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 2회차를 끝내고 개인적인 감상을 남겨봅니다.
현재 진행은 3회차 푸오코까지 완료.
(사실 2회차를 무너지는 크라트 족제비 바로 앞까지 갔다가 세이브파일이 날아갔습니다.
그러니 1.7회차 + 2.1회차 정도라고 봐야할 듯)
무기는 생사 대검 + 성검으로 1회차, 태엽보도로 0.7회차
다시 세이버 + 트리아이나로 1회차, 톱날+단도자루로 2회차, 3회차는 우로보로스로 진행중.
무척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어느덧 정신없이 90시간 했네요.
발매땐 약간 시큰둥했어서 조금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 패치 전 게임이 어땠는진 잘 모릅니다.
초기 발매 버전이 어땠든 현재 패치로 완성된 버전은 정말 갓겜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완성도는 마감이 매우 좋고,
단순 소울라이크가 아닌 소울라이트를 수준 높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개발 철학도 확고하고 뚜렷하네요.
그래서 게임을 이미 해보신 여러분들도 이미 잘 느끼셨을 지점들을 제 말로 조금 풀어보고 싶어서 글 써봅니다.
1. 무엇이 소울라이크인가?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에 대한 제 개념을 정립시켜준 리뷰가 하나 있습니다.
아마 많이들 보셨을텐데, ‘다윈주의적 난도: 유저를 머리부터 들이박게 만드는게 먹히는 이유‘라는 리뷰입니다.
(Darwinian Difficulty: How Throwing Players in Headfirst Can Work
https://www.gamedeveloper.com/design/darwinian-difficulty-how-throwing-players-in-headfirst-can-work )
여기에서 말하는 다윈주의적 난도는 풀어쓰면 ‘죽거나 아님 적응하거나’ 입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보통 게임들은 진행을 위한 열쇠가 되는 결정적인 스킬들을 차근차근 제공한다.
하지만 어떤 게임들은 시작부터 유저에게 핵심이 되는 모든 스킬들을 거의 다 노출시킨다.
닌자 가이덴 블랙이나 데몬즈 소울이 바로 그 예이다.” 라는 거죠.
실제로 닌가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말이 이 리뷰의 핵심을 잘 요약해주기도 합니다.
“류 하야부사는 이미 슈퍼닌자입니다. 죽는건 유저 책임입니다. 깨고 싶으면 실력을 키우세요.“
초기 소울도(데몬즈나 닼솔1) 이 기조를 매우 잘 지킨 편이죠.
걷기, 달리기, 구르기, 점프, 약공, 강공, 왼손조작, 패링, 뒤잡, 앞잡, 물약마시기, 아이템사용 등
시작시에 알려주는 움직임들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을 구성합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건 저 움직임들의 배리에이션일 뿐, 새로운 무브셋이 추가되진 않죠.
따라서 유저는 저 무브셋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적들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리뷰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만약 새로운 무언가가 게임 진행 중에 습득되더라도
그것은 이미 학습된 유저의 게임플레이 방향성을 건드릴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죠.
소울시리즈 게임 중 진행하면서 습득되는 대표적인 두 가지는 바로 무기와 레벨인데요.
우선 무기는 철저히 기본 무브셋에 종속되는 하위 요소가 될 뿐 새로운 무언가를 제공하진 않죠.
리치, 속도, 공격타입(베기/찌르기), 슈퍼아머, 스태미너 소모량 등이 다를 순 있지만 그 차이가 극적이진 않습니다.
레벨 역시 정성적이진 않은 정량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게임플레이의 질이 달라질 정도로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유일하게 정성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스태미너는 하드캡이 다른 스탯에 비해 훨씬 빡빡합니다.
무한 스태미너는 꿈도 꿀 수 없죠.
레벨노가다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보스 맞딜이나 무지막지한 누킹도 불가능하구요.
결국 초반에 적응하고 나면, 게임의 난도 곡선은 진행될수록 서서히 낮아지게 됩니다.
새로 만난 보스들의 새로운 패턴들이 다시 문턱을 형성하지만,
그것 역시 일단 1회차를 모두 끝내고 나면 다시 게임은 쉬워지는 길을 걷게 되죠.
그래서 소울 시리즈는 1회차 이후엔 질적으로 변하는 건 없습니다.
내 체력/공격력/방어력/스태미너가 높아지고, 적의 체력/공격력/방어력/스태미너깎는양이 높아지지만
이건 모두 양적인 변화들이죠.
그나마도 적들은 7회차+부턴 변하지 않고, 내 스탯도 어느 시점 이후엔 잘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프트캡/하드캡이 있는 내 성장에 비해 적들의 강함이 더 빠르고
그래서 회차가 늘어날수록 전투양상이 칼끝승부의 모습을 띠게 되지만(그래서 그걸 즐기는 분도 많지만)
이 1회차와 7회차의 플레이가 엄청나게 다르다고는 하기 힘듭니다.
결론적으로 소울시리즈는 적자생존적인 레벨디자인을 택함으로써
소울 게임 특유의 중독적인 어려움과 빈약한 회차플레이를 장단점으로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다윈주의적인‘ 인식이 소울시리즈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울시리즈에 유독 ㅇㅈ협회원들이 활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2. P의 거짓은 계속해서 다른, 좋은 선택지를 준다
P의 거짓은 일견 소울 시리즈처럼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 레벨디자인을 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소울의 핵심인 스태미너와 회피/가드/패링(퍼펙트가드) 시스템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고
그걸 게임 초반에 모두 유저에게 학습시키죠.
하지만 P의 거짓은 시작부터, 혹은 게임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자신만의 시스템을 추가합니다.
ㄱ. 페이블 아츠
페이블 아츠는 일견 엘든링의 전기+마나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꽤 다른데요.
전기+마나가 에스트와 불가분한 것과는 달리
아츠 게이지는 펄스전지와 상관없이 전투를 어떻게 진행하냐에 따라 쌓이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유저에게는 약공/강공에 더해지는 일종의 필살기성 기술로 인식되죠.
게다가 페이블 아츠는 날=공격모션 / 자루=패시브or버프 로 나뉘는데요.
페이블 아츠의 모션과 성능이 무기에 따라 차이가 큰데다가 P의 거짓 특유의 무기조합 시스템 때문에
‘페이블 아츠를 고려해서 무기를 선택하거나 조합’할 정도로 페이블 아츠는 유의미한 위상을 차지합니다.
페이블 아츠 자체가 딜패턴에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과
그걸 노리려면 아츠 게이지가 차는 특정한 무브셋(대표적으로 강공차지)을 중심으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
이 두 이유 때문에 페이블 아츠는 주로 에스트(노랑이든 파랑이든)와 엮여서 사용패턴이 정해지는 전기와는 다른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ㄴ. 리전암
그리고 튜토리얼 보스인 축제인도자를 지나고 나면 새로운 시스템인 리전암이 추가됩니다.
퍼펫스트링, 이지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아예 전투양상을 바꿀만큼 유의미한 스킬셋을 제공하죠.
퍼펫스트링은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는 방법을
이지스는 방패or공격이라는 이지선다에 방패&공격이라는 방식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거리를 벌리면서 적을 유인하는 전술을 가능하게 합니다.
몇 개의 리전암은 단순히 새로운 공격루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만
(플람베르쥬, 펄어비스, 판데모니움, 팔콘아이즈 등)
이들조차도 리전암 활용이 게이지에 따라 좌우될 뿐 스태미너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 때문에라도 꽤 독특하죠.
또한 게이지가 적재력에 따라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지구력과 연관되는 일반 무브셋과는 설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ㄷ. 아뮬렛
아뮬렛은 처음엔 소울시리즈의 반지처럼 무게를 조금 더하는 대신 보너스를 챙겨주는 액세서리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알리도로의 등장시점 이후부터는 게임플레이를 바꿀만큼 영향력이 커지게 되죠.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들 아실 유령걸음의 아뮬렛이죠.
퓨리 어택은 ’멀찍이 떨어지거나 퍼펙트가드 해야만 한다‘는, 게임 초반의 핵심 시스템을 바꿔주는 아이템입니다.
특히 ’떨어지기‘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름없는 인형의 대쉬베기 퓨리어택도
손쉽게 굴러 피할 수 있게 해줄 때 유저의 체감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 보너스 개념으로는 볼 수 없는 수준이죠.
ㄹ. 투척아이템
소울시리즈의 투척아이템은 초반 적들이나(소머리데몬을 폭탄으로 잡기 등)
몇몇 속성을 심하게 타는 적들(닼솔3의 짜장묻은 적들에 불붙이기 등)에 효율적이지만
P의 거짓에서 투척아이템은 어엿한 하나의 공격루트로 격상되었습니다.
아이템 하나하나가 동력/기술력/진화의 보정을 받기 때문에 데미지가 절륜하고,
그로기조차 투포환으로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일반공격이 가지지 못한 긴 사거리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기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효율이 좋아요.
벨트와 소지갯수에 상한을 둬야 할 정도로 말이죠.
ㅁ. 연마석
연마석은 앞의 4가지 요소에 비해서는 효용이 제한적이긴 합니다.
몇몇 연마석은 연마제나 다를 바 없기도 하고, 사용횟수와 유지시간이 짧으니까요.
하지만 회심이나 완벽의 연마석의 경우, 그런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그 유용성은 잠시나마 전투 양상을 바꿀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1회차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로미오의 불새난격은 완벽의 연마석으로 완벽히 카운터칠 수 있죠.
락사시아나 이름없는 인형의 몰아치는 공격 역시 마찬가지구요.
이상의 다섯 요소들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 시작할 때 배우는 ‘소울스러운’(혹은 다윈주의적인) 시스템을 대체할 수있다는 점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처음부터 주어진 기본기를 엔딩 볼 때까지 갈고 닦아야 하는 소울 시리즈에 비해
P의 거짓은 기본기를 압도할만한 딜패턴을 추가하거나(페이블 아츠),
기존 무브셋에 비견될만한 새로운 무브셋을 제공하거나(리전암),
학습된 체계를 뒤엎을만한 옵션을 주거나(아뮬렛, 연마석),
자그마한 보너스에 불과하던 기존의 무브셋을 격상시킵니다(투척아이템)
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요소는 아무래도 아뮬렛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뮬렛은 기본기라 할 수 있는 일반적 무브셋들(회피나 일반공격 등)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령걸음, 춤추는자, 신의팔 등)
페이블 아츠의 활용을 다양화하거나(극한개조, 깨어나는신)
리전암을 강화하거나(삼위일체) 하는 방식으로
‘기본기에서 벗어난’ 빌드를 구축하는데 있어 키아이템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3. 장르를 바꾸는 대격변: P기관
그런데 아뮬렛보다 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게임플레이에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가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으시겠지만, P기관을 말하는 겁니다.
처음에 P기관은 ‘중요하긴 하지만 소울시리즈의 궤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역할을 하는 듯 보입니다.
펄스전지 갯수 추가는 에스트조각, 펄스전지 강화는 화방녀의혼, 페이블 슬롯은 파란 에스트, 아뮬렛 슬롯은 반지슬롯 등으로 말이죠.
(논란의 기상회피는 차후 패치에 의해 패시브화 된다고 하니 논외로…)
그러나 뒤로 갈수록 시너지효과와 일반효과 모두 꽤나 강력해지며,
일반 무브셋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다섯 요소들까지도 이 P기관을 통해 더욱 유의미하게 변화합니다.
A. 스태미너와 무기내구도 영향력 약화
소울시리즈, 소울라이크를 특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스태미너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키로가 소울라이크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것도 ’스태미너가 없기 때문‘이죠.
P의 거짓은 스태미너라는 소울라이크의 일반적인 성격을 가져가지만, P기관을 통해 그 영향력을 대폭 약화시킵니다.
전력질주/방전/차지공격 시 스태미너 소모 감소를 찍었을 때와 찍지 않았을 때,
이 두 상황에서의 스태미너 관리 난이도 차이는 정말 크죠.
게다가 7단계 능력 중엔 ‘퍼펙트가드 시 스태미너 소모 없음’도 있어요.
퍼펙트가드를 착실히 수행한 유저라면 스태미너의 필요성이 극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다크소울 1 이후 이런 게 있었나 싶은 무기 내구도는 피의 거짓에서만큼은 꽤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것 중 하나였죠.
하지만 P기관이 뚫릴수록 내구도는 다시 여타 게임에서처럼 피의 거짓에서 의미를 잃어가게 됩니다.
특히 6단계 ~공격 시 내구도 소모 감소와 퍼펙트가드 시 내구도 회복 이후로 더욱 그렇죠.
이렇게 유저의 (공격이든 방어든) ’액션을 걸리적거리게 하려고 도입되는 시스템’인 스태미너와 무기내구도는
P기관에 의해 점점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에 따라 게임은 점점 유저가 하고싶은 액션을 적은 기회비용으로 할 수 있도록 변하게 되죠.
B. 전투 메커니즘의 선택지 다양화
또한 중년게이머 김실장님이 지적한 퍼펙트가드/가드/회피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복잡한 전투 메커니즘도
P기관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유저 맞춤형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미 유령걸음의 아뮬렛으로 완화된 퍼펙트가드의 필요성은
7단계 시너지효과인 퓨리어택 가드 가능으로 더욱 적어지죠.
하지만 자신이 퍼펙트가드를 중시하는 타입이라면
4단계에서 퍼펙트가드 시 경직 발생을 찍고
적의 패턴을 중간에 끊은 다음 자신의 딜타임을 가져가는 방식을 쓸 수도 있죠.
이처럼 내가 퍼펙트가드/가드/회피 중 어느 하나만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P기관에 의해 하나하나 보완되어 갑니다.
C. 페이블 아츠, 리전암, 투척아이템, 연마석 활용성 강화
앞서 소울라이크의 기본기가 아님에도 P의 거짓 내에서 유의미한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시킨 무브셋들이있었죠.
페이블 아츠, 리전암, 아뮬렛, 투척아이템, 연마석이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P기관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큰 요소가 되진 못했을 겁니다.
P기관에서 찍어주는 능력들이 있기에 이들도 게임 내에서 유의미한 요소가 될 만큼 효용이 생기게 되거든요.
페이블 아츠 - 슬롯 갯수, 아츠 게이지가 쌓이는 방법(퍼펙트가드/펄스전지/페이탈어택/촉매액/부활), 페이블 아츠활용도(사용시 피해완화/공격력 증가/깨어나는 신의 아뮬렛과 어우러지는 그로기 가능&유지시간 증가) 등
리전암 - 충전방식 다양화(매거진 효과&소지수/적제거/자동/펄스전지), 슬롯 갯수 등
아뮬렛 - 슬롯 갯수, 무게 감소 등
투척아이템 - 벨트 갯수, 소지수, 아이템 할인 등
연마석 - 효과 지속시간 증가, 사용횟수 등
이렇게 점점 쌓일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P기관은 3가지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회차를 통해 쌓임으로써 회차 플레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실제로 회차마다 파밍할 수 있는 쿼츠의 갯수는 엄격히 제한한 것에 비해,
회차가 지날수록 중요도가 떨어지는 레벨은 과감히 필요 에르고를 줄였고,
그래서 만렙을 찍기 위한 시간이 기존 소울에 비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둘째, 게임의 템포를 좀 더 역동적인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것.
사실 28개의 쿼츠만으로는 소울라이크의 핵심인 스태미너의 중력을 벗어날만큼 중요한 효과를 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1회차는 전형적인 소울라이크 식의 플레이가 주를 이루게 되죠.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P기관을 통해 유저는 스태미너의 족쇄에서 벗어납니다.
즉 유저가 스태미너(혹은 내구도) 관리를 위해 ‘단순히 서성이는’ 시간을 걷어내는 거죠.
또한 회차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효용이 감소하는 기본기들에
P기관을 통해 유의미해진, ‘스태미너에 독립적인’ 요소들(페/리/아/투/연)이 섞여들어 갑니다.
결국 P의 거짓 N회차는 더 짧은 시간을 더 다양한 액션들이 점유하는,
1회차보다 역동적이고 압축적인 게임으로 변모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엔드게임의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
그럼 게임을 역동적이고 압축적으로 만듦으로써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가?
소울시리즈의 회차플레이가 풍부하다고 하는 유저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보스의 패턴이 바뀌는 것은 아니죠.
결국 소울시리즈의 회차플레이는 유저의 메카닉을 더욱 섬세하게 벼리는 작업으로 귀결됩니다.
(소수의 스피드러너들을 제외한다면…)
하물며 P의 거짓은 PVP가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기존 소울시리즈에 비해 엔드게임 플레이가 훨씬 빈약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P의 거짓은 깊이보다는 폭에 훨씬 신경쓰는 방향으로 그 단점을 보완해냈습니다.
P기관을 통해 유저가 할 수 있는 액션의 선택폭을 늘리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치우자.
한 컨셉으로 파고들든, 다양한 선택지를 이리저리 조합하든
유저가 회차를 거듭하면서라도 하고싶은 걸 스스로 요리하도록 재료들을 잔뜩 벌려놓자.
4. 결론: 끝내주는 소울라이트 액션 게임 P의 거짓
그래서 3회차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제 머릿속엔 기존의 소울시리즈 말고도 두 가지 게임이 더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데스와 베요네타.
하데스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면서도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무언가가 쌓이는 게임이죠.
로그라이크 특유의 랜덤적 요소들(특히 신들이 그때그때 달리 주는 능력들) 아래로
회차를 통해 쌓인 다양한 무기, 다양한 패시브 스킬들이(심지어 다양한 스토리까지) 차곡차곡 괴이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매 죽음(회차)마다 새로운 플레이를 기대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4층밖에 안 되는 던전 자체의 단순함을 극복할 수 있었죠.
(이 글에서는 제 요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적진 않았지만,
비교적 짧고 단순한 맵구성, 2번 연속 사망해도 반 정도만 줄어드는 유실 에르고 등도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최대한 케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하데스를 떠올리긴 했습니다.
요 부분은 중년게이머 김실장님의 하데스 영상과
이번 P의 거짓 영상 중 스콜라적이지 않다는 부분을 비교해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베요네타는, ’모든 트로피를 따고 나서야 게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임이에요.
모든 무기/액세서리/불릿아츠를 구비하고,
거기에 더해 유저가 언제든 위치타임과 패리와 닷지오프셋을 구사할 수 있을 때,
게임은 이보다 더 청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익스트림 액션’을 맛보게 해주죠.
(막간 자랑으로 저는 베요네타 올플래 달성자입니다. 올퓨플은 결국 못했지만..)
P의 거짓은 소울시리즈에 기반을 둔 게임인 이상 당연히 그런 액션쾌감을 주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단순한 소울라이크라면 불가능했을 역동적인 플레이는 당연히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그런 영상이 덜 나오는 편인 것 같지만,
조금 기다리면 옛날 데빌 메이 크라이, 닌자 가이덴, 베요네타에서처럼
P의 거짓에서도 ’있는 힘껏 화려해질대로 화려해진 플레이‘를 뽐내는 하이라이트 필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P의 거짓 계의 miduki를 보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는 건 P의 거짓이 단순한 소울시리즈의 카피작이 아니라
확고한 개발철학을 견지한 게임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전 P의 거짓이 기존 소울시리즈에서 모션, 아트, 분위기, 컨셉트 등을 베껴왔다는 점에는 수긍하지만
‘완전히 ~의 표절작이다’, ‘~의 마이너카피다‘ ’너무 ~랑 똑같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들어요.
P의 거짓은 소울시리즈에서 태어났지만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또렷한 개성을 지닌
끝내주게 잘 만든 소울라이트 액션 게임이기 때문이죠.
너무 감명깊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이렇게 두서없이, 길게 감상평을 남겨봅니다…
3줄 요약
P의 거짓 1회차는 소울라이크다.
P기관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점부터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가 아니라 소울라이트 액션 게임이다.
그것도 끝내주게 잘 만든.
잘봤습니다.
잘 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말씀하신 화려한 플레이의 경우, 제작진들이 패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무기 교체, 리전암 교체가 상당히 시간이 걸려서 전투 중에 빠르게 무기를 바꾸먀 화려하게 싸우기 제한적입니다. P기관에서 업글을 할 수 있게 되던가 하면 좋겠네요
제가 교체모션을 확인하지 못하고 함부로 떠들었군요... 매우 겸연쩍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미니가 꽤 심심한 캐릭터라고 생각한 편인데, 전설의 스토커가 원래 데리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는 설정도 있는 이상 옆에서 날아다니면서 그런 무기나 리전암을 재빨리 바꿔주는 보조로봇 같은 걸로 만들었으면 훨씬 나았을 거 같네요 말하자면 관우 옆에서 청룡언월도 가지고 뛰어다녔다는 주창처럼...
회차 진행에 몹이 너무 아프게때려요.. ㅠㅜ
체력 100을 찍거나 안맞으면 되용…
80에 4회차 입구몹이 아프게때리니 5회차는 되도록 패스하고싶네요..
소울라이트이긴 하지만 태생이 소울라이크인지라 학습커브가 높이 형성된건 어쩔 수 없네요...
잘봤습니다. 확실히 회차 지나며 족쇄 풀리는게 매력이네요.
제작진은 세일즈 포인트로 무기조합을 들고 나왔지만 P의 거짓의 진정한 개성은 p기관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페이블의 경우는 격투게임들의 필살기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기술을 사용하면 페이블 게이지가 차고 기 게이지를 활용할때 가캔이냐 난무계 기술 발동이냐 무기 세팅에따라서 정할수 있는데 페이블 게이지라는 자원을 활용하니까요
아무래도 엘든링의 존재가 p의 거짓 제작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전기가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가? 라는 충격을 통해 소울시리즈가 아닌 다른 게임의 요소들도 참고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지지 않았나.. 김실장님 인터뷰 시리즈 영상에서도 엘든링의 존재감에 대해 제작진들이 많이 언급하기도 하구요
추천!
잘봤습니다. 리뷰이지만 입문용 간략 소개 가이드로 삼아도 좋을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