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엔딩까지만 봤습니다.
망궁도 한 24층까지밖에 안 돌고, 금주도 바나이테야 빼고는 2회차 돌지도 않았는데도 꽤 걸렸네요...
뭔가 명작이다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사실 할 엄두가 별로 안났던 게임이었는데 어떻게 끝까지 하게 됐습니다. 한글화가 주는 편의성이 참 크네요.
간단한 소감
1. 난이도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부분 같습니다.
뭔가 안되는걸 몸 비틀어가면서 깨는걸 즐기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니까요.
최근에 한 게임 중에서는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게임이 아니었나 싶어요.
특히 막보는 진짜 이걸 잡아야하나 싶을 정도로 좀 짜증났네요. 혼자 엄청 빨리 움직이는데 광역기를 계속 쓰면서 아군 MP빨아먹는걸 반복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노데스로 깨긴 했습니다.
택오가 시대상 앞이기는 하지만 SRPG계의 다크소울 같은 느낌?
어쨌든 끝까지 재미있게 깼습니다.
다만, 그 난이도 조절이라는 것이 좀 강제적이어서 저는 불호쪽이 강합니다.
뭔가 편하게 쉬어가는 판이 별로 없고, 특히 후반 갈수록 강강강강 하니까 피로가 쌓이는 데다가
노가다 같은걸 해도 막 극적으로 강해지는 것보다는 숨통 정도 트이는 기분이라 그렇게 썩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망궁 같은것도 피돼지들이 나와서 설치는데 이런걸 계속 보다보니까 와 재미있어보다는 그냥 짜증나더라고요 귀찮고.
이런 소리하면 SRPG인데 무쌍이라니 언어도단 이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 무쌍 해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열심히 캐릭터 키워서 강하게 만든 다음에 다 쓸어버리는 재미도 있잖아요?
다른건 둘째치고 엔딩 한번 봤으면 걍 레벨이고 뭐고 풀어줘도 괜찮은거 아닌가?
난이도에 대한 제작진의 철학 같은게 좀 족쇄처럼 느껴져서, 그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달까.
자유도가 부족하구나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갈수록 조금씩 불쾌해지더라고요.
뭔가 하드모드를 강제로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2. 직업
솔직히 아처도 나름 끝까지 잘 쓰기는 했는데,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아처를 끝까지 쓴게 아니라 그냥 아로셀 닌자로 전직시켜서 디버프 넣을겸 넣은거지 순수 아처는...;;
근접, 물리 계열이 그냥 그랬습니다. 일단 윙부츠니 워프니 그런거 없어서 걍 뚜벅뚜벅 걸어가야하는데 지형지물의 높낮이가 참...
일단 붙기만 하면 딜은 나쁘지 않기는 한데 붙는거 자체가 느리고 막상 붙어도 석화, 공포, 마비 등등이 잘 걸려서 뭔가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소드마스터 하보림 간지 때문에 쓰기는 하는데, 막 엄청 좋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선제반격 등으로 카운터 두번 먹이는 거나 공뻥해서 때리면 시원하긴 한데 은근 물몸이라 잘 눕고...
걍 마법사로 멀리서 딜하는 게 데미지도 좋고 편했습니다.
3. 스토리
삼각전략보다 좋았네요.
분량이 훨씬 길어서 그런지, 스토리가 정돈된 느낌이고 몰입도 잘 됐어요.
카추아가 좀 많이 싫었는데, 스토리가 말이 안 돼서 싫다기보다는 그냥 싫게 잘 만든 캐릭터인것 같습니다. 진짜 카추아 보고있으면 저도 생리하는 기분이 뭔지 알것 같았네요.
성우들의 호연이 참 좋았습니다. 좋았는데...뭔가 몇몇 여성 성우분들은 성대에 주름이 느껴지는데 얼굴 초상화는 2,30대 젊은 사람들이라 좀 많이 그랬어요.
특히 라비니스 목소리는 좀 많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최후반 전개가 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나쁜 건 아니었습니다.
4. 결론
왜 명작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진입장벽이 꽤 높아서...
사실 바람총 버그 아니었다면 아마 깨는걸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만큼 클리어했을 때마다 특유의 재미가 대단하고
클리어 전, 후 해서 컨텐츠 분량도 빵빵해서 솔직히 빠져만 든다면 굉장히 빠져들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한 루트 엔딩만 봤을 뿐인데 아직 해야할게 태산...
개인적으로는 자유도 부분이랑 편의성(특히 배속모드)을 좀더 풀어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재미있게 했네요.
발매전 레벨캡이 있다고 했을때 권장레벨로 하다가 너무 어려우면 적들보다 1,2레벨정도 더 높게 올려서 하되 너무 양학하지 않게 적당히 조절하라는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뒤지기 싫으면 끝까지 올리라는 뜻인줄은 몰랐죠. 직업 벨런스는 리메이크가 좋지만 난이도 레벨링과 아이템 드랍은 원작이 더 나았던것 같아요.
원작 SFC판 + PSP판 합쳐서 수십번도 넘게 클리어하고 더 이상 할거 없어!! 할 정도로 저도 택오 고인물이지만 정말 엔드컨텐츠 파밍 다하고 이제 리본은 고이 접어둬야지 하는 시점인데도 아직도 무쌍이라 할만한 스테이지는 프란파 산림 초입부 정도네요 ㅋㅋㅋ 마츠노 야스미 이 양반이 자기 자신만의 개똥 철학이 좀 있긴합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