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카 8장 못 모아서 올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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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이 처음 지휘관을 만났을 때는 눈이 쌓인 겨울이었다. 당시의 둘은 차갑고 어색해서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DSR은 지휘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긴 것은 둘째치고 너무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밖에서도 인기는 커녕 친구 하나 없었을테지. 그녀는 그렇게 단정짓고 철저한 사무관계를 유지했다.
그 날 선물을 받기 전까지 말이다.
곱게 접힌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고운 드레스. 그 천은 너무도 예뻐서 보낸 이의 마음을 나타낼 정도였다.
아마 구매해놓고 여러번 고민했겠지.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던 인형에게 선물이라니.
DSR은 몇 번이고 풀었다 접었던 흔적을 보며 옷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차가웠던 마인드 맵이 녹기 시작했다.
그 후로 DSR은 지휘관을 찾아갔다.
"지휘관. 이번 계획에는 내가 활약할 기회가 있을까?"
장난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면 그는 한발짝 물러선다. 그래서 한발 더 다가갔다. 최소한 보답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좀 더 대담한 작전을 세워봐. 그게 내가 바라는 거니까."
그렇게 그녀는 지휘관이 달아날 수 없도록 꼭 안기도 했다.
박수란 양 손이 맞닿는 것. 한 쪽만 세게 쳐서는 경쾌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호흡을 맞추고서야 음악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DSR과 지휘관의 관계도 그랬다.
그녀가 다가가면 그가 물러선다. 그가 물러서면 그녀가 다가간다. 그렇게 반복하다 지치면 그제야 다가온다.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소심한 허세투성이 남자. 하지만 DSR은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고슴도치는 찔려도 제 새끼를 귀여워한다더니, 어느 샌가 장점이 단점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인형은 인형. 인간과는 다른 길을 걷기 마련이다.
"……."
혼자서 귀환 못했다는 보고를 받으며 DSR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사가 말하길 작전 지역에 나갔다 방사능에 피폭되었댄다. 처음에는 기침정도라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다 도망가자 무리하다 늦어버렸댄다. 마지막까지 인형 하나 부축하다 버림받은 바보 지휘관.
DSR은 멍하니 이야기를 듣고 지휘관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 구석에서 상자를 발견했다.
죽을 때까지 제버릇 못 고친다더니 이번에도 몇 번이고 포장을 다시 해놓았다. 그런 더러운 상자 안에 숨겨져있는 조그만 반지. 그녀의 손에 꼭 맞는 서약반지다.
DSR은 새하얗게 빛나는 반지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명령을 어겼다.
어떻게 그랬는지는 그녀도 모른다. 그냥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달리고 있었다. 밖으로 달려 그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DSR은 지휘관을 만났다. 다 부서진 폐가가 어찌나 추웠는지 그는 구석에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DSR은 천천히 다가가 그를 꼭 안았다.
결국에는 잡힐거면서 왜 그랬나. 하지만 겁쟁이라도 최고의 겁쟁이였나 보다. 이제는 아주 먼 곳으로 도망가버렸다.
그것도 선물을 하나 남기고 말이다.
DSR은 그가 감싼 이불더미 안에서 생존자를 발견했다. 조그만 아이는 추위에 몸을 떨었지만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이불을 다시 덮고서 그녀는 생존자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두번 다시 만날 날은 없겠지. 그래도 따라가는 건 미루려고 해. 기껏 받은 선물을 버릴 수는 없잖아. 누군가는 남아줘야지.
DSR은 문밖을 나서며 입김을 불었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녀는 웃음짓듯 입을 닫고서 마지막 고백을 하였다.
좋아했다, 겁쟁아.
맨날 전술X녀 DSR만 보다가 이런거 보니 신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