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 "시청 앞 버스 정류장 /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 자유사용)
안녕하세요, 철도와 버스를 종이로 만드는 류황별의 종이공방, 류황별입니다.
루리웹에 인사드리는건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이번 모형은 뭘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위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1987년 9월 촬영된 사진입니다. 사진의 원 출처인 '서울역사아카이브' 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지하철이 없던 시절 버스는 항상 혼잡했고, 그 해결책으로 버스노선별 줄서기 시설을 설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진 속 버스는 RB520이라는 차량인데, 현대자동차가 90년대 초반까지 생산하던 버스입니다. RB는 버스 엔진이 차량의 뒤에 있다는 'Rear engine-Bus' 의 약자이고, 520은 버스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길이가 5.2m라는 뜻입니다.
80년대를 풍미한 그 시절의 버스, 그리고 더 나아가 80년 어느날의 풍경까지.
이 풍경을 그대로 종이로 제작하며 모형에 담았습니다.
80년대의 풍경을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 위 사진속 대상인 RB520 차량을 수소문하러 다녔습니다.
80년대, 지금으로부터 3~40년 전의 시절. 그 시절의 버스가 지금까지 남아있을까요?
그렇게 RB520 차량을 수소문하러 다니던 중, 옛날 버스를 수집하고 복원하는 '한국버스연구회'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버스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RB520 차량을 촬영할 수 있었고, 그 촬영본을 바탕으로 종이모형 도면을 제작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형 제작에 큰 도움을 주신 '한국버스연구회'에 감사드립니다.
한국버스연구회 대표 이종원님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w96306
그렇게 RB520 차량을 촬영해왔고, 촬영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종이모형 도면을 제작했습니다.
전국에 몇대 남지 않은 버스이기에,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실제 차량의 가급적 모든 요소를 따라그리려 했습니다.
운전석 계기판의 모습, 에어컨 조작부의 모습, 과거 GoldStar(지금의 LG)의 로고까지...
기록의 사명감을 가지고, 정말 그릴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그렸습니다.
그리고 버스에 붙일 행선판, 번호판, 정류장, 그리고 80년대 시대에 쓰인 간판 등... 80년대의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그렸습니다.
사실 처음엔 사진 속 버스를 재현하겠다고 기세등등하게 시작했습니다만, 여기서 이 프로젝트를 더 진행할까 말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함부로 겪지 않았던 시절을 다루는 건 위험하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의 해석이 누군가의 추억을 해칠까봐 겁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씩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그럼, 완성된 모형을 보러 가실까요?
사진 속 버스를 모형으로 그대로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RB520 차량은 그 특유의 둥글둥글한 모양이 참 개성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차량의 둥글둥글한 모양을 만드는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과거 80년대 후반 사용되던 행선판도 가급적 똑같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었을때, 나쁘지 않게 나온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모형은 거의 항상 천장이 열리게 작업합니다.
종이모형은 그 소재가 종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내부에 붙여둔 부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만약 이럴때 모형의 천장이 밀봉되어있다면, 이런 부분들을 수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기적인 모형의 유지보수를 위해, 모형은 가급적 천장이 열릴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87년도 당시 좌석버스 요금은 400원이였습니다.
현재는 (교통카드 사용 기준) 2300원입니다.
계기판, 에어컨 조작부, 기어봉 등 가능한 모든 요소를 실제 차량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버스 운전석 상단에 붙어있는 버스 조작 및 관리와 관련된 설명자료까지 전부 그대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하지만 별개로, 사실 공들인것에 비해 막상 붙여놓고 보니 이런 설명자료가 잘 보이진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쿼츠시계와 버스 조작 및 관리와 관련된 설명자료들
내부의 선반, 의자 등 가급적 모든 요소를 실제처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대중교통이 최신식으로 교체되기 시작하며 도입된 냉방차
그 당시 냉방차라는건 정말 자랑할만했습니다.
지금은 철을 다루는 판금기술이 좋아졌지만, 이 당시에는 판금기술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가볍게 만들어 연비를 절감하기 위한, '스테인레스 바디' 라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이런 차량 외부의 요소들도 가급적 실제 차량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제작한 80년대 풍경.
가게 안 소품들까지 만들까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정말 영원히 완성하지 못할거 같아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조금 아쉽습니다.
87년, 올림픽을 앞두고 설렘이 가득하던 시기.
경제가 발전합니다,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80년대를 여행하며 본 첫번째 풍경은 설렘이였습니다.
“그때는 편의점이 없었고 동네 슈퍼에서 온갖 걸 다 팔았지.”
“다방이 있었지, 노른자 올린 쌍화차가 맛있었는데, 지금의 카페 같은 느낌?.”
“뭔가 만드는 공업사가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은데? 칙칙한 낡은 새시가 기억나.”
“당구가 유행했지. 지금도 당구장은 있지만, 그때가 훨씬 더 많았지.”
“지금은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큰 회사로 가지만, 그때는 동네마다 무엇이든 고치는 전파사가 있었지.”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전당포가 하나씩은 있었지.”
80년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것을 찾아다니며, 들었던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모든 풍경이 밝진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아래의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대중교통을 타는 80년대 가장 아래의 사람들 - 공단의 미싱을 돌리는 여성 공업자들, 밤낮없이 일해야만 했던 사람들, 이미 떠나간 수 많은 사람들... 제가 80년대를 여행하며 본 또다른 풍경은, 투명인간들이였습니다.
청소부, 학생, 직장인, 지금도 일 하는 수 많은 사람들.
대중교통은 지금도 가장 낮은곳에서 역사에 담기지 않는 사람들을 싣고 달립니다.
이미 떠나간 수 많은 투명인간의 이야기들을 우리가 좀 더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수 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저는 이 세상을 만듭니다.
상세 제작 과정과 모형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위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모형이 마음에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모형 창작에 큰 힘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
잉?? 종이라고요??
아니....내부 뭐죠 정말 대단하네요
선생님...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ㄷㄷㄷ
루리웹 들어올 때마다 갈아 입어야 하는...
베스트로 올립시다
아니....내부 뭐죠 정말 대단하네요
잉?? 종이라고요??
와 추억소환 엄청나네요 ㅎㅎ 보자마자 어렸을적 정릉쪽으로 가는 좌석버스16번 기억납니다
베스트로 올립시다
대~박...
대박입니다. 제작 자체도 좋치만. 저런 자료 조사가 더욱 대단해 보이네요.
선생님...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ㄷㄷㄷ
와우! 어렸을때 저희집앞에 다니던 63번 버스네요. 에어컨 이라는게 있는 차를 63번 버스로 처음 타봐서 어머니 하고 저 버스 타고 어디 갈일 있으면 기대하며 탔던 기억이 솔솔 나네요 제 기억으론 에어컨 달린 차들은 내부 천장에 짐받이 선반 없이 에어컨 바람 토출 구멍들이 좌석 위에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혹 나중에 수정 할수 있으면 이것도 재현하시면 더 좋을듯 합니다.
제가 RB520 차량과 관련해 남아있는 여러 이미지들을 섞어서 모형을 만들다보니, 그 부분의 고증에 오류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에어컨이 있었어요?
퀄리티 뭔데여;; 오른쪽 가시면 될거같은데
ㄷ ㄷ ㄷ ㄷ
뭐야 금손이잖아..
거의 80년대 다큐 수준의 조사와 재현이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때는 버스안에서 담배를 피던 시절이 아니던가요? 의자마다 재털이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습니다. 의자 뒤편에 재털이가 있었죠. 거기에 껌씹은거 종이에 꾹꾹 싸서 밀어넣던...
그 부분은 고증에 오류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흡연과 관련해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이 부분은 추후 모형 수정 작업때 같이 진행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와 사람 손 진짜 크다 80년대 서울에는 거인이 존재했었군요
다시 봐도 멋집니다!!!
헐
3d 프린트로 만든 줄 알았습니다!
아니. 내가 이런 고퀄리티를 보다니 진정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니
어마어마 하네요..;;; 귀한 작품 잘 보고갑니다..
오 지난번 유튜브에서 몇번 본적 있어요!
저 중앙슈퍼 저런식의 간판 참 정겹네요 ㅎㅎㅎ 진짜 저런거 많았는데...
요금 비싸서 탈 일이 없던 차..
네에?! 종이라구요?!
와, 금손이다 금손
퀄이 대단하네요. ㄷㄷㄷㄷㄷㄷ
댓글을 안달수가 없는 퀄리티네요 ㄷㄷㄷㄷ
87년에 파주가는 차에는 버스차장누나 타고 있던때인데
창가에 앉아서 김밥 먹고 싶네요 ㄷㄷ
루리웹 들어올 때마다 갈아 입어야 하는...
참고로 같은 RB520이라도 작품과 같은 시내좌석/자가용/직행 사양과 일반입석사양의 외관이 같은 순정임에도 달랐던 것으로 압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전혀 다른 차종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던...
넵 맞습니다. 외관이 모두 달랐고, 또 년식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슈퍼 옛날 우리동네에 있던거랑 똑같아요!!
버스만드는거 유튜브로 봤는데 그분이신가..,
경기도 (부천) 버스 말씀하시는거죠? 그거라면 저 맞습니다 :)
프라 가지고 오셔서 종이라고 말씀하시다니!!
대작이네요. 베스트를 넘어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엄청난 작품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76년생 아제가 보니 감동 그자체ㅜㅜ 대단하네용 ,,,ㅜㅜㅋㅋ
와 버스안 디테일이 어마어마하네요.
이 머 대체 머하는 사람이야...;;;;;; 우와..;;
버스앞에 엔짐룸 있던건 아니녜요 그건70년대인가...? 멋진작품 잘봤습니다
와 도시까스 대박 그때는 그냥 동네 이름도 도시까스 정류장도 도시까스 어디사냐고 물어봤을때 염창동 이라고 하면 대부분??? 하지만 그 김포공항 가는대 도시까스 있는데요 인공폭포 지나서 라고 하면 대부분이 알아듣던
그 시절의 추억은 모두가 그리워 하는 것 같아요.
보기만 해도 버스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네요.
추천박고 갑니다~
후 이거 추천하려고 로그인하였네 추천을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네
자 이제 종이를 보여주세요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나왔던 어린시절부터 종이로 버스만들고 나중에는 직접 버스기사까지 됐던 젊은 청년이 떠오르는 퀄리티의 작품이네요. 요즘 금손분들이 많으신가... 작품 퀄리티가 👍따봉~입니다.
지릿...
와........................ 소름 돋았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진짜 몰랐는데... "왜 추천은 한번 밖에 못주는 거죠?"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70년대 생으로서, 진짜 킹왕짱 멋지네요. 감사히 잘 봤습니다. 작업 더 볼 수 있길 바랍니다. 'ㅁ')b
개쩐다....
잘만들긴했는데 근데 틀렸습니다 운전적 옆에 엔진이있어서 뽈록하게 올라와있습니다
사실 저기 특석이라능 ㄷㄷ
당장 모델명이 엔진이 뒤에 있어서 rb 라는데 뭔소리임 ㅋㅋㅋㅋ
제가 버스타던 시절은 운전석 옆에 뽈록하게 올라와있었음
첨부하신 사진은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프런트 엔진 버스 BF101입니다. 다른 버스 사진 갖고 와서 틀렸다고 하지 마세요.
본문은 읽으신건가요?? 애초에 완성차 메이커부터 전혀 다른 모델이거니와 엔진이 후방에 있는데요??
틀린건 본인입니다만..
본문의 차도 있고 볼록한 차도 있어서 틀린게 아니라, 서로 다른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미술스탭 출신이신줄... 간판글씨 폰트 재현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와... 이거는 진짜 광기다! 존경합니다!
당시 거주지가 서울은 아니었지만.... 보는순간 온갖 추억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구나..... 따뜻한 느낌... 그리운 느낌... 다시는 돌아갈수없는 슬픔...
개인적으론 참 세상이 신기한 게, 지금 기준으로 보면 80년대가 참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게 가장 세련된 최신식 스타일이었을 거란 말이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시대를 불문하고 다들 거기서 거기인 듯 싶다가도 추구하는 것이라든가 취향, 마인드 등 여러가지로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추억 돋는다..ㅜㅜ 어릴 때 얼음가게도 있었던것 같은데
와...이게 뭐다냐 ㄷㄷㄷ 추천을 1번 밖에 줄 수 없다는게 안타깝다
종이로 만드는 타임머신 ㄷㄷ
덧글을 달고 다시 보러와야겠소
최고입니자. 추천
장인의 손길을 보고 갑니다. 차후 프로젝트 때에도 오른쪽에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와 마술같네요 ㅎㅎ
버스가 400원? 왜 이렇게 비싸지? 했더니 좌석버스였군요. 일반버스는 토큰이나 회수권 내고 다녔을 때라서 좌석버스는 못(안)탔습니다.
헐.... 이게 왜 종이.....
와.. 진짜 그당시 공기까지 만든 것처럼 현장감이 죽이네요. ㅠㅜ
자. 이제 종이를 보여주시죠.
우와!! 구독과 좋아요!!!
와 엄청 디테일하네요. 뭔가 이런 모형들은 뚜껑열고 안에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한거같아요
이것은 코리아 디오라마!!! 그것도 종이라니 놀라워요
추억의 시절이 마구 떠올라 ㅠㅠ 구멍가게,공중전화 스마트폰이 없던 그시절 ~_~ 버스 승무원 누나
현금이 400원이니 토큰이겠네요. 카드 단말기...를 찾으면 간첩 소리 듣기 좋은 시절.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