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두 배
봄 하늘이 저리도 파랗고
내 맘은 이리도 시리니
슬픔이 두 배
다칠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말았으니
슬픔이 두 배
이태원에서 굽 높은 구두 골라주고
차였을 때
슬픔이 두 배
하늘 파란 잉크 찍어
사랑해요라고 쓰다가
펜촉에 심장 찔리니
슬픔이 두 배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누구시죠 당신은
하고 물을 뿐
슬픔은 두 배 세 배
그렇게 곱고 그렇게 멀어진 당신
내 인연의 목록에서 지워진 당신
슬픔은 열 배 백 배
내가 사준 예쁜 호피 속옷을
그 누구 앞에서 벗으실까
반환받아 사르지 못해
슬픔이 두 배
당신의 텍스트
성기완, 문학과지성 시인선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