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보스에 대한 정체는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설마 겐이치로를 뚫고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울 시리즈 보스들 중에서
가장 어려웠네요. 보통 아무리 어려운 보스들도 하루만에 잡고 그랬는데 이틀이나 걸린 건 다크소울 3편의 게일 이후로 처음입니다. 메인 보스가
이 정도면 만약에 DLC가 나왔을 때 얼마나 어려운 애가 나올지 상상이 안 되네요. 검성이라는 이명이 잘 어울리지 않는 걸 빼면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익힌 스킬들을 전부 사용해야하는 보스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중에서 본인이 날린 떡밥들을 직접 회수하러 온 것도 좋았어요.
처음으로 본 엔딩인 불사 끊기에 대한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블러드본의 유지를 잇는 자 엔딩과 다소 흡사해보이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유지를 잇는 자와 다르게 언젠가 찾아 올 또 다른 고행자를 위해 불상을 깎는 주인공의 모습, 자신을 희생하여 악습인 불사의 핏줄을 끊은 황자.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고 멋진 엔딩이었습니다.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주인공의 외모가 정해져 있고 직접 말을 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다고 생각하네요. 프롬의 전작인 데라시네와 다르게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 둘 다 잡아낸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소울 시리즈로부터 한 발자국 진보한 게임이면서, 동시에 거의 완벽할 뻔 했었던 1% 부족한 게임.
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쉽게 느낀 점은 주로 잠입 시퀀스와 잠입에 대한 적들의 대처 AI에 대해서인데,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애들이 멍청하고 잠입 자체가
너무나도 쉽게 작동합니다. 아무래도 초보자를 배려하고자 이런 조치를 취한 것 같습니다만 막상 베이스가 되는 전투는 엄청나게 어려워서 위화감까지 생겨요.
전투와 잠입의 메카닉은 서로 잘 맞물려서 작동하지만, 어렵게 작동하는 전투 AI와 다르게 잠입 AI는 반대로 너무 쉽고 간단해서 김이 빠질 정도입니다.
때문에 잠입에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던져준 다양한 도구들이 대부분 쓸모가 없어요. 등 바로 뒤에 있어도 눈치채지 못 하니까요. 심지어 잠입 게임이
아니었던 소울 시리즈에서도 적의 등 뒤에서 멀뚱히 서있으면 0.5초에서 1초 사이에 플레이어를 인지하고 뒤돌아 반격하곤 했습니다.
유명한 소울 시리즈 유튜버인 Iron Pineapple도 이런 잠입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영상으로 올렸는데, 보기에 재밌긴 하지만 잠입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미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썸네일같이... 마치 메기솔 시리즈처럼 완전 디테일한 잠입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은 액션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잠입 파트까지 디테일하게 완성되어 있었다면 더욱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부분 말고도, 예를 들어 도자기 파편을 아무것도 없는 적의 뒷쪽에 던져서 주의를 끌 수 있다던가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적이
죽어있는 동료의 시체를 보고 경계태세에 들어가는 요소도 없어서 이상하게 느껴지고, 전작과 다르게 죽은 적들에게 래그 돌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데다가 시체를 따로 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잠입 게임에서 중요시되는 시체 치우기에 대한 요소를 아예 생각하지 않은게 느껴지더군요.
그 외에 아쉬운 점은 주인공의 코스튬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고정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외모는 바꿀 수 없더라도 코스튬을 다섯개
정도로 분류하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흔히 있는 코스튬 DLC라도 내주면 반가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기본 모습이 멋지긴 하지만 계속 보다보면
질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무라이 복장을 입어서 같은 사무라이들을 눈속임 할 수 있다던가 하는 요소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위와 같은 불만점들은 막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거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게임이 진보한 액션성을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라는 감상이 든 부분도 여러 곳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작의 NPC를 자기 복제하는 짓을 그만두었다는 점이 가장 컸네요.
전작에선 NPC의 포지션을 정해놓고 시리즈마다 이름과 성격, 스토리만 약간씩 바꾸어서 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고 아예 디렉터의 자캐인
패치까지 시리즈 내내 개근할 정도였는데... 다크소울 3편 DLC에서 예고했듯이 패치를 비롯한 전작 캐릭터의 자기복제와 완전히 이별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비록 설정 부분은 자기 복제를 면치 못 했지만, 등장인물들이라도 처음부터 새로 쓴 것이 새로운 시리즈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해줬던 것 같네요. 그러면서 기존 소울 시리즈 NPC들 특유의 암울하면서 매력적인 느낌은 제대로 살려내었습니다. 기원의 궁과 불사에 연관되어
불행을 맞은 한 가족, 의술을 연구하다가 미쳐버린 의술사, 샤미센 소리를 찾아다니는 사무라이, 죽지 못 하여 주인공의 연습 상대가 되어주는 남자.
신령이 될 날을 손 꼽아 기다렸지만 결국 되지 못 한 남자 등등... 인상깊은 NPC 스토리가 너무나도 많았고 선택지도 많아 회차 요소에 보탬이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NPC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이 직접 입으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 올라갔던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너무 즐겁게 플레이 한 게임이었고 기존 소울 시리즈의 팬으로써 엄청나게 만족했습니다. 너무 좋아서 아끼면서 플레이 할 정도로 좋았고
언젠가 DLC 발표, 혹은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네요. 최고였습니다. 소울 시리즈 전체에 전반적으로 존재하던 매너리즘을
답파해낸 미야자키 디렉터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죽어있는거보고 노란색뜨면서 경계하던데 제 착각이었나요
저도 그런식으로 경계하는 경우를 보긴 했는데, 없던 시체가 생기건 말건 그냥 패턴대로 오고가는게 대부분인 거 같더군요
시체때문에 경계가 떴다기 보다는 적을 시체로 만들고 있는 주인공이 눈에 보여서 경계가 뜨는게 맞습니다. 시체는 봐도 그냥 무심해하더라고요;;;
후기 잘 봤습니다 공방시스템의 변화로 최소한 전투부분만은 소울시리즈와 확실한 차별점을 선보였다 생각되네요 잠입시스템과 인식시스템의 허술함이 아쉽긴 하지만...전투가 재미있어서 그 허술함에 덜 신경쓰게 되더군요 ㅎㅎ 그리고 언급하신것처럼 변하지 않는 우호적 npc들의 비극적 결말 ㅜ;;;
NPC들의 결말은 이번 작도 정말... 코 끝을 찡하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항상 그렇듯이 이상한 싸이코도 있구요. 심지어 이번엔 죄다 새로 보는 타입의 성격들이라서 더욱 몰입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