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이다 뭐다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보니, 게임도 그런 쪽으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쓰고보니 이거 약간 헛소리 같기도 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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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와 헤이덤의 대립 관계는 분명 암살단과 템플러의 관계 탓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형적인 부자 간의 의견대립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 부분이 근저에 깔려 있고 암살단과 템플러로서의 대립은 겉치레같기도 할 정도입니다.
도식적인 이분법이지만 아버지인 헤이덤은 보수주의자이자 공리주의자입니다. 체제의 안정을 중시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 전체의 보존을 추구하죠. 그 근본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박혀있습니다. 인간은 탐욕적인 동물이기에 사회(템플러)가 그들의 억제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논리죠. 반면 코너는 진보주의와 자유의지주의에 가깝습니다. 타협을 거부하고 약자(원주민, 식민지주민)의 권리보호와 압제타도를 목표로 하죠. 근본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최대한 누리는 세상을 원합니다.
물론 진보와 자유의지주의, 보수와 공리주의가 무조건적으로 묶이진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치로 보면 자유의지주의는 보수(혹은 기득권)에 부합하고, 공리주의는 진보(노동계층)에 부합합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경우 건국 초기부터 '자유'라는 테마가 무척 강조된 사회입니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진보와 공리주의가 부합되는 면이 강조되긴 하지만, 18세기 건국 초기만 해도 이야기가 달랐죠. 식민지 주민들은 지나친 조세에 반발하면서 독립을 주장한 거니까요.
아무튼, 헤이덤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코너는 이상에 기반을 뒀습니다. 당연한 것이, 헤이덤은 현실을 인식한 '어른'이고, 코너는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아이'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역사에 if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코너는 정말 뼈저린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마치 오이디푸스 신화를 떠올릴만한 부친살해의 패륜을 저질렀고, 형제같은 친구를 죽이고, 자신의 부족마저 추방되었으며, 진짜 원수(워싱턴)는 입장 상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에 놓입니다.
3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결말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짜 이대로 끝날 것이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분명 코너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믿었던 것은 그를 배신했고, 그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일단 자신이 원하던 것은 전부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끝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진보냐 보수냐, 이상이냐 현실이냐는 답이 없는 문제니까요.
3의 마지막에서 코너는 비로소 자기 유년기를 졸업한 것입니다.(<유년기의 끝> 혹은 <건담 더블오>를 보신 분들이면 알만한 표현이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3 이후에 브라더후드처럼 코너 자신이 지금의 실패를 딛고 진정한 암살자이자 독립된 개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군요. 기껏 모델 만들어놓고 3에 한 번만 쓰고 버리진 않을거라고, 유비소프트의 우려먹기 정신을 믿습니다:)
ps. 최근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다룬 명작 소설인데, 시대가 시대인지라 도입부가 지루한 것만 빼면 매우 뛰어난 작품입니다. 만약 코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이미 독립이 끝난 미국보다는 혁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프랑스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영화 <늑대의 후예>를 보면 프랑스로 넘어간 인디언도 나오죠? 불가능한 이야기 같지는 않습니다.) 관심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프랑스에서도 이용만 당하는 코너는 보기 싫어요.. 코너는 여기서 끝맺음 하는게 재일 좋을듯.. 인디언 출신이 프랑스 혁명 한 가운데에 있는 것도 설정이 어색하고..
ㅋㅋㅋ확실히 어색하긴 하겠죠.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참 매력적인(안좋은 의미로?) 시기라, 가뜩이나 현실과 이상 속에서 방황하는 코너한테는 더할 나위없는 생지옥이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ㅋㅋㅋㅋㅋ
레벨레이션도 그저 에지오의 이스탄불 관광 이야기죠
레벨레이션의 경우 이탈리아 출신은 오스만 제국과 상당히 많은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베네치아 인은 유럽과 오르만 사이의 무역의 중계지여서 무척 자주 왕래를 했죠.(비잔티움시절부터) 레벨레이션에서 슐레이만이 이탈리아어를 알아듣는 것은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말이 되는 일입니다:)
우왕 추천 드립니다!! 이번에 라파예트 후작이 등장했기에, 저도 다음 작은 프랑스 혁명일 것이라 살짝 기대해봅니다. 어크에서 파리를 돌아댕긴다니 생각만해도 행복하네요~
파리라면 당시에도 대도시였고, 랜드마크도 많았을테니(잘 알지는 못합니다) 맵 돌아다닐 맛이 있겠죠. 기왕이면 두 도시 이야기처럼 런던도 등장했으면 좋겠구요.
노트르담과 팡테옹, 그리고 근교의 베르사유까지...ㅎㅎ
바스티유 습격도 기대됩니다:) 물론 요즘에는 부정하는 추세기도 합니다만 ㅋ
헤이덤이 옳았음을 보여주는건 독립 이후 미국이고 코너가 옳았음을 보여주는건 데이븐포트 농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절묘하게도 독립 이후 미국과 데이븐포트 농지는 모든 것이 정 반대더군요. 자유를 외치면서 그 안에선 온갖 부조리가 넘쳐흐르는 거대한 국가와 모두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 강제적으로 도시에서 쫓겨났지만 농지라는 작은 땅에서 진짜 자유와 평등을 손에 넣은 사람들.....단순한 배치치곤 참 절묘하더군요.
농지 퀘는 아직 못끝냈습니다(스포는 봐버렸;;;;) 그런데 농지퀘도 왠지 코너가 호구같다는 느낌이 들어요ㅋ 누구 암살해라, 뭐 탈환해와라, 어디 점령해라 이런 건 어려워보이기라도 하지 꽃 꺾어와라 돼지 우리에 넣어라 이건 대체 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소규모 집단에 대해서는 이상론이 잘 먹힙니다(먹힌다?). 코뮨이나 종교집단의 공동체가 형성되기 쉬운 것도 그런 경우죠. 이런 부분에서 결국 사람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지도자의 권력이 강해지면 결국 부폐하고 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씁쓸한 일이죠.
실제로 아킬레스의 조언과 후반부 코너도 그걸 깨달았던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코너는 이상을 본 거죠.
알흠다운 문체입니다!! 한줄한줄 공감가는 내용이구요. 저 또한 두도시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 개발자가 어크3은 후속편 없이 끝낸다고 말해버렸다는 점이 슬픕니다....
감사합니다 ㅋ 우려먹는다고 해도 좋으니 개발자 분들은 좀 더 근성 있게 이 시기를 파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2도 좋긴 했지만 브라더후드로 가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저도 내용에 공감합니다만 진보와 보수라는 패러다임에 묶어서 설명하기에는 협소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하이덤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바라고 있기에 '진보'라고도 할 수 있고, 우직할 정도로 자신의 이상만을 고집하는 코너는 오히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수'라고도 말할 수 있기에 그 구분이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되는 영미문학들에서 liberal 와 progressive 를 '진보'로, conservative 등을 '보수'로 번역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를 생각하며 그 패러다임을 적용시키곤 합니다만 그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고 봅니다.(실제로 본 게임 내에서도-애니머스 데이터 등- 그렇게 되어있죠.) 그렇다면 어떤 단어가 대체할 수 있느냐? 하는게 문제인데, 사실..제 생각엔 우리나라의 파랗다, 퍼렇다, 시퍼렇다를 영어로 표현하기 힘들듯이, 영어의 progressive와 conservative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뭔가 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어 벅차네요 ㅠ 쨋든 이번 어크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깊은 내용을 보여주기에 이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걱정을 받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얼른 후속작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헉헉