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에 하던 세일기간에 맨날 치고박고 쏘고죽이고 사람들이랑 부모안부를 물어보던 게임에 지친 저는 적당히 힐링겜이면서도 내 안의 파괴욕구도 충족시킬 게임 없나? 하며 게임을 물색하다 구매하게 된 게임입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10덕감성을 채워주는 독특한 일러스트, 아름다운 배경과 bgm,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동료, 뽕차는 애니메이션 컷연출 등으로 프롤로그에 기대감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다만 본편에 들어가면서부터 대놓고 불편한 부분이 눈에 많이 밟혔죠, 3D모델링을 쓰고있음에도 딱딱한 나무토막같은 모션, 그와중에 다양하지도 못해서 끽해야 네다섯개의 포즈를 돌려쓰고있죠,
또한 사소한 대화마저 스킵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젼투중 죽으면 맨날 크레스의 느릿느릿하기 짝이 없는 페이스의 타박을 끝까지 다 들어야 합니다,
전투도 겉보기에는 핵앤슬래시나 소울류같은 자유로운 공격과 회피가 가능할것처럼 생겨서 사실상 범위 안에 없으면 발동도 못 시키는(즉 깔아두기류가 안 되는) 답답한 타겟팅 시스템, 무적이나 방어같은 기술 하나 없는 플레이어, 일부 범위지정형의 대놓고 피하세요! 공격이 아니면 확정에 가까운 타격을 하는 적들, 사거리 밖에서 일방적으로 패려들면 시스템적으로 전장이탈을 해버리고 풀피로 리스폰하는 적들 등 때깔만 곱지 실제로는 jrpg식 전투에 범위공격 피하기라는 미묘한 스파이스를 추가한 전투,
성우가 배정되어있고 실제로 전투상황시나 마을 등에서 조우할 시, 새로운 맵에 입장할 시라던지 한마디씩 하지만 정작 중요한 스토리 중에서는 다들 합죽이가 되어서 텍스트로만 대화한다던지,
돈을 벌 방법도 쓸 곳도 목표도 애매한 생활컨텐츠 목표야 슬로우 라이프 귀농생활 판타지라서 뭉슬할수도 있지만 하다못해 동료들과 약속을 잡고 근사한 식당을 간다던가 카페를 간다던가 여가생활을 한다던가 하면서 현재 브레이크 타임에 나오는 류의 대사들이 랜덤하게 나올수 있게 하고 재화를 소비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이런식으로 단점이 엄청 많고 스토리를 밀기 위해선 농사를 지어야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선 스토리를 밀어야하는 나선형 요구사항을 갖췄는데 농사가 계속 스토리 맥을 짤라먹고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한참 긴박한 상황에서 스펙이 모자라서 농사를 지으러 돌아가야하니 맥이 탁 빠지고 마치 스테이크 정식에 황태찜이나 디저트 카페에 불닭볶음면이 붙어있는것같은 불협화음을 내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꾸역꾸역 참으며 밀고 나면 진지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와 진부하지만 잘 와닿는 클리셰의 전개가 참신한 설정과 함께 기가막히게 맛있게 전개되는데 문제는 이게 스토리 4장은 가야하는 이야기... 초반 1.2.3장이 무지하게 수문장이에요, 떡밥을 쌓고 게임의 기능을 알려주고 설정을 알려주고 하는 구간인데 전투던 생활이던 주요기능이 다 후반에 개방되어서 후반에도 답답한 게임이 마치 족쇄라도 붙들고 하는거마냥 축축 처지고 화딱지가 나요, 묘한 똥맛에 어찌저찌 쭉 해서 앤딩도 보고 카레노이드도 마지막층인지 특수보스인지 모를 층도 가봤고 모든 직업도 열어보고 모든 작물도 다 심고 수확해보고 했는데... 걍 생활컨텐츠 빼버리고 연출이랑 성우 좀 강화해서 jrpg로 냈으면 훨씬 수작이었을것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