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소설은 거울단계 이벤트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으셨거나 진행중이신 유저분이 계시다면 추후에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제. 저는 울릭 대사의 비서, 몰리도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진한 파란색 여성용 정장을 입고서 단정한 자세로 자신을 소개하는 여성. 한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리며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 그리고 잠시 후,
“아, 아~. 아!. .....아? 흐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잠시 후.
“안녕하십니까 안제. 저는 몰리도. 울릭 대사의 비서죠.”
이번엔 자신을 과시하듯 손을 앞으로 내밀며 인사한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이 굳어버렸다.
“...... 역시 이건 좀 이상하지? 그렇지? 마이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몰리도’는 자기 앞에 있는 소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소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왜 그래 마이나? 고민거리라도 있는 거야?”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소녀에게 다가가는 몰리도. 그녀가 바로 옆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나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잠깐 괜찮을까? ‘오가스’.”
침울한 목소리와 함께 마이나는 정장 차림의 여성을 바라본다. 오가스라고 불린, 몰리도는 허공에 놓인 상자에 앉아 그녀를 마주보았다.
“무슨 일인데?”
무릎에 얼굴을 기대며 말하는 몰리도.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마이나를 쳐다본다.
“나, 나...... 봤어.”
“응? 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마이나. 동시에 그녀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몰리도를 바라본다. 그것을 바라본 몰리도의 갈색 눈동자도 미세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너였잖아? 네가 방금 그 여자를 죽였어. 나, 분명히 두 눈으로 봤다고!”
놀란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듯 쇳소리까지 내며 마이나가 말한다.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 생생하게 뇌리에 남은 듯 손까지 떨고 있는 마이나. 그런 마이나의 손을 몰리도는 조용히 다가와서 맞잡는다.
“일단 진정해, 마이나.”
“진정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몰리도의 손을 뿌리치며 마이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무너져내리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전에 너랑 ‘그 계획’에 대해서 얘기할 때, 분명히 네가 얘기했지? 몰리도 포거트라는 사람의 신분하고 외모만 빌리고 그 사람은 살려두겠다고. 근데 이건......너무했잖아!”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마이나. 그 모습을 보며 몰리도는 난감하다는 듯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저, 마이나. 혹시 네가 ‘봤다’는 부분 말인데.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본거야?”
“......솔직히 길진 않았어. 그래도 그 여자의 뒤에 네가 있었고, 여자의 가슴 한가운데에서, 훌쩍. 칼날 같은 게 살짝 나왔다가 들어갔다는 것까진 봤어. 하지만, 누구라도 그 장면을 봤다면 네가 그 여자를 죽였다는 건 알 수 있었을거야.”
마이나의 말이 끝나자, 몰리도의 손이 멈춘다. 그리고는 조용히 마이나의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
“미안해, 마이나. 나도 사실은 그 여자를 죽이고 싶진 않았어.”
눈물이 맺힌 눈이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듯 쳐다본다. 몰리도는 손가락으로 마이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처 이야기 못 했던 사실인데, 그 몰리도 포거트라는 여자 말이야. 실은 테러리스트의 스파이였어. 물론 나도 최대한 그 여자를 회유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지금 그녀를 저지하지 못했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지도 몰라.”
흐느낌이 멈춘다. 마이나의 보라색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것처럼 흐릿해진다. 반대로 그녀를 바라보는 몰리도의 갈색 눈동자는 그녀를 빨아들일 듯이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내 말, 믿어줄거지? 마이나?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잖아?”
귓가에 입을 대고 부드럽게 속삭인다. 마치 고양이를 귀여워해 주듯, 마이나의 보라색 머리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는다.
“......응. 믿을게. 네 말이라면 뭐든지 믿을 거야. 몰리도.”
몰리도의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가 번졌다.
“후우, 솔직히 그땐 적당히 둘러대려고 뱉은 말이었는데 말야. 막상 실제로 벌어지니 신기한걸?”
거울을 보고 한 손으로 넥타이를 고치며 몰리도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한 손에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몰리도 포거트”가 들려있다.
“이게 바로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영혼의 간섭이라는 건가? 후훗. 꽤 재미있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서 차단 레벨을 더 높일 필요는 있겠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몰리도 포거트’씨?”
한껏 그녀를 조롱한 뒤 몸을 옆으로 돌린다. 어느새 그녀의 옆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무릎을 꿇은 채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릭 주석은?”
“5분 뒤에 도착 예정입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의 물기를 터는 몰리도. 물방울이 그대로 소녀의 얼굴에 흩뿌려지지만, 소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버님께 보고드리도록 해. 곧,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그녀가 있던 곳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흔적도 없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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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4화입니다.
분량으로만 치면 .5화로 분류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그래도 4화입니다!
초반 몰리도의 대사는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실법한, 모 작가분이 그리신
'몰리도의 자기소개 연습. 그런데 이제 왼손에 시체를 쥔.' 그 만화의 번역본에 나오는 대사를 차용했습니다 ㅎㅎ
이 자리를 빌어 번역해주신 분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원본 게임이나 해당 만화에서는 소설에 나왔던 몰리도가 털어낸 물에 맞는 니토 친구가 안나오죠 ㅠ
악역을 더 악역답게 만들어주기 위해 몸소 희생해준 니토양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ㅎㅎ
그리고 뭘 했다고... 다음이 마지막화입니다.
마지막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네.... 바로 그 장면에 대한 내용입니다.
마지막화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별의미없지만 특정계급의 니토에게서 유독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언니인데 ... 이게 단순 상급자를 칭하는건지 혹은 진짜 혈육인지 참 미스테리했었죠
일단 저는 둘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에 따라서 (ex. 그레이 -> 몰리도 = 스승님) 호칭은 달라질 수 있지 않나 싶긴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