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더시퀄 클리어 소감. 명작이 될 뻔한 작품 (누설)
브레이블리 디폴트 포더시퀄, 뒤늦게 시작해서 진종장까지 클리어 했습니다.
극초반 인상은 꽤 좋았는데, 플레이하면 할수록 점점 불만이 커지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꽤 할만합니다. 게임성,시스템은 왕도RPG 그자체고, 그래픽/사운드 다 훌륭하죠.
문제는 스토리와 캐릭터입니다.
초반(1~4장) 스토리는 지나치게 식상한 전개라 재미가 없습니다. 마을을 구해다오 - 네 알겠습니다 수준의 흔해빠진 전개.
캐릭터 성격도 지독하게도 재미없고요. (티즈, 아니에스 , 이 두명의 대화는 듣기만 해도 ㅂㄷㅂㄷ)
이데아(+링아벨)가 등장하고부터 약간 재미가 붙기 시작함. 이데아 없었으면 초반에 게임 때려쳤을거 같습니다.
스토리는, 반전포인트라 할만한 5장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흥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평행세계 루프 때문에 게임템포가 매우 나빠져서 플레이가 지루하다는 겁니다.
슬슬 스토리는 흥미로워졌는데, 플레이가 짜증나는 상황.
하지만, 이 스토리조차도 더 재밌게 전개되어야 할 마당에, 초조함을 부채질합니다.
스토리 전개가 완전 병맛입니다. 캐릭터들의 행동원리도 이해할수 없고요.
이 게임의 스토리는...
크리스탈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잘 설득하면 만사해결될 수준의 뻔하고 별거 아닌 내용을
뭔가 거창한 비밀이 있는 것 마냥 쓸데없이 감추고 숨기고, 대화도 안하고 일단 패고본다는 발상으로 전개해서 스토리가 막장으로 치닫습니다.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베고, 아비를 만나면 아비를 베고, 착한놈이건 나쁜놈이건 만나는 족족 다 때려죽입니다.
서로 대화해서 정보를 캐내고, 설명하면 그만인 내용을 '말 따위 필요없다'는 식으로 진행하니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갑갑함,초조함으로 스트레스...
엄청난 비밀일 것 같은 내용이 알고보니 별거 아닌 내용이라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
고작 이딴 내용으로 뭔가 있는 척 했다는게 어이없음.
진작에 설명하고, 대화했으면 끝났겠구만. 왜 서로 못잡아먹어서 처죽이고 폐륜을 일삼으면서까지 막장으로 가는지 도저히 이해불능입니다.
또한, 7~8장은 거의다 가벼운 후일담으로 채워져있는데, 개그도 많고 팬서비스 수준의 내용이 많아서 이전까지의 학살극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혼란이 가중됨ㅋ
주인공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가는 수준.
진엔딩 보기위한 진종장 돌입조건도 병맛인데,
플레이어도, 캐릭터도 이미 진실을 뻔히 다 알고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적의 의도대로 낚여주는 식의 플레이를 해야만 최종루트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 플레이과정이 매우 지루해서, 6~8장을 진행하는 내내 이걸 굳이 진엔딩 볼 가치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매우 컸습니다.
* 메타 픽션
이 게임에서 가장 특징적이면서 차별화 되는 포인트가 바로 메타픽션 요소입니다. 사실 이거 빼면 시체.
스토리나 세계관 설정에 나름 반전포인트가 되는 몇가지 장치가 있고, 나름 의도해서 설계한 흔적도 느껴집니다만, 그게 전부 메타픽션에 엮여있습니다.
메타픽션은 잘만든다 해도 찬반양론이 갈릴 요소인데, 이부분의 짜임새가 좀 어중간하고 허술해서(주로 설명부족), 감동보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입니다.
특히 솔플유저라면 감동은 대폭 반감됨. (친구가 없는 게 무슨 죄라고ㅠㅠ ) 사람마다 이부분의 평가가 많이 갈릴 듯.
1. 주인공 티즈
주인공 티즈는 스토리상 가장 비중이 없고, 존재감 없는 캐릭터입니다. 솔직히 없어도 되는 수준이에요. 사실 이데아/링아벨이 주인공이지.
성격도 재미없고 대사도 병맛. 행동원리도 이해불능입니다. 길가다가 미소녀 만나서 뜬금없이 따라댕기겠다는 발상부터 노답.
하지만, 티즈라는 캐릭터는 우로보로스 왈 '신계의 피가 섞인 자' = 플레이어의 의지로 생존하게 된 캐릭터, 플레이어의 영혼이 깃든 캐릭터 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티즈는 후반에 유일하게 이름변경이 가능한 캐릭터이며, 신계 = 플레이어 세계, 티즈 = 플레이어의 분신 이라는 메타픽션 설정이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 사실이 밝혀지는 게 진종장(진엔딩루트)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부조리함을 견디면서 플레이해야 합니다.
가장 특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진종장 클리어 전까지) 가장 재미없고 평범하고 쓸모없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노멀엔딩에서조차도요.
이 설정을 모르면, 우연히 모험을 떠난 평범한 시골양치기소년이 짱짱쎈 깡패라서 끝판왕도 때려잡고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유치한 내용이 되어버림.
2. 아니에스
작중에서 천사와 닮았다 라는 드립이 종종 나옵니다. 천사 = 신계 주민 = 또다른 세계의 플레이어
천사(아니에스)는 주인공 티즈와 마찬가지로 다른세계의 플레이어의 또다른 분신 이라는 설정입니다.
다른 세계에서 도움을 요청했고, 각 세계의 플레이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다는 식의 메타픽션인 것이죠.
아니에스의 목걸이는 타세계와 공명하는 장치라는 설정이고, 친구소환이나, 어빌링크 등의 시스템도 이 설정에 기반합니다.
다만 후반 연출(넌 혼자가 아니야 운운)은 그동안의 설명부족으로 인해 뜬금없다는 인상이 강해서 감동보다 유치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 친구요소를 많이 이용했다거나, 좀더 긴밀하게 엮어주는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나름 감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평행세계 연출
마지막전투 연출중, (알수 없는) 누군가의 세계가 뜬금없이 멸망하는 연출이라던지, 다른 세계의 플레이어가 나를 도와준다 라는 연출.
분명 플레이 도중에 남의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은 들긴 하지만, 내쪽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돕는다는 느낌은 거의 안 들기 때문에
이부분의 감동이 딱히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반쪽짜리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솔플유저라면 아예 신경도 안쓰는 부분이기도 해서 감동이 크게 반감됨. COM타로, COM지로, COM사부로 가 친구등록된 사람에게 대체 무슨 감동이 있겠...
4. 끝판 보스 연출
끝판왕이 사용하는 '다이버젠스' 라는 스킬. 3턴 동안 행동불가에 오직 친구소환만 가능. 친구 = 다른세계의 플레이어.
이부분은 나름 뜨거운 연출이긴 한데, 마찬가지 이유로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COM친구는 너무 약해서 쓸모도 없고ㅠㅠ
끝판왕 배경에 자기 얼굴이 깔리는 연출은 최악입니다ㅋㅋㅋ 감동을 느끼다가도 감동이 식어버릴듯한 연출임.
후면카메라를 안쓰고 왜 전면카메라를 써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극혐 체험을 하게 하는지 의미불명;;;
이제 거울 볼때마다 내가 끝판왕에 빙의된 거 같은 악몽을 느낄거 같아...
5. 노르엔데 마을 부흥
플레이어가 평행세계를 이동하면서 돌아다니는데도 노르엔데 마을은 그대로입니다.
싱크홀에 마을을 세울리도 없고, 이 마을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노르엔데 마을의 주민은 전부 스레치가이(엇갈림통신)로 만난 플레이어들입니다. 게임설정상 '신계'의 주민들이죠.
티즈는 플레이어의 영혼을 소유한 분신이고, 다른세계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자기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든 겁니다.
엔딩에서 티즈의 대사. "모든 게 끝나면 노르엔데 마을에서 살 거야. 너무 평범한 걸까 " 라는 식의 대사가 나옵니다.
사실은 가장 평범하지 않은 결말인 셈이죠. 현세를 떠나서 신계의 보금자리로 가는 거니깐.
게임상에서는 진엔딩에서 티즈가 '빌린 건 돌려줘야지' 하면서 영혼(플레이어)을 반환하고 티즈 본인은 사망하는 연출로 나옴.
이 부분 연출이 다소 설명부족이라, 나름 감동적인 씬인데도 알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6. Flying Fairy
노멀엔딩 보고나면 타이틀 연출이 바뀝니다. Flying Fairy 에서 FF가 빠지고 lying airy로. (시퀄 버전에서도 이 연출로 바뀜)
FF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던 개발진의 드립의 정체가 이거였다니 ㅂㄷㅂㄷ
사실, 내용은 빼박 파판 시리즈(빛의 4전사 속편격)이고, 메타픽션이 더해진 정도의 차별화.
* 총평
육성요소나 전투는 재밌었는데, 스토리가 모든 걸 다 깎아먹는 느낌이라 결론적으로 실망이 더 컸던 작품입니다.
카메라기능, 스레치가이 기능 등을 활용해서 메타픽션을 도입한 세계관,설정,스토리의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나 ...
스토리 진행이 너무 유치하고 허접해서 상당히 짜증을 유발합니다.
메타픽션 요소는 솔플유저에겐 감동이 반감될 수 밖에 없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메인스토리가 너무 쓰레기 같음.
재미없는 주인공들(특히 티즈,아니에스)의 지지부진한 스토리전개, 대화도 제대로 안하고 일단 때려죽이고 보는 터무니없는 폐륜학살극 등.
메인스토리를 개연성있게 구성하고, 메타픽션 요소를 좀더 잘 다듬었더라면 명작이 될 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포더시퀄 버전에서도 이정도 불만이 생기는 걸 보면, 플라잉페어리 버전으로 플레이 했다간 암걸렸을 듯 합니다.
(시퀄 버전에서는 7~8장 스토리를 대폭 고쳤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