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 내 첫사랑인 마비노기의 서큐버스.
서큐버스(succubus; pl.: 서큐비succubi)의 기원은 꽤 중구난방한데
몽정이나 음몽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란 설도 있고,
고대부터 있던 악마-유혹자의 개념에서 유래했단 설도 있고.
일단 확실한 건 이 단어가 영어에서 처음 사용된 건 약 14세기 경.
나무위키는 어원을 라틴어 succubare라 하던데.
(접두사 sub-; 아래에+cubare; 누워있는)
아마 더 직접적인 어원은
후기 라틴어 succuba(바람둥이, 방탕한 사람)일 것.
이 단어가 succubare에서 먼저 유래했고,
어느 순간부터 악마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됨.
아무튼 중세 신학자들이겐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서큐버스/인큐버스가 사람을 덮치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팩트임.
그럼 과연 임신도 가능한가?
"이교도 신화 보면 악마-인간 혼혈 나오잖. 멀린이라던가.
서큐버스도 임신 가능임."
VS
"뭐래 이종 임신물 작작 봐.
임신은 오직 순애물에서만 가능함(:중세 기준 상식)."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 "마녀의 망치")
가 결론을 내림.
(마녀사냥에 사용된 것으로 악명 높은 신학서.
마법, 악마, 마녀 등을 구분하고, 죄질을 나누고, 처벌하는 법 등을 문답 형식으로 설명한다)
"게다가 아이를 잉태시키는 것은 살아있는 몸의 행위이지만, 악마들은 그들이 취하는 몸에 생명을 줄 수 없다. 왜냐하면 생명은 공식적으로 영혼에서만 발생하며, 자손을 잇는 것은 육체적 생명을 가진 신체 기관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취하는 몸은 잉태시키거나 출산을 할 수 없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1장 질문 3, 1486.
잉태/출산=육체적 생명활동
생명=영혼에서 기원
악마는 영혼이 없으므로, 출산 불가능
Q.E.D.
그럼 이교도 전설의 인간-악마 혼혈은 뭔가요?
여기에 대해서도 마녀의 망치는 친절하게 설명해줌.
"…(이어서) 이 악마들이 육체를 취하는 것은 생명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육체를 통해 인간의 정자를 보존하고, 그 정자를 다른 육체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레우스 말레피키룸, 1장 질문 3, 1486.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악마가 정액을 왜 털어가겠음?
걔들이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뭐 먹을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훔?친 정액을 서큐버스가 인큐버스에게 전달.
인큐버스가 훔쳐간 정액을 오?염시킨 후 인간 여성에게 주입.
그 결과 악마에게 영향 받은 아이가 탄생.
더 후기의 영어 신학 논문인
악마론(Daemonologie; Dæmonologie, In Forme of a Dialogue, Divided In Three Book: By the High and Mightie Prince, James)에서도
서큐버스의 임신에 대해 언급하고 있음.
참고로 이 책 저자는 무려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시다.
그의 약간 꼬장꼬장한 개신교 마인드는 이때부터 보였다.
이 저작에서 제임스 1세는 천사적 존재(천사든, 타락한 것:악마든)와 사람 사이에서 혼혈이 생길 수 없다고 말함.
따라서 악마가 사람을 임신을 시킨다면 두 가지 방법 뿐임.
1. 죽은 남자의 시체에서 정액 꺼내오기. 충분히 빠르다면, 정액이 "차가워지기" 전에 여성에게 주입할 수 있음.
2. 죽은 남자에게 빙의해 여성과 성교하기.
여성에게 빙의해 남자와 성교하는 건 안됨.
덤으로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는 같은 존재이며, 어떤 성별에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고 부언함.
오오……!!
인공수정! 사이언스……!!
그렇군요!
영국 왕실 덕분에 우리는 서큐버스는 임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
아무리 질척질척 뷰룻뷰룻 싸질러도 임신할 가능성 0.
완벽한 불임임.
고마워요! 잉글랜드!
씹덕들의 고민거리를 해소해줘서!
————————————————
전에 이 글 올렸더니,
이래서 기독교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사형에 처했다더라
이런 것 때문에 영유아 엄창 죽였다더라
그런 증거 없는 혐오 댓글 달려서 미리 다는 사족.
-우선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시간이 지나선 많이 읽혔지만, 쓰인 당시엔 뭐 종이낭비가! 히던 책임.
심지어 지인이라 추천사 써줬는데, 이런 판타지나 싸지를 걸 알았으면 써주지 말 걸 그랬다 소리까지 들음.
- 마녀 사냥이 등장하는 건 더 후임.
이 당시 박해의 대상은 마녀보단 나병환자, 무슬림, 유대인 등이었고, 이들을 향한 병적인 집단 히스테리가 유럽을 강타했지만, 마녀라 부르진 않았음.
그러려면 2세기 쯤 지나야 함.
-이 책들이 나온 시기에 마녀라고 기소하는 일이 없진 않았지만 마녀가 존재한다는 그 생각이 더 이단적인 일이었음.
망상으로 치부되었고.
발 닦고 자라고 하던가, 심해봤자 태형 몇 대랑 성경 읽으라고 하는
정도(마녀라서가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을 어겨서임).
-민간의 경우에는 마녀 사상이 존재했음.
하지만 당시 민간 마녀(베넨단티, 약초 부인, 주술사)는 악마로부터 기독교인과 작물을 보호하는 (공공연한) 비밀 집단 같은 거였다.
교회에선 민간 미신 취급이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있었지만 박해의 대상은 아니었음.
-사생아와 아버지 없는 아이 등을 향한 차별은 있았지만
이는 기독교적 부도덕에 대한 비난
+
외국인/유대인 혐오였지
악마의 자식이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음.
-기독교는 유아, 영아 살해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함. 유럽이나 로마의 유아살해관습을 비판하면서 콘스탄티노플 평의회, 제3차 톨레도 공의회 등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유아나 아동도 영혼이 있으니 살인의 죄라고 규정했음.
-당시 기독교 사회가 문제 없이 멀끔하기 돌아갔단 얘긴 아님.
14세기부터 나병 환자, 유대인 음모론이 정기적으로 돌며 제노사이드, 집단 처형, 차별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녀 사냥은 이 시기엔 드문 일이고,
마녀 재판은 교회법으론 주술 행위와 악마적 존재와 교류한 죄, 국가법으론 살인 같은 범죄+음모죄와 묻는 거임.
악마적 혈통 그런걸 따지진 않았음. 교회가 보기에도 이건 어이없으니까.
중세엔 마녀사냥보다 이단 잡아 족치는데 더 진심이었ㅈ
중세엔 마녀사냥보다 이단 잡아 족치는데 더 진심이었ㅈ
몽타이유 보니까 이단 대가리급들만 화형 당했더라고
저게 저래서 서큐버스에 홀린거다 라던가 인큐버스 때문에 임신한거다 라던가 하는 말이 있다던가
ㄴㄴ 없었음. 정말 그런걸 사생아를 설명하는데 쓰는 여성이 있었겠음? 저런 논문들은 구약의 신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논문임.
애초에 사생아 설명할 때 인큐버스 운운할 거면 교회가 질타할 문란한 행동 했다 고백하기 vs 악마와 교류했다 주장하기 이거인데, 차라리 전자가 낫지. 악마 혼혈 등은 이야기는 존재하긴 하는데, 어디까지나 이야기 속의 존재임. 중세 사람들이 이걸 믿었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남자쪽에서 여자 덮쳐놓고 임신시켰는데 발뺌하려고 쓰는거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사생아 논란이 나오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