을 무시하고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붉은색으로 도장된 기체가 움직일 때마다 세트는 숨을 죽였다. 그 기체가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렸고 마치 그 진동에 의해 자신의 속에서 구토라도 나올 듯 해서였다.
"쿨럭!" 할아버지가 기침을 해대었다.
"할아버지, 괜찮......"
세트는 할아버지의 안부를 물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종아리에 2발, 허벅지에 1발. 양쪽 다리에 사이좋게 모두 피탄되었다. 늙은 몸으로 아무리 다리라도 총에 맞았다면 죽을 수 밖에는 없다. 상처가 깊지 않더라도 당장 출혈로 죽을 것만 같이 피를 쏟아내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세, 세트야. 이런말 하면 안 되지만...나 없이도 혼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라. 그리고... 너 혼자서 살 만큼 이 세상은 착하지 않아...쿨럭!"
계속되는 기침에 바닥에는 붉은 선혈이 넓게 뿌려졌다. 세트는 그 모습을 보고서 주춤해하였다.
"도망쳐?"
"그래..."
"살아 남으면 되는거야?"
"쿨럭!"
"나 혼자만?"
"......." 할아버지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아버지를 죽여줘서 고맙긴 한데, 내 돈줄까지 뒤질뻔했잖아 이 망할새끼야!" 남자가 기체를 탄 병사에게 말했다.
"신형인가! 네놈, AEU군이냐!"
"이새끼가 그래도 말을 못 알아 듣는군!" 남자가 머리를 공중에서 한번 튕겼다. 그러면서 꽤나 길었던 머리가 뒤로 넘어가고는 남자의 이마가 시원하게 들어났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이노베이터와 같은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냥 이노베이터의 눈과는 같지 않고 약간의 붉은색이 섞여있는...
"죽어라!"
남자의 기체가 왼쪽손에 들려있는 빔 샤벨을 반란군기체에 휘둘렀다. 반란군기체는 사격용이라 접근전이 약한게 흠이라, 금세 양 팔이 잘리고서는 뒤로 주춤하고 물러갔다.
"뭐야, 저 기동력은!"
"네깟 양산기따위와 비교하지 말라고!"
남자의 기체의 부스터에서 불꽃이 일었다.태양로를 탑재한 기체는 아니지만 꽤나 고성능으로 보이기에 반란군의 양산기체가 이 기체를 이길 수는 없었다.
남자의 기체의 빔 샤벨이 반란군기체의 콕핏트를 단번에 꿰뚫었다. 기체도 기체지만 파일럿인 남자의 실력이 꽤나 훌륭했기에 병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남자는 기체의 병사가 죽은 걸 확인하고서는 기체의 센서를 돌려서 세트를 잡아 데려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세트는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간거야! 얘야! 아빠가 좋은데 대려다 준다니까!" 남자의 기체는 계속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스캔하였다. 열감지 센서가 있기에 이동속도가 빠르지않은 아이정도야 금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긴가!" 남자가 계속 스캔을 계속하다가 조그만 몸체에서 열이 나오는 물체를 감지하였다. 기체는 그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여 열이 나오는 곳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쿵! 쿵!
차가운 거인의 움직임이 들릴 때 마다 평원에 있던 동물들이 도망쳤다. 그러는 사이에 할머니를 죽인 알리 알 서세스와 나무에 누워있던 병사도 진동을 느끼고서 주변을 더 살폈다.
"...뭐야, 벌써 도착한건가? 이봐. 애들 철수시켜." 알리 알 서세스가 병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망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통하여 소년병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렸다.
[노부부와 세트가 거주하던 마을]
-타다다다다다당!!!!!
꽤나 많은 총알이 총구에서 발사되었다. 이 총소리에 인해 한 부부가 총살되었다. 이 총소음을 낸 것은 한 소년이였다. 이 소년은 부부를 죽인것에 매우 괴로워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하고 잠시 웃었다.
"철수...?" 방금 이 부부를 죽이고 흑발에 거무잡한 피부를 가지고 무장한 한 소년이 통신을 받고서 의아해하였다.
"뭐하는거야, 소란! 빨리 움직여! 한놈이라도 더 죽여서 신께 제물로 바쳐야한다고!"
-탕탕탕탕탕!
세트와 또래로 보이는 이 두아이 중 한명이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한 여인에게 총을 난사하였다. 아이라도 총을 들고있다면 상당히 무서운 존재기에 성인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그대로 바닥에 몸을 쓰러뜨릴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총알이 부족하군. 그럼, 확인 사살을..." 밤색 머리에 코에는 반창고를 붙이고 매우 장난끼 많아보이고 순진해보이는 이 소년은 이 나이에서 말할 수 없는 험한 말을 내뱉으며 쓰러진 여인에게 점점 다가갔다. 그러면서 총알을 채워내었고, 그리고서 몸을 발로 걷어찼다.
"콜록!" 여인이 기침했다.
"뭐야, 살아있는거야! 어서 죽으..." 소년이 말을 잇지 못했다. 여인의 품속에서는 아이가 있었다. 너무나도 무서운 상황에 계속 시끄럽게 울고 있었으며 여인의 품에 꼭 달라붙어있었다.
"부탁입니다...이 아이만은..." 여인이 간절히 소년에게 빌었다.
"신께 영광을."
"제발......"
"신께 영광을!" 소년이 총구를 여인과 아이에게 겨뉘었다.
-탕! 탕!
두번의 총소리와 함께 절규하던 여인과 울던 아이의 숨소리가 끊겼다.
"소란! 어서 가자고."
"...알겠어."
두 아이는 어디론가로 향하였다. 아무래도 알리 알 서세스의 소년병들을 대기시키는 한 곳이였을 터, 그 둘은 그 곳을향해 계속 달려갔다.
[평원]
"찾았다!"
남자의 기체가 풀속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들추어내었다. 풀이 기체의 손에의해 무수히 빠져나왔고 그 안에 있던 열을 가진 물체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 남자는 그 물체를 보고 미간을 찌뿌렸다. 매우 불쾌해보이는 얼굴이 위험해보였다.
"누구 손자 아니랄까봐, 정말 더러운 꾀를 쓰는 군."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열이 있었던 물체가 일정한 소리를 계속 내었다가 그 소리를 멈추었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기체의 하단부분이 날라갔다.
"아아아악!!" 남자도 그 폭발에 휘말려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아무래도 시한폭탄을 세트가 설치해 둔 듯 하였다. 어느새 이런 일을 했는지는 당연하게 아까 남자의 기체와 반란군의 기체가 싸울 때 한 것이였다. 방금 터졌던 폭탄은 할아버지가 세트에게 남긴 마지막 유품이였다.
만약을 위해 챙겼던 폭탄이 세트에게 있어 유용하게 쓰였던것이다. 그리고 열이 느껴졌던 이유는...
"미안, 할아버지."
죽어 싸늘해졌지만 시체는 잠시 온기를 가지고있다. 세트는 풀속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 위에 할아버지의 시신을 올려놓았다.
"...반드시 살아남을게.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잖아." 세트가 말했다.
세트는 계속 달렸다. 아까 반란군이 한참 난동을 부렸던 마을로. 분명 아까 그 기체들의 싸움과 반란군 기체가 터진 폭발음, 그 신호를 잃은 걸 안 반란군이 반드시 이 평원으로 올 테니 자신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자의 기체를 막아 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슬슬 AEU군이 도착할 때가 왔으니 저 광활한 사막을 어린 자신이 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어딘가에 숨어서 구원을 기다리는게 훨씬 안전했다.
아이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고는 도저히 인정되지 않는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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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는 계속 뛰었다. 그리고 숨었다. 계속 움직이는 소년병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파악하고 머리로 이해하고서는 몸으로 움직였다. 겨우 열 몇살정도의 아이에게 이정도 일은 거의 학대에 필적하지만 세트는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자신을 돌보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할아버지의 시체를 트랩으로 이용, 할머니의 시체를 눈으로 보고서도 무시한 채 계속 달렸다. 무장한 소년병들과 병사들이 계속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자신을 찾아내지는 못하였다. 반란진압군이 도착한다면 자신을 반드시 도와줄거라는 공식을 하나를 세운 채 세트는 계속 마을로 달렸다. 하지만, 이 공식이 세트의 가장 치명적인 헛점이였다.
마을 내에서는 아직 철수하지 못한 소년병들과 게릴라군, 반란군들의 기체가 한참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어린 몸으로 무장한 채로 ms와 싸운다는 것. 아무리 양산형 기체라고 해도 차라리 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편이 나머지 동료가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알리 알 서세스는 이 점을 잘 알기에 시간끌기용으로라도 소년들을 이용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철수하지 못한 소년병중에는 소란이라는 소년과 부부를 죽인 소년도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반란기체의 총구에서 총이 난사되었다. 꽤 빠른 총에다 일반 전차의 기관포와 맞먹는 기관총이기에 저 총에 맞는다면 100%사망 확정이다. 소년병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건물을 바리게이트로 사용하며 게릴라 작전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신에게 대드는 자에게 천벌을!" 한 아이가 뛰쳐나와서는 기체의 뒤로 돌아서 총을 난사하였다. 하지만 일반 총으로 MS를 상대하는건 거의 불가능한지라 총알은 장갑에 거의 튕겨져 나가고 오히려 MS의 시선을 끌게되었다.
"크루지스의 꼬맹이들이!" 그 MS의 파일럿인 병사는 총구를 겨뉘었다. 그리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총을 발사하였다.
"으아아아악!!" 그 소년은 총을 피해내지 못하고 한마디 비명을 지른 채 바닥에 피를 흘리며 고꾸라졌다. 그런 상황을 본 소년들은 숨을 죽이며 언제 공격할지 틈을 노리고 있었다. 폭탄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들에게 지급된 것은 총알 1회분과 총 뿐. 1회분만 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다. 총알이 떨어지면 적 병사의 총알을 뺏어 사용하고 총이 없으면 또 다시 적 병사의 총을 사용한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목숨을 파리같이 취급당하는 소년병들의 전술이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 소년병들은 살아남기 위해, 신이라는 가식적인 존재를 위해 이렇게 위험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였다.
"소란, 내가 왼쪽에서 공격할 테니까 네가 엄호해줘. 너희들도 나랑 같이 나가자." 반창고 한 소년이 말했다.
"...진짜 할거야...?" 소란이 반창고한 소년에게 말했다.
"무슨소리야! 신을 위해서, 우리들의 신을 모욕하는 저런 놈들을 살려줄 수는 없다고! 죽기살기로 싸워서라도 저 고물덩어리를 파괴시켜버리겠어!"
반창고 한 소년의 말에 뒤에 숨어있던 소년들도 찬동하였다. 각자 결의를 다진 채, 두려움을 눈 속에 묻어둔 채 비장한 마음으로 총을 다시 쥐었다.
"......" 소란은 그들을 바라보며 잠시 주춤했다. 자신과 함께 자라온 이들, 중간에 소년병에 들어온 고아들, 이들은 대체 왜 싸우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신을 위해서, 신을 모욕하는 자들을 벌한다는 말은 처음부터 이해가 안됬다.
"이야아아압!!!"
5명쯤 되는 소년들이 총을 기체에게 난사하기 시작하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체도 즉각 반응하여서 총구를 소년들에게 돌렸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기관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5명 중 2명이 총에 맞아서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한명은 팔에 몇발 맞은 듯 했지만 오히려 바로 옆에서 총에 단번에 죽어버린 아이보다 처참해 보였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면서도 기체를 부수려, 살아남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도 다시, 심장이 멈추고서는 피를 토해내고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라임의 복수를하자!" 반창고 쓴 소년이 총을 더욱 난사해가며 기체에게 달려들었다.
"진짜, 이 꼬맹이들이...! 작작좀 덤비란 말이다!"
기체가 아이들에게 총을 난사하였다. 처음부터 상대가 안되는 싸움이였지만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기체의 다리가 파손되었다. 하지만 기관포는 머리쪽에 달려있기에 죽이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또다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소년들이 하나 둘 씩 바닥에 머리를 쳐박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머리에 총을 피탄해 머리가 아예 없어진 소년도 있었다. 정말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이 중동은.
"신에게 대항하는 자에게 천벌을!" 반창고 쓴 소년이 말했다. 소란은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엄호따윈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무섭게 달려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것도 잠시, 고통의 소리가 싸움터 중간에서 들리기 시작하였고 계속 울리던 총소리가 멈췄다.
"......." 소란은 총을 세게 쥐었다. 이미 방금 나간 소년병은 모두 사망한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서 자신도 신이란 존재를 위해 저들과 같이 목숨을 버리려 다짐한 것이였다.
소란은 총을 쥐고서 기체에게 달려들었다.
-타다다다다다당!!
소란은 아무런 말 없이 총을 쏘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체에 반응하여 주변에 있던 건물 안으로 피신하였다.
-피피픽!
키가 작고 엎드리면 총에 맞을 확률이 거의 없기에 모든 총알이 벽만 맞추고는 소란에게 닿지 않았다. 소란은 심호흡을 하고는 문으로 몸을 날림과 동시에 총을 쏘았다.
소음과 함께 기체의 장갑에 총알이 부딫히고, 관절 부위에 총알이 명중되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한 소년이 어찌 기계를 이기겠는가.
-펑!!
기체에 내장되어있던 폭탄이 기어이 소란에게 날아가 터져버렸다. 소란은 그 폭탄을 눈으로 보고서 최대한 회피하였지만 폭발에 휘둘러서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었다.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일어서려 해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소란은 눈을 감았다.
이제는 지겨운 싸움이 끝나고 자신이 신에게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였다.
단지 생각했을 뿐 이였다. 세상은 인간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콰앙!!!
어떤 물체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언가 울리고 가루같은게 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란은 자신이 죽어서 어디론가로, 사후세계로 갔다고 생각하고는 계속 눈을 감았다. 하지만 소란은 눈을 살짝 떠보았다.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그리고 그의 소망은 현실로 일어났다.
-기잉...
하얀색 도금에 무장이라고는 손에 달려있는 빔 라이플과 허리부분에 장착되어있는 메탈류 소드. 그리고 여태까지 보지 못한 훌륭한 외견에 딱봐도 신형기체로 보이는 기체가 소란의 위에서 떠 있었다. 소년은 그 기체를 한동안 계속 바라보았다. 등에서는 무언가가 장착되어있었고 그 곳에서는 초록빛의 아주 안정적이였던 빛이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콕핏트로 보이는 둥그런 원에서도 초록빛이 계속 나오고 있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저 기체의 등장에 소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건...담?" 소란이 말했다.
건담(오건담)이라고 말한 이유는 헤드부분에 있는 쪽에서 GUNDAM이라고 선명하게 글자가 새겨져있기 때문이였다.
-위이잉...
건담은 고개를 돌린채 다시 다른곳으로 날아올랐다.
소란은 그 건담을 계속 바라보았다. 지금이 전쟁 중이란것은 오래전에 까먹은 듯 했다.
여기까지의 상황은 세트가 다 본 상황이였다. 마을을 공격한 소년병과 반란군, 정규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위기에 처한 소년병을 어떤 이상한 기체가 구한 것. 꽤나 멀리서 일어난 일이지만 세트는 그 상황을 왠지모르게 알 수 있었다. 마치 소란이라고 하는 저 소년의 경험이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걸 느꼈다. 세트의 눈에서 약간의 붉은 광채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상태는 오래가지 못하고 평소의 눈으로 돌아왔다.
"방금 그 기체는 AEU군의 신형기일까...아냐, 그런 기체는 본 적도 없어." 세트가 중얼거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주변을 계속 조심스럽게 다닌 세트는 더이상 적이 없다고 판단하고서는 약간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투두두두두두!!
"큭!"
뒤에서 총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세트는 기체가 자신의 뒤에서 자신에게 총구를 겨뉜것을 눈치채고 어떤 건물 안으로 몸을 날렸다. 할아버지가 한 것과 상당히 비슷한 행동이였다. 이유인 즉슨 세트는 할아버지가 했던 회피행동은 피탄을 피할 시 매우 뛰어난 대처방법인 것을 안 것이다.
세트에게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있는 것은 절대로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적은 자신을 발견했고 아무런 경고없이 발포하였다. 그렇다는건 어서 도망쳐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남은 무기는 제로. 할아버지에게 받은 폭탄도 없으며 집을 둘러봐도 쓸만한 거라고는 전혀 없었다. 시체가 침대 위에 두구나 있었고 있는거라고는 조그마한 단도뿐이였다. 기체를 상대로 칼로 싸운다는건 처음부터 말도 안되기에 세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품속에 단도를 집어넣고는 창문으로 빠져나가려하였다. 창문에서 빠져나오고 꽤나 구른뒤에 세트는 일어나서 달렸다. 그러자마자 집은 기체의 기관포에의해 완전히 벌집이 되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 기체의 파일럿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회색빛의 낡은 옷을 입고 흑발에, 상당히 작은 체구의 도망치는 아이를 발견해내었다. 그리고, 그 아이게게 총을 발사하였다.
-투두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점점 세트에게 총알이 다가갔다. 하지만 세트는 옆에있는 구조물에 몸을 던지고 간신히 공격을 피해내었다.
"허억...허억...사, 살아남아야해. 할아버지가...반드시 살아남으라고 했어.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세트가 말했다.
이상할만큼 생명에 집착하고있었다. 하지만 그 기체의 파일럿은 그대로 세트에게 다가왔다. 쿵 쿵 소리가 들려오며 점점 다가왔다. 그러자 세트가 잠깐 헛구역질을 해대었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시체를 수없이 보고서 저런 잔혹한 짓을 바라보니 어린 마음으로서 상처를 입은 듯 하였다. 세트는 신음을 흘리며 당장이라도 움직일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걸어가려했으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
-털썩!
세트는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분명히 총에 맞은 아픔도 없었고 무언가에 부딫히지도 않았다. 세트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는 왜 그런지 금세 알아내었다. 흙투성이에 여기저기 멍이가고 삐쩍 마른 앙상한 다리. 평소에 몸이 약했던 그가 이렇게 오랬동안 달린건 처음이었을터. 아무리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고해도 몸이 그 머리를 따라주지 않았다.
-쿵! 쿵!
기체가 점점 다가왔다. 구조물에의해 몸은 가려졌지만 적은 세트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안다. 고작 철근 몇개있고, 무너진 건물의 파편에 몸을 숨기고있는 세트는 총으로 대충 쏘아도 죽겠지만 그것도 아깝다고 생각한 병사는 그저 발을 이용해 세트를 압사시키려 마음먹었다. 다가오는 기체에 세트는 팔을 움직여서라도 움직이려하였다. 하지만 세트는 한숨밖에 내쉬지 않았다. 너무나도, 절망적으로 약한 자신의 육체에 머리는 계속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밥을 많이 먹고 운동을 했어야 했다고 세트는 생각했다.
세트는 아까의 소란의 행동처럼 눈을 감았다. 더이상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거라 생각하였다. 그렇게...다가오는 차가운 거인의 발소리에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안식을 준비하며 할아버지의 말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잠시 원망했다.
그리고, 기체의 다리가 높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세트가 있는 구조물을 향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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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길게쓰는 건 힘들군요. 그래도 필력이 꽤나 는 거 같지 않습니까? (헤헷.)
뭐, 이제부터 에피소드를 향해 달려가니 열심히 봐주십쇼. 원작과는 별개로 제가 생각해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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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가 몸을 날렸다. 아무리 몸이 지치고 피곤하여도 인간이란 존재는 죽음이란 단어앞에서 움직일 수 밖에는 없다. 덕분에 옷이 구조물에 걸려 찢어지고 다리에 부딫혀 피도 흘렸다. 하지만 기체의 발에 깔리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몇 분 더 삶을 연장하였다. 세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몸을 다시 일으키려하였다. 어린 나이에 가진 엄청난 삶에대한 욕구가 만들어낸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은 방금이 마지막이였을 터라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계속 흙을 손으로 긁었다.
"얌전히 죽으라고." 병사가 말했다.
하지만 살려고 도망치는 소년을 본 병사는 마음속에서 약간 쓰라림을 느끼고서는 최대한 고통없이 보내 줄 생각을 하였다. 그저 총을 이용해 한번에 보내주기 위해 소년에게 총구를 겨뉘었다. 소음이 들리며, 기계가 부딫히는 마찰음이 들리면서 총구가 세트에게 겨누어졌다. 세트는 그 소리만으로도 몸에 극한 반응을 일었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히 살고싶단 마음을 더욱 더 올렸다. 아까 구조물에서 잠깐 삶을 포기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였다. 그 때에 조금만 더 움직였더라면 더 도망치고 AEU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도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세트는 포기하지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아남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아이의 눈으로 냉철하게 주변을 살폈다.
세트의 눈에 띄인것은 큰 그림자였다. 주변에 집도 없고 기체도 자신의 뒤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데 그냥 그림자가 보일리는 없었다. 하늘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보기위해 고개를 올리려 하였지만 그럴 힘도 없기에 그러지 못했다.
"뭐, 뭐야 저건?!" 병사가 놀라하며 말했다. "신형기인가! 없애주지!"
병사가 총구를 세트에게서 하늘에 떠있는 부유물로 돌렸다. 그리고서 사정없이 총을 발사하였다.
-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의 탄창이 계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늘에 있는 무언가를 계속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 물체에게 맞은 총알은 힘없이 떨어지고 그 물체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 하였다. 엄청난 물체의 방어력에 놀란 병사는 더욱 더 총을 발사, 아니 난사하였다.
"뭐야 저건! 어째서 공격이...!" 병사는 더이상 말 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검은 인영이 빔공격을 콕핏트에 정확히 명중시켜서 그랬다. 병사가 고통을 말로 표현하기도 전에 반란군기체가 대파되어 큰 폭발음을 내었다.
"...뭐지." 세트가 말했다.
세트는 폭발음을 듣고서 AEU군이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더욱 더 커지는것을 보고선 자신을 구하러 온다고 생각했다.
-치잉~
물체가 땅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지하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와서는 세트를 바라보았다.
"...살아 있니?"
"......"
세트는 다가온 인간을 바라보았다. 요즘들어 자주보는 붉은 머리에 상당히 아름다워보이는 외모에 한 20대 정도의 여자로 보였다. 뒤에는 소년병이 만난 기체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긴 기체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기체보다 무언가 아름다웠으며 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외견이 뛰어났다. 하지만 그 그치에 감탄할 새도 없이 세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손을 들어올렸다.
"살려줘." 세트가 말했다. "나를..."
"살아있군. 어쩌지, 리본즈?" 여자가 손에들려있는 통신기로 리본즈라는 자에게 통신을 걸었다.
-우리의 목표를 잊은거야? 건담의 존재를 본 자는 남김없이 제거한다.-
"너도 하나 살렸잖아? 그...크루지스의 소년병말야."
-...그래서 어쩌겠다는거지. 상부에 보고할 셈인가.-
"이 아이를 내가 살려준다는 조건을 걸면 절대로 입 다물고 있을게~"
-정말 못 당하겠군.-
리본즈의 말에 여자가 어깨를 으쓱이며 세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서 세트의 몸을 곁눈질 하며 상태를 살펴보았다.
"총상은 없고, 그냥 오랜 추격전같은걸 벌인건가. 꼬마야, 조금만 참아라. 내가 아주 좋은 의사선생님께 데려가줄게."
"...넌 누구야."
"하하, 생명의 은인에게 그러면 어떻해? 극비사항이라 내 신상은 너같은 꼬맹이에게 말해 줄 수는 없지만 그냥 누님이라고 불러라!"
상당히 활발한 듯한 말투에 세트가 잠시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라 칭한 자와 같은 머리색에 눈동자를 가진 그녀를 보자 다시 경계심을 풀었다.
"날 못믿는거니?"
"...아니. 나를 도와줬다면 이제와서 죽일 필요는 없겠지. 죽인다면 저 신형으로 보이는 기체의 존재를 확인한 나를 입막음하기위해 죽이겠지. 하지만 너의 동료로 보이는 자가 그 소년병을 죽이지 않을걸로 봐서는 나에게 해가되지 않아."
세트의 말에 여자가 매우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아는거지, 소년.- 리본즈가 말했다. 통신기의 성능이 좋은터라 바로앞에있는 세트의 말을 다 들은것이다.
"...나도 몰라. 하지만 분명히 들렸어. 나처럼 거의 죽을 뻔 한 소년병이 너한테 도움을 받고 한동안 멍하게 쳐다본걸."
-설마.-
"흐음~ 그런건 나중에하고, 일단은 병원에 가자 꼬맹아!" 여자가 말했다.
"......."
여자는 그 연약해보이는 몸으로 세트를 들어올렸다. 세트도 갑자기 들린터라 기침을 해대었지만 금방 진정대고 여자에게 몸을 맡겼다. 여자는 세트를 든 상태로 자신이 타고 온 기체의 콕핏트로 들어갔다.
콕핏트 안으로 들어가고 의자에 앉은 여자의 무릎에 앉은 세트는 내부의 시스템을 매우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왜, 멋지니?" 여자가 말했다.
"하나도 안 멋져. 이딴게 있기에 내 가족이 다 죽어버렸어. 이딴건 처음부터 없는게 훨씬 나아."
세트의 말에 여자가 인상을 찌뿌렸다. 그리고서 긴 머리를 긁적이며 세트의 상태를 더욱 살펴보았다. 누가봐도 또래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공부할 나이였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건 무슨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말하는게 아닌가. 꽤나 활발한 성격의 여자는 그런 세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였다.
"엄마랑 아빠가 반란군에게 당하신거니?"
"없어."
"응? 아, 미안. 내가 괜히 아픈말을..."
"죽은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어.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였던 사람들에게 키워졌어."
세트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였던 사람?"
"죽은 사람에게 존칭을 붙여야되는거야? 난 안 그렇게 생각하는데. 할머니였던 여자는 나를 위해 죽었고 할아버지였던 남자도 내가 살아남기위해 목숨을 던졌어. 그런 남자를 나는 내가 살아남기위해 아주 유용하게 이용했지만." 세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짝!
여자의 손이 세트의 흙묻은 뺨을 꽤나 약하게 때렸다.
"...?"
"왠지 때리고싶었어.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나중에 잘 듣도록 할게."
"대체 무슨..."
세트가 자신을 때린 여자의 행동을 이해못한 채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세트를 보며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가브리엘, 갑니다!"
여자의 말과 함께 손이 움직였다. 그러자 태양로를 장착한 듯 보이는 이 아름다워 보이는 기체는 GN입자를 내뿜으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뭐야...어떻게 이렇게 빨리 날아올를수가 있는거야." 다른 둔한 기체들과는 다르게 민첩하게 올라간 가브리엘의 비행능력에 세트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기밀사항이라니까 그러네? 이름이라도 안걸 고마워여겨라, 꼬맹아! 그건 그렇고 통성명이라도 하는게 어때? 뭐, 나는 가명을 쓰지만~"
"......" 여자의 말에 세트가 고개를 떨구었다.
"왜그래?" 자신의 무릎위에 앉아있는 세트가 고개를 떨구자 여자가 몸을 살짝 흔들었다.
"야, 꼬맹아! 정신차려!"
여자가 세트의 몸을 더 흔들었지만 세트가 혼절하였다. 너무 순식간에, 의외의 도움이 자신을 돕고 왠지모르게 안정을 찾아주는 이 여자의 등장에 긴장이 완전히 풀려버린 것이다.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티고있던 세트는 그저 어린아이였기에 그렇게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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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 삐─이.
반복되는 기계음이 들려 세트를 깨웠다. 일어난 세트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여태 입었던 때묻은 긴 한벌옷과는 다르게 환자복같은 새하얗고 부드러운 옷을 입고있었다. 갑작스러운 환경에 도망치려고도 생각했지만 어떤 여자가 자신을 구해준 것을 기억해내고서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나를 살려준거지. 그냥 내버려둬도 그 여자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을 텐데.'
세트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가며 머리를 빠르게 회전해가고있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몸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하고 자신의 옷을 젖히고 배를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봉합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깨끗하였다. 장기밀수범의 농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세트는 자신의 황당한 생각에 머리를 쳤다. 그런 놈들이 그 신형기를 가지고 나타날리가 없지않은가. 그저 양심이 꽤나 훌륭한 여자가 지나가다 자신을 우연히 보고서는 도와준거라 생각하였다.
"여기는 어디지..."
세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바로 옆에 누워있는 한 여자를 발견해냈다. 보아하니 자신을 간병하러 꽤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뻗은걸로 보였다. 자신이 기절한지 몇일이 된지는 몰랐지만 자신을 구해줄뿐만 아니라 간병까지 해준 이 여자에게 세트가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완전히 경계심을 풀 수도 없기에 세트는 침대에서 일어난 후 벽에 달려있는 서랍을 모두 열어보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뒤적 뒤적' 소리가 조금씩 들리면서 세트는 앞으로 자신에게 쓸모있을 것 같은 물건을 죄다 챙겨내어 무슨 가방같은걸 발견해내고서는 그 안에다 집어넣다. 그리고 누워있는 여자를 치우려고 침대에 다가갔는데,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 왠 단도가 있었다. 분명히 반란군에게 죽을 뻔 할 때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유일한 무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트는 품속에 단도를 숨겼다.
"끄응...해." 여자가 알아들을 수 없게 중얼거렸다.
"......."
세트는 여자가 들썩이자 숨을 죽이고 단도를 꺼내들었다. 일어선 여자의 행동양상에 따라 시퍼렇게 날이 선 이 단도로 죽이고서 탈출할 생각까지도 하였다. 하지만 세트의 생각대로 여자는 행동하지 않았다.
"뭐야, 꼬맹이. 깨어났어?"
"......."
"떼끼, 어린애가 그런 칼 가지고 놀면 안되. 이리 줘."
여자가 팔을 세트에게 뻗었다. 그러자 세트는 자신을 위협하려는 줄 알고 눈을 부라리고 여자를 째려보았다.
"음...역시 살벌한 애네. 생명의 은인인 이 언니에게 그래도 되는거야? 여자애가 감수성없기는... 칫칫."
"무슨말이야. 여기는 어디지? 왜 나를 살려준 거야?" 세트가 자신을 여자애라고 착각한 여자의 말을 묻은 채 핵심을 물어보았다.
"에휴...진짜, 귀엽게생긴애가 왜 그런말만 하는거야? 보통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은 말을 해야하는 거 아냐?"
"......"
"내가 뭔 말을 하겠니."
여자가 턱을괴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세트는 단도를 칼집에 집어넣고 경계심을 약간 누그러뜨렸다. 그러자 여자가 문뜩 무언가가 생각난 듯 일어서서는 자신의 외투의 단추를 벗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단추형식으로 되어있는 옷인지라 쉽게 벗겨졌다. 그러자 하늘색 셔츠가 보였다. 세트는 여자의 행동에 무슨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여자는 그런 세트에게 등을 보이고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빼내었다.
그리고서 여자의 속옷이 세트의 눈에 훤히 보였다.
"뭐, 뭐하는거야!" 세트의 얼굴이 붉어져서는 소리쳤다.
"어머, 왜그래 여자끼리? 그런데~ 진짜 히스테리하게 생겼네 이 꼬맹이는... 뭐, 나이가 나이니까 성별구별하기도 쉽지는 않고 어디한번 벗겨봐야될려나?" 여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짓이야!"
"호호, 가만히 있으렴 이 꼬맹아!"
여자가 앉아있는 세트에게 달려들어서는 침대에 눕혔다. 그러자 세트가 본능적으로 단도에 손을 가져다댔으나 이내 멈췄다.
"아직 더 자야되, 꼬맹아."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여자는 누운 세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다시 일어섰다.
-기잉~
그러자마자 문이 열리면서 병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여, 키렌. 어디서 숨겨놓은 자식을 데려왔다며? 킥킥~" 꽤나 왜소한 몸에 안경을 쓰고 간사해보이는 얼굴을 가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애라니,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센잔! 어디 한번 죽어볼텨?" 여자가 악을 쓰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왜소한 체격의 남자였지만 힘으로 여자에게 지지는 않았다. 여자의 달려오는 양팔을 잡고서는 '킥킥'거리면서 장난을 칠 뿐이였다.
"장난은 그만치고, 좀 나와봐 키렌. 리본즈가 할 말이 있댄다."
"리본즈가? 갑자기 왜?"
"낸들 아냐? 그녀석 생각은 좀 처럼 읽을 수가 없잖아. 마치 인간이 인간이 아닌 거 같다니까. 킥킥."
"또, 또 이상한 소리한다. 루키파일럿주제에 에이스파일럿한테 무슨!"
여자가 남자의 등을 툭툭 치고는 같이 발을 옮겼다. 그런 둘은 세트는 약간 어의없다 듯이 바라보았지만 여자는 그런 세트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날리고는 말하였다.
"금방 갇다올테니까, 저기 tv라도 보고있어 꼬맹아."
세트는 여자의 말대로 tv를 켰다. 킨 이유는 자신의 마을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였다. 절대로 만화같은 걸 보기위해서 킨 게 아니다.
"......."
세트가 계속 채널을 돌리며 뉴스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을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우연히 보았다. 앵커의 말대로라면 마을내의 사람은 모두 궤멸. 작은 마을이라 반란군이 빠른 시간에 몰살시켜버렸다. AEU군이 그 뒤에 나타나서 진압하기는 하였지만 불타오르는 마을의 영상을 본 세트는 미간을 찌뿌렸다. 그리고서 자신의 손으로 올라가는 입을 막았다.
"살아남았어요. 살아남았어요, 할아버지...키킥..." 세트는 가린 손 아래로 미소를 지으며 쾌재를 불러내었다.
"리본즈, 왜 불렀어?" 여자가 의자에 앉아있는 리본즈에게 말했다.
"그 아이말인데,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특별한 힘? 뭐, 초인병이라도 되는거야?"
"...자세한 건 말할 수 없고 건담에게 무언가 반응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놓아준 소년과의 일을 안 것으로 보아사 뇌양...아, 아무것도 아냐."
"헤~에...? 리본즈가 대단하다고 할 정도의 꼬맹이면 이거 예삿일이 아닌데? 예를 들어서 커서 제비라도 될려나?" 여자가 몸을 배배꼬며 입을 놀렸다.
"이 일과 그 말은 전혀 상관성이 없는 듯 하군. 그리고 입으라고 준 복장은 제대로 입고다녀라. 아무리 마이스터끼리라도 상당히 민망하군."
리본즈의 말에 키렌의 볼이 약간 붉어졌다. 그리고서 팔짱을 끼고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흥, 남자같이 보이지도 않는 너희들한테 속옷만 보여주면 뭔일 일어나겠어?"
"...어쨋든, 그 아이를 어쩔셈이지?"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이 나이에 과부소리 듣긴 싫은데말야. 우리가 키우기도 좀 그렇고...시국이 시국인지라 고아원같은델 보냈다가는 저 성질사나운 여자 꼬맹이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겠고..." 키렌이 턱을 괴고서 말하였다. 그러자 센잔이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여자애? 내가 옷 갈아입혔을때는 분명히 남자애였는데?"
"...에? 그, 그 얼굴에 남자라고?"
"분명해. 남자의 증표가 보란듯이 달려있었으니까. 솔직히 옷벗기기전엔 남자인지 여자인지 상당히 고민되었으나, 네가 나한테 나중에 좋은 경험이 될거라면서 시켰잖아!"
센잔이 버럭 화를 질렀다.
"호호, 그랬었나?"
"한번 돌봐주는 건 어떨까." 리본즈가 말했다. "왠지 저 아이에게서 꽤나 훌륭한 힘이 있는거 같아서 말야. 여차하면 마이스터도 될 수 있겠어."
리본즈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키렌과 센잔은 피식 웃었다.
"저기, 뭐 먹을거 없어?"
배고픔에 굶주린 세트가 참다못해 나왔다. 병실에서 무언가를 찾아 먹으려했지만 키렌이 먼저 손을 쓴 후였다.
"꼬맹아, 배고프니?"
"당연하잖아. 대체 내가 얼마나 기절해있었길래 이렇게 배고픈거야."
세트의 말에 세사람이 약간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딱봐도 말라보이는 저 아이는 굶주림에 상당히 내성이 있을텐데 처음보는 자신들에게 식량을 구하는 말을 할 정도라면 꽤나 힘들었던것을 느꼈다.
"정확히 4일을 그냥 퍼질러 잤어." 키렌이 말했다. "그런데 누나가 주사를 '콕' 놔줘서 영양분은 충분히 놔주었지. 쿡쿡..."
"...고맙다고는 하지 않겠어."
세트의 말에 키렌이 더욱 요란하게 웃었다. 세트는 키렌이 자신에게 꽤나 선심써주는 것을 알고 그녀의 동료들을 살펴보았다. 전에봤던 뱀같은 외모를 가진 얍삽하게생긴 안경남자 한명과 의자에서 태연하게 앉아있으며 술잔을 들이마시는 연녹색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약간 마른 체격의 상당한 미남. 아까 센잔의 성격은 대충 파악했고 세트는 리본즈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다.
"...눈이." 세트가 중얼거렸다.
세트의 눈에는 리본즈의 눈에서 광채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세트는 잘못봤다고 생각하고 눈을 손으로 비볐다. 그리고 다시 리본즈를 바라보았는데 리본즈의 눈은 다시 연녹색깔로 돌아왔다.
-역시.-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세트는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하고 주변을 살폈다.
"내 이름은 리본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소년." 리본즈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세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았으니까 밥이나 줘." 세트가 말했다.
그러자 세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웃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리본즈, 센잔, 키렌 그리고 세트의 첫만남이 시작되었다. 여기에있는 그 누구도 이렇게 된 상황이 악화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밥줘!"
세트는 그들에게서 꽤나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다. 생각치못한 조력자들을 만난 세트는 살아남았다는 것과 앞으로 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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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 길어지나요? 어쨋든 오늘도 10K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로군요 ㅍㅍ.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네요. 언제 이벤트라도 해야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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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꼬맹이란게 이렇게 귀여운거였나~? 맨날 질질짜고 엄살부리는 짐덩이로만 생각했는데 꼬맹이는 진짜 착한아이구나~" 키렌이 밥을 먹고있는 세트의 볼을 꼬집으면서 매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세트가 손으로 키렌을 걷어냈지만 키렌은 실실 웃으면서 더욱 볼을 꼬집어대었다.
"생긴건 이렇게 귀여운녀석이 성격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니까!"
"뭐, 너는 아줌마지만 정신연령은 애잖아. 내가보기엔 이 아이가 너보다 성숙해보이는데? 킥킥~" 센잔이 볼을 꼬집고있는 키렌을 놀려대었다.
"아줌마라니! 나는 화창한 20대라고! 너야말로 30대에 한발짝 다가가는 주제에!"
"30대라니! 이래뵈도 아직 6년이나 남았단말이다, 아줌마야!"
"이 영감탱이가!"
키렌이 센잔과 다시 한번 붙었다. 육탄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세트는 키렌에게 무언가를 넘겨주었다. 권총이였다.
"...뭐야, 이걸 왜 나한테주는겨?"
"병실에 떨어져있었어. 그걸로 쏴."
세트의 말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특히 센잔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유감없이 뽐내주었다.
"하하, 꼬맹아 농담이 지나치구나! 그냥 장난치는거야, 장난!" 센잔이 세트의 머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세트는 영문을 몰라했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싸움이란 죽음과 연결되어있었다. 공동체생활에 특화된 작은 마을이기에 싸움을 벌이는 자에게는 신의 벌이라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기에 이 둘의 싸움을 보고서 당장에 끝장내라고 총을 준 것이다.
"꼬마야. 너 이게 뭔지는 알고 주는거야?"
"총. 인간에게 한발이라도 맞는다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출혈로 인해 죽을 수도 있는 병기."
"개념을 물어본게 아니라, 우리는 그냥 장난친거야.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맘대로 지니고있으면 안된다?"
키렌의 말에 세트가 멋쩍은 얼굴을 해댔다. 나름대로 키렌에게 경계심을 풀었다는 의미로 넘겨준 것도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말하니 약간 속이 상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위험한거야." 키렌이 총을 손가락으로 돌리면서 책상에 몸을 기대었다.
"잘 쏴?"
"에?"
"그거, 잘 쏘냐고."
"밥먹다말고 무슨 말이야, 꼬맹아. 지금 이 누님을 의심하는거냐!" 세트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키렌이 총을 빼들어서 세트를 향해 겨뉘었다.
그러자 세트는 경계심을 푼것을 후회하고서 단도를 꺼내어 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탕!
총소리가 들리면서 세트가 숨죽였다. 이제와서 자신을 죽이려하는 키렌의 행동이 이해가 안됬기 때문이였다.
"왜그래, 꼬맹아? 깜짝놀랐다면 미안~ 너한테 쏜거 아냐."
"음, 키렌의 총솜씨는 진짜 알아줘야 한다니까."
두사람이 웃으며 말하자 세트가 단도를 집어넣고서는 일어서보았다. 그리고 총알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멀리있는 자리에 앉은 리본즈가 먹던 푸딩 비슷한게 들어있던 유리잔을 맞추었다.
"...진짜 잘 쏘네." 세트가 감탄했다.
"키렌. 무슨짓이야." 리본즈가 깨진 유리잔을 쓸어담으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키렌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리본즈에게 다가갔다.
"리본즈~ 미안해! 정말정말 미안해! 꼬맹이한테 실력자랑하려다가 아주 우연히 쏜거야!"
"원래는 나를 맞추려고 했단 말인가?"
"무슨 말을 그렇게해~ 진짜 미안해! 내꺼 줄테니까 참아줘!"
키렌이 두손을 싹싹 비비며 리본즈에게 사과하자 리본즈가 피식 웃더니 유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리고서는 인상을 찌뿌리며 키렌에게 말했다.
"필요없어, 안먹어."
"......." 리본즈의 말에 키렌이 경직했다.
"농담이야, 키렌. 하하."
리본즈의 장난에 키렌이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러자 센잔도 따라 웃었고 리본즈도 약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웃음을 보자 세트는 다시 숟가락을 집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왠지 이 사람들과 먹으니 밥이 더 맛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식사시간이 지났다.
"잘먹었어. 그런데 누가 한거야?" 세트는 당연히 여자인 키렌이 했다고 생각하고 키렌에게 말했다.
"...센잔이. 저 아저씨가 파일럿실력은 아주 아저씨급인데 요리실력은 아주 아줌마급이거든."
"말이 뭐 그렇냐? 너야말로 나한테 좀 배워라! 그래가지고 시집 어떻게갈래?"
"걱정마라,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오, 너를 좋아하는 남자라도 있는거냐?!"
"무슨 헛소......" 키렌이 자신의 가벼운 입을 손으로 막았다.
"네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구나! 킥킥, 천하의 여장부인 키렌이 좋아하는 남자라, 어떤녀석인지 진짜 궁금하구만!"
"웃지마, 이 아저씨야!"
두사람이 또다시 장난치자 세트는 그들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엄청 사이가 좋아보이는 두 사람에 비해 얌전히 앉아서 tv를 보고있는 리본즈를 보았다. 밥먹기전에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머리에 생생했다. 그러자 리본즈가 세트가 자신을 노려보고있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소년. 밥도 먹었는데 재밌는거 할텐가?" 리본즈가 말했다.
"재밌는...거?"
"꼬맹이한테 뭘 시키려고그래, 리본즈? 네 취향이라면...설마 뉴스보고 사설쓰기...?! 아악, 끔찍한거 시키지마!" 키렌이 세트를 품에 앉고서는 달릴 폼을 재었다.
-모빌슈츠에 타보지 않겠어?- 리본즈가 키렌의 행동을 무시하고 세트에게 뇌양자파를 통해 말을 걸었다. 그러자 세트는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가 리본즈의 것이란 걸 알고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리본즈 라고 했어? 모빌슈츠를 직접 태워주는건 아닐테고 시물레이션 같은거겠지?"
"응. 그래도 충분히 재밌을거야." 리본즈가 웃었다.
"뭐야, 그런얘기 안했는데 어떻게 안거야? 설마 텔레파시...?"
"하핫, 꼬맹이가 내 가브리엘을 보고서 모빌슈츠에 흥미가 많아져서 그냥 말한거겠지. 그래도 리본즈, 어린애를 그런 거에 태워봤자..."
"잠깐, 내 가브리엘이라니? 가브리엘은 내꺼야, 루키파일럿!"
"입다물어, 노말파일럿! 루키나 노말이나 그게 그거지!"
"이게!" 키렌이 센잔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서는 바닥에 엎어트려 그라운드 기술을 걸었다. 그런걸 본 리본즈가 한숨을 내쉬며 세트를 바라보았다.
"갈까, 소년."
"...응."
-나중에 따로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설명해줄게.-
세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건...?"
"GN-104. 가브리엘이라고 불리는 키렌의 건담이야. 저쪽에 있는건 내 건담, GN-000, 오건담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리본즈의 말에 세트가 두 건담에 흥미가 많은듯 계속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오건담의 모습은 미래의 세츠나가 타게될 엑시아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긴 기체다. 그러므로 엑시아의 프로토타입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가속시키고 무언가를 파괴시키는 모빌슈츠지만 소년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는데는 충분히 두 건담의 외견이 뛰어났다.
"그런데 왜 시리얼 넘버가 그렇게 차이나는거야?"
"오, 꼬맹이가 그런걸 잘도 알아냈네! 사실 내 가브리엘은 오건담과는 다르게 이오리아 슈헨..." 키렌이 또다시 가벼운 자신의 입을 두손으로 가로막았다. 그런 그녀를 리본즈와 센잔이 째려보았다.
"미안~♥ 그런건 몰라도 돼, 꼬맹아~!" 키렌이 두사람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두사람은 한숨을 쉬고서 다시 세트에게 다가갔다.
"두 기체중 어떤 거에서 시물레이션을 해보고싶니? 내 오건담은 평균형 모빌슈츠고 가브리엘은 방어력이 꽤나 좋은 기체야. 아무래도 가브리엘로 시뮬레이션 하는게 너한테는 더 쉽겠구나."
"응, 안그래도 가브리엘을 탈거야." 자신을 구한 가브리엘에게 세트는 마음이 더 닿았다.그리고 초심자인 자신에게 장갑이 얇은 오건담보다는 장갑이 두터운 가브리엘이 더 알맞는다 생각했다. 그리고 성격상 앞으로 나서서 싸우는 근접용 기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꼬맹이! 누님의 기체를 선택하는구나~! 에구, 귀여운것!" 키렌이 세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트는 살짝 웃어주고는 가브리엘을 향해 달렸다. 간만에 긴장이 풀리고 허기가 가셔서일까, 전보다 훨씬 밝은 얼굴이였다. 그런 세트를 보는 키렌과 센잔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리본즈는 반대로 무언가를 꾸미고있는 미소를 지어냈다.
"꼬맹아, 이쪽이 부스터. 이쪽이 ARM 차지. 그리고 이게 라이플이야."
"알았어, 키렌. 그럼 시물레이션을 시작해줘."
-퍽!
세트의 머리에 키렌의 작은 주먹이 명중했다.
"반말 찍찍해대네, 꼬맹이가!"
"...알았으니까 시뮬레이션 좀 켜주...세요." 세트가 말을 더듬었다.
"그래, 그러니까 얼마나 귀여워! 자, 이걸 쓰고~"
키렌이 가브리엘의 콕핏트내에서 세트에게 시물레이션 장비를 장착해주었다. 리본즈와 센잔은 대기실에서 세트의 시뮬레이션 전투를 감상하려 커피를 마시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꼬맹아, 출격신호는 뭘로할꺼야?"
"출격신호? 그게 뭐야."
"예를 들어서 말이지. 나랑 가브리엘 같은 경우는 '가브리엘, 갑니다!' 인데 말야. 꼬맹이는 꼬맹이답게 '꼬맹이, 출격합니다!' 가 어때? 킥킥~"
"......"
"미안, 가벼운 조크야. 옆에서 지켜볼테니까 한번 잘해봐, 꼬맹이 파일럿!"
세트는 정신을 가다듬고 키렌이 시뮬레이션을 킬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키렌이 시물레이션의 스타트키를 눌렀고 꽤나 재밌는 세트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는 이런거 안타길 바랄게, 꼬맹아." 키렌의 혼잣말을 세트는 듣지 못했다.
[가브리엘 시물레이션]
"여긴...?"
세트가 시물레이션 전투안으로 들어왔다. 키렌이 대강 조종하는 법은 알려주었지만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 간단한 이동조작과 빔 라이플을 발사하는 것 밖에는 몰랐다.
세트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레이더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반란기체로 보이는 모래색 기체 2기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쿵! 쿵!
환경은 사막이였고 아지랑이가 필 만큼 더운 곳이였다. 세트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했고 자신을 돌바준 사람들을 죽인인간들의 기체를 눈앞에 두고서, 힘을 갖고서 없애지 않는건 정말 억울해 죽을거같았다.
세트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가브리엘을 이동시켰다. 꽤나 육중한 몸체라 진동도 컸지만 버틸만 했다. 장갑이 무거운만큼 이동속도는 떨어지지만 적의 공격을 맞아도 안전하기때문에 세트는 오히려 안심했다.
-투두두두!
2기의 기체가 가브리알에게 기관포를 쏴대었다. 역시나, 세트는 그것을 보고서도 피해내지 못하였다. 피하려고 손을 재빨리 움직였으나 팔이 짧은 관계로 출력의 40%밖에 내지 못하여 대부분 피탄되었다.
"이익, 팔이...!"
세트는 자신의 얇은 팔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저번과 같이 적의 공격에 가브리엘은 꽤나 잘 버티기에 공격만 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가브리엘은 두꺼운 장갑이 있는 손에서 권총 두자루를 뽑아내었다.
"...키렌의 흥미위주의 장비인가...난 이런거 싫은데." 세트는 칭얼대면서도 권총을 적 기체에게 록온시켰다. 처음해보는 조종이지만 왠지모르게 잘되었다. 조준이 정확히 되자마자 세트는 총을 발사하였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GN입자를 뿜어낸 권총 두자루는 두 기체에게 빔세례를 먹여주었다. 그 공격중 상당히 많은 공격이 빛나갔지만 두 기체의 콕핏트에 명중된 것도 있는터라 둘다 대파되었다. 큰 폭발음이 들리면서 가브리엘이 후폭풍에 말려들었지만 말짱했다.
"호오, 소년이 꽤나 하는 군." 센잔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러게. 반응속도도 좋고 명중률도 처음치고는 상당히 훌륭해. 그런데 피해내지 못했던건..."
"아무래도 길이문제겠지. 몸은 완전 꼬맹이니까."
"뭐, 애초에 소년에게 저런 기체를 맡기는게부터가 문제였군. 아무리 시물레이션이였고 가브리엘의 장갑이 두터워도. 하지만 오건담보다 가브리엘을 선택한건 아주 좋은 선택이였군. 자신의 실력을 알기에 비교적 튼튼한 가브리엘을 고른거겠지?"
"에이, 어린애가 무슨. 그냥 더 멋져보여서 그런거겠지." 센잔이 리본즈의 말을 곧씹었다.
"...과연 그럴까."
"이봐 키렌, 너무 약한거 아냐? 레벨을 좀더 높여봐. 한 LEVEL 2정도?"
센잔이 키렌에게 통신을 보냈다. 그러자 키렌이 알았다고 하면서 레벨을 올렸다.
-적기체 3기 포착, 3시, 7시, 10시 방향!- 가브리엘의 시스템이 울렸다.
"뭐야, 그 어정쩡한 위치는. 그러면...포위당한건가?" 세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포위당해서 공격을 정통으로 계속 맞는다면 가브리엘이라도 꽤나 충격을 입어 시물레이션이 끝날것같아 꽤나 생각을 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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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할 수 있겠니? 내가보기에 가브리엘의 조종석이 너에게 좀 작은 것 같은데 말야.-
리본즈가 뇌양자파를 통하여 시물레이션 중인 세트에게 말했다. 그러자 세트가 눈을 찔끔 움직였다.
"...알면 좀 줄여 주던가."
-네 기체가 아니잖아.-
"지금 시비거는 거야?"
-후훗, 그러면 잘 해보라고.-
리본즈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세트가 어의없다는 얼굴을 지어냈지만 가브리엘의 시스템에서 적들이 다가온다는 말을 하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사막이라 그런지 시야에서 적들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루엣 정도는 보였다. 충분히 사격으로 맞출 수도 있지만 세트는 사격만 해서는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는 하나를 따로 유인해 근접전으로 승부하려 결심했다. 어차피 기체의 성능도 압도적이고 장갑도 튼튼하니 별 걱정은 안했었다.
적들이 모래먼지사이로 모습을 들어내었다. 아까와 똑같이 생긴 기체로서 가브리엘의 4방면을 둘러쌓아사는 사격 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자 세트는 가브리엘의 장갑을 믿기로 하고 한놈에게 돌격하여 빔 샤벨로 단박에 꿰뚫으려 하였다.
-두두두두!
적들이 가브리엘에게 일제히 사격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꽤나 많은 피탄들이 가브리엘에게 명중되었다.그러면서 충격도 세트에게 전해졌는데 전에 맞은것 보다 훨씬 충격이 많이 가해졌었다.
"크윽...! 뭐,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별 거 아니였는데...!"
-아, 미안 꼬맹아. 리본즈랑 센잔아저씨가 시켜서 레벨을 좀 올려놨어. 아까처럼 못피하고 우왕자왕하면 그냥 당할걸? 쿄쿄쿄~-
"...너무 방심했나."
세트가 바짝 긴장했다. 기체의 성능만 믿고 잠시 자만에 빠지자 이미 4기의 기체들이 가브리엘을 완벽히 둘러싸고 계속 기관포만 발사하고 있었다. 계속 충격이 전해졌지만 세트는 되려 이를 악물고 가브리엘을 웅크리게 만들어서 충격을 최소화하였다.
긴장한 세트는 예전에 도망친 과거처럼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브리엘의 무기는 키렌이 알려준 대로 빔라이플과 빔 샤벨, 그리고 엄청난 장갑 뿐. 그 외의 무기는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조작법도 이동과 점프같은 단순한 행위밖에는 하지 못한다. 웅크린것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 팔을 움직인 것 뿐, 복잡한 행동은 불가능했다.
"키, 키렌! 뭐 다른 무기는 없어?" 세트가 다급히 말했다.
-없~어~.- 키렌이 누가봐도 거짓말처럼 들리는 어조로 답하였다. 그러자 세트가 미간을 찌뿌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키렌의 기체인지라 무장이 빈약하군. 이럴 줄 알았으면 리본즈의 오건담을 택할 걸 그랬어. 가브리엘은 오건담에비해 너무 떨어지는데?"
세트의 말에 통신으로 전해오는 음질에서 '빠직'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했니?-
"가브리엘이 오건담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봤지만 무장이 2개밖에 없는 이 두꺼운 뚱보모빌슈츠보다는 100배는 낳을걸."
-지금 내 분신과 같은 가브리엘을 욕하는거냐, 꼬맹이! 잘 들으라고, 가브리엘은 그깟 빔샤벨이랑 빔 라이플 뿐만아니라 몸 전체에 무기가 박혀있다고! 장갑의 구멍에서 나가는 광범위 포격용 빔공격과 빔 바주카까지 있단말야!- 키렌이 광분하였다.
"고마워."
-......."
"광범위 포격용 빔 공격과 빔 바주카는 어떻게 써야돼?"
-...내가 졌다. 어디보자...등 뒤에 바주카처럼 생긴 거 있지...?-
키렌이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 그러자 세트가 씨익 웃으면서 등에 있다는 것을 찾으려 몸을 돌렸다. 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