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용여 - 몰라 몰라, 그냥 살아 (12.10)
연기 60년의 배우, 여든의 생활인 선우용여가
첫 에세이 《몰라 몰라, 그냥 살아》를 통해
삶을 새로 배우는 과정을 단정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뇌경색을 겪은 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이겨내기’의 서사가 아니라 ‘돌보기’의 기술이었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용여야, 너 오늘도 예쁘다”라고 속삭이며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
기분이 흐리면 조용히 산사를 찾거나
호텔의 조식으로 리듬을 되돌리는 생활의 설계,
마음이 따라오지 않을 때는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잠시 속도를 늦추는 유연함까지,
그 일상의 미세한 선택들이 합쳐져 하나의 철학이 된다.
노년을 마감선이 아니라
재조율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나를 돌보는 법’이다.
에세이 시장에서 이 책의 강점은
두 가지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하나는 ‘경험의 신뢰도’다.
대중이 기억하는 ‘순풍의 용여 선생님’이자
지금도 스스로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현역의 시간,
바로 그 축적이 문장을 떠받친다.
다른 하나는 ‘실천 가능성’이다.
이 책은 조언을 늘어놓기보다
하루의 루틴과 손에 잡히는 장면들로 독자를 설득한다.
백담사를 향한 갑작스러운 나들이,
우동 한 그릇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소소한 여행,
몸이 굳어갈수록 더 자주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는 결심 같은 것들.
그 결과 독자들에겐 ‘잘 살아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 대신
‘오늘 하루를 잘 돌보는 구체적 방법’을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